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캐나다 교회 '텅 빈 예배당',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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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06-03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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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스코틀랜드 교회와 캐나다 성공회가 교인 급감과 재정난으로 존립 위기에 처했다. 재정 자립, 구조조정 등 생존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속화와 교회 정체성 약화라는 근본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들 사례는 한국 교회에 복음의 본질 회복과 시대적 질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한때 유럽과 북미 대륙에서 신앙의 등대 역할을 했던 교회들이 이제는 그 빛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스코틀랜드 교회와 캐나다 성공회의 이야기는 단순히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준다. 마치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거목이 힘없이 스러져가는 모습을 보는 듯, 씁쓸함과 함께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두 교회의 현재 상황과 미래예측
스코틀랜드의 하늘 아래, ‘더 커크(The Kirk)’라 불리며 국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스코틀랜드 교회는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때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교인이었던 시절의 영광은 온데간데없이, 주일 예배 참석자 수는 국제 럭비 경기 관중석을 채우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교인 수는 24만 5천 명, 그중 꾸준히 예배에 나오는 이는 6만 8천 명에 불과하다는 통계는 교회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교인 감소는 곧바로 재정 적자로 이어졌고, 교회는 전체 교회의 약 3분의 1을 폐쇄하고 수백 곳의 예배당을 매각하는 고통스러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목회자의 종신 재직권마저 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서, 이제 각 교회는 재정 자립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 놓였다. 심지어 150년 역사의 교회 내부 잡지 마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폐간될 예정이라는 소식은 위기의 심각성을 더한다.
건너편 대륙 캐나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캐나다 성공회는 1967년 120만 명이 넘던 신자 수가 최근 29만여 명으로 쪼그라들었고, 매주 예배 참석자는 5만 8천여 명에 그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2040년에는 신자, 예배 참석자, 헌금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부 보고서의 암울한 예측이다.
교회 스스로도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사랑했던 종교 기관은 20년 전과도 다르고, 앞으로 20년 후에도 같지 않을 것"이라며 뼈아픈 현실을 인정했다. 교인 수는 급감하는데 주교 수는 오히려 늘어난 기형적인 구조나, 총회 직원을 줄이고 원격 근무와 AI 도입 등으로 효율성을 높이려는 대책은 외부 전문가의 눈에는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갑판 의자를 재배치하는 격"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텅 빈 예배당, 깊어가는 고민
이러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스코틀랜드에서는 종교가 없다고 밝힌 사람의 수가 처음으로 과반수를 넘었다. 2022년 인구 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종교 없음'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10년 전 37%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사회 전반의 세속화와 탈종교화 현상이 교회의 기반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캐나다 성공회 사례에서 지적되듯, 교회가 교인 감소의 문화적, 교리적 이유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떠오른다.
캐나다 성공회 보고서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 옹호", "인종차별과 식민주의 해체", "원주민 교회와의 상호 의존성 포용" 등 중요한 사회적 가치들을 강조한다. 물론 이는 교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임이자 역할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러한 가치들이 교회의 고유한 존재 이유, 즉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세속 사회의 여러 단체도 비슷한 구호를 외치는 오늘날, 사람들은 "그런 활동을 하려고 굳이 교회에 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복음의 핵심 메시지가 희미해지고, 교회가 세상과 구별되는 영적인 매력을 잃어갈 때,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 그러나 풀리지 않는 숙제
스코틀랜드 교회가 재정 자립을 못 하는 교회를 폐쇄하고 목회자의 종신 재직권을 없애려는 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가난한 지역 교회에 더 큰 타격을 주고, 교회의 오랜 전통과 공동체 정신을 해친다는 비판은 뼈아프다. 재정 문제 해결에만 급급한 나머지,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과 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캐나다 성공회 역시 "예언자적 상상력"과 "어려운 대화를 회피하지 않는 자세"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 하지만, 구조조정이나 효율성 증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교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예수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십자가와 부활이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떤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뜨거운 복음의 메시지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정의 실현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교회의 유일한 목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영적인 목마름을 채워주고, 삶의 근본적인 의미와 구원의 기쁨을 발견하게 하는 살아있는 신앙 공동체로서의 역할이 회복될 때 비로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교회를 떠나게 했나? 그리고 우리의 길은?
스코틀랜드와 캐나다 교회의 위기는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세속화의 물결, 급변하는 사회 가치관 속에서 교회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오늘날 모든 교회가 안고 있는 숙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교회를 떠나거나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현상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그들은 기존의 권위적인 모습이나 형식적인 신앙생활보다는 진정성 있는 소통과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교회의 사례는 미주한인교회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교회의 외형적인 성장이나 프로그램 다양화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영적 권위를 회복하고,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다음 세대에게 살아있는 신앙을 전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위기를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을 되찾고 더욱 건강하게 거듭날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텅 빈 예배당의 쓸쓸함이, 다시 한번 복음의 능력으로 채워질 그날을 소망하며 함께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때다.
AI 생성사진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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