사라지는 중도, 양극화된 대한민국... 교회가 '화해의 중재자'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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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12-0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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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한국인 93%가 사회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갈등의 원인은 경제적 격차에서 가치관 충돌로 이동했고, 중도층은 줄어드는 대신 보수·진보 양극화는 심화됐다. 국회와 언론이 갈등 유발자로 지목된 반면, 종교계는 갈등 해소의 잠재적 주체로 기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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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의 원인이 '빈부격차'에서 '가치관 충돌'로 이동하며 한국 사회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AI사진)
대한민국,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인가... 갈등지수 93%의 경고
한국 사회가 숨 막히는 갈등의 늪에 빠졌다. 거리에 나선 시위대의 함성 때문만이 아니다. 통계가 가리키는 침묵의 비명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위협적이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낀다. 주목할 점은 싸움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의 갈등이 '빵'을 나누는 문제(경제적 격차)였다면, 지금은 '생각'을 강요하는 문제(가치관 충돌)로 전선이 이동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23일 발표한 '넘버즈 314호' 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 국민의 93%가 한국 사회의 갈등 수준을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전년 대비 3% 포인트 상승한 수치이자, 지난 10년간의 조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행정연구원의 데이터를 분석한 이번 보고서는 한국 사회가 단순한 의견 대립을 넘어, 구조적인 분열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밥그릇' 싸움 가고 '이념' 전쟁 왔다
갈등의 최전선에는 '이념'이 있다. 14개 집단 간 갈등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진보 세력과 보수 세력'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무려 91%에 달했다. 전통적인 갈등 축이었던 '빈부 갈등(76%)'이나 '노사 갈등(75%)'을 압도하는 수치다.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갈등의 원인에 대한 인식 변화다. 지난 3년간의 추이를 보면 '빈부격차'를 갈등 원인으로 꼽는 비율은 25%에서 17%로 급감했다. 반면 '개인·집단 간 가치관 차이'를 꼽는 비율은 13%에서 18%로, '상호이해 부족'은 24%에서 25%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는 한국 사회의 갈등이 물질적 배분의 문제를 넘어, 서로의 존재 양식을 부정하는 '가치관 전쟁'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념 지형의 변화도 이를 뒷받침한다. 완충지대 역할을 해야 할 '중도층'은 3년 연속 감소(48.7%→45.2%)했다. 대신 보수(30.2%)와 진보(24.6%)를 자처하는 비율은 나란히 증가하며, 사회가 양극단으로 찢어지는 원심력이 강해지고 있다.
고립되는 개인, 닫히는 관용
거시적인 이념 전쟁 아래서 개인의 삶은 더욱 고립되고 있다. 아플 때나 우울할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는 '사회적 고립도'는 전 연령층에서 증가했다. 특히 '목돈이 필요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22.1%로 3년째 증가세다.
사회적 여유가 사라지면서 소수자에 대한 관용의 문도 닫히고 있다. 성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은 47%로, 최근 10년 만에 가장 높은 배타성을 기록했다. 20·30대 젊은 층보다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이러한 배제 인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점도 세대 간 인식 격차를 확인시켜 준다.
국회와 언론이 불 지르고, 종교가 끈다?
흥미로운 대목은 갈등의 책임 소재와 해결 주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다. 국민들은 사회 갈등의 주범으로 국회(89%)와 언론(88%)을 지목했다. 이들이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응답은 국회 15%, 언론 10%에 그쳐, 사실상 '갈등 유발자'로 낙인찍힌 상태다.
반면 종교계는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갈등 책임론(50%)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18%)는 중앙정부와 함께 시민단체 다음으로 높았다. 이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종교, 특히 교회에 대해 도덕적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보고서는 "교회가 갈등의 한쪽 편에 서기보다 평화 중재자이자 화해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갈등을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닌 '회복해야 할 관계'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념과 세대로 찢겨 나간 대한민국에서, 교회가 다시 한번 사회 통합의 '접착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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