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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사각지대, 강단 뒤의 고독... "목회자도 위로받을 권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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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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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최신 설문 결과, 목회자 3명 중 2명(67%)이 최근 1년 내 가족 외 타인으로부터 정서적 돌봄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도를 돌보는 역할에 집중된 목회자가 정작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소진될 위험이 큼을 시사한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6'이 제시한 '상호 돌봄'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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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자 67%가 정서적 돌봄 경험이 없다고 답해 목회 현장의 고립감이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AI사진)

 

누군가를 위해 울어줄 수는 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 울어줄 어깨는 없다. 강단 위에서는 성도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치유자지만, 강단 아래로 내려오면 철저한 고립무원에 빠진다. 매주 수십, 수백 명의 손을 잡으며 안부를 묻는 목회자들의 이야기다. '사랑'을 설교하는 그들의 내면이 정작 '사랑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교회가 마주한 서글픈 역설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목회자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121차 넘버즈 폴(Poll) 결과는 이 같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1년 사이 가족을 제외한 누군가로부터 정서적 돌봄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7%가 "없다"라고 답했다. 정서적 돌봄을 경험한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목회자 3명 중 2명은 영적 전쟁터에서 사실상 홀로 서 있는 셈이다.

 

일방통행식 돌봄의 한계와 위험

 

목회자는 태생적으로 '주는 사람(Giver)'의 위치에 선다. 성도의 경조사를 챙기고, 영적 고민을 상담하며, 정서적 지지대가 되어주는 것이 목회의 본질로 여겨져 왔다. 문제는 이 흐름이 철저히 일방향이라는 점이다. 연구소 측은 이번 결과에 대해 "교회 내에서 소진(Burnout)될 위험성이 가장 큰 그룹이 바로 목회자"라고 지적했다.

 

감정 노동의 강도가 높은 직업군임에도 불구하고, 목회자의 고충을 들어줄 시스템은 부재하다. 성도들에게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순간 영적 권위가 훼손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동료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존재하는 미묘한 경쟁 심리는 목회자를 더욱 깊은 침묵 속으로 몰아넣는다. 가족만이 유일한 안식처지만, 사역의 무게를 가족에게 온전히 전가하는 것 또한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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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목회'에서 '상호 돌봄'으로

 

이러한 위기감은 교계 트렌드 전망에도 반영되었다. 최근 발표된 '한국교회 트렌드 2026'은 주요 키워드로 '서로 돌봄 공동체'를 제시했다. 이는 성도 간의 교제를 넘어, 목회자 또한 돌봄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명시적으로 포함한다. 과거 목회자가 모든 것을 감내하고 이끌어가는 '슈퍼맨 리더십'이 추앙받았다면, 이제는 목회자와 성도가 서로의 연약함을 보듬는 '상호 의존적 공동체'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관계자는 "목회자에 대한 성도와 동료 목회자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목사님 힘내세요"라는 의례적인 인사를 넘어선다. 목회자가 목회자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위로받을 수 있는 안전한 관계망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강단 뒤의 한 사람을 위하여

 

건강한 목회가 건강한 교회를 만든다는 명제는 진부하지만 강력하다. 엔진이 과열된 자동차는 결국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목회자의 정서적 고갈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강단 메시지의 건조함, 나아가 목양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숫자 67%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목회자를, 한 사람의 신앙인을 너무 외롭게 두고 있지 않은가. 강단에서 내려온 그에게 오늘 필요한 것은 거창한 존경이 아니라, 따뜻한 밥 한 끼와 진심 어린 경청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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