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 지지하면서 권위주의적 지도자 원하는 미국인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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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09-0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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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PRRI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은 정교분리 등 민주주의 원칙을 지지하지만, 동시에 '악을 부술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인종과 종교적 신념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기독교 민족주의 성향은 백인 그룹에서 권위주의 지지를 높였지만, 흑인 그룹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여, 미국 민주주의의 복잡한 현주소를 드러냈다.
▲ 미국 민주주의, 신념 따라 달라지는 지지 (AI사진)
2025년 6월, 공공종교연구소(PRRI)의 지원을 받은 세 명의 박사가 미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마이클 피셔 주니어, 앤슬리퀴로스, 앨리슨 쇼틀 박사는 2,750명 이상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권위주의, 정교분리, 선거 제도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인종과 종교의 교차점에서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가운데 진행된 이 연구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복합적인 그림을 보여주었다.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미국인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권위주의적 지도자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였다. 전체 응답자의 69%가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악을 부수고 우리를 올바른 길로 되돌려 놓을 강력하고 단호한 지도자"라는 문항에 동의했다. 이는 정당을 가리지 않는 현상으로, 민주당 지지자의 58%, 공화당 지지자의 85%, 무소속의 62%가 동의를 표했다.
이러한 권위주의 지지 성향은 특정 종교적 신념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특히 기독교 민족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그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백인 응답자의 경우, 기독교 민족주의 성향이 낮은 그룹에서는 46%만이 권위주의를 지지했지만, 성향이 높은 그룹에서는 그 비율이 89%까지 치솟았다.
히스패닉(46% 대 81%)과 흑인(56% 대 80%) 응답자에게서도 비슷한 패턴이 발견되었으나, 백인 그룹에서 그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는 기독교 민족주의가 특정 인종 그룹 내에서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
흥미롭게도, 권위주의적 지도자를 원하는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 중 하나인 '정교분리'에 대해서는 확고한 지지를 보냈다. 전체 응답자의 74%가 "미국은 교회와 국가의 엄격한 분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이 지지 양상은 인종과 종교적 신념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백인 응답자의 경우, 기독교 민족주의 성향이 높을수록 정교분리 지지율(75%)이 그렇지 않은 그룹(84%)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반면, 흑인 응답자 그룹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기독교 민족주의나 해방신학 성향이 높은 흑인 응답자들이 오히려 정교분리 원칙을 더 강력하게 지지(각각 74%, 76%)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종교적 신념이 인종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태도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투표권 확대는 대다수가 지지
선거 당일 유권자 등록 허용(same-day registration)과 같은 투표권 확대 문제에 대해서도 대다수의 지지가 확인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73%가 이 제도에 찬성했다.
여기에서도 인종과 종교적 신념의 영향력이 드러났다. 백인과 히스패닉 응답자 그룹에서는 기독교 민족주의 성향이 높을수록 당일 유권자 등록 지지율(각각 66%, 64%)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흑인 응답자들은 기독교 민족주의 성향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74%라는 일관되고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이는 투표권 문제가 흑인 공동체에게는 다른 신념 체계와 무관하게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미국인들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견고하게 지지하면서도,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권위주의적 리더십도 수용할 수 있다는 모순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한, 종교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은 인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므로, 이를 단편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종과 종교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한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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