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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인가 방임인가" 일리노이주, 의사 조력 자살 합법화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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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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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일리노이주가 시한부 환자의 의사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뎁의 법(Deb's Law)'을 제정했다. 2026년 시행을 앞두고 찬성 측은 '존엄한 선택'이라 환영하지만, 가톨릭계를 비롯한 반대 측은 보험사가 고가의 치료 대신 저렴한 자살 약물을 권할 수 있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경고한다. 특히 의료진의 양심적 거부권마저 위협받는 현실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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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주가 시한부 환자의 의사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법을 제정했다(AI사진)

 

생명을 살리는 것이 본업인 의사가 환자의 죽음을 돕는 행위가 과연 '자비'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있는가. 일리노이주가 기어이 '도덕적 마지노선'을 넘었다. 죽음을 선택할 권리라는 명분 아래, 가장 취약한 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교계와 의료 윤리 전문가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폭스뉴스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지난 12일(현지 시간) 시한부 성인 환자가 의사에게 생명을 끝내는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른바 '의료적 조력 사망법(Medical Aid in Dying bill)', 통칭 '뎁의 법(Deb's Law)'이다.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가 대상이며, 법안은 준비 기간을 거쳐 2026년 9월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저렴한 죽음, 비싼 생명

 

프리츠커 주지사는 "불필요한 고통을 피하게 해줄 것"이라며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성공회 주디스 도란 신부와 같은 일부 종교인과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역시 이를 환영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드리운 그림자는 생각보다 짙다. 일리노이 가톨릭 주교회는 성명을 통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우려했다.

 

핵심은 경제 논리다.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반면 죽음에 이르는 약물은 저렴하다. 가톨릭 주교회는 보험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생명 유지 치료 승인을 거부하고, 대신 값싼 자살 약물을 선택지로 제시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발적 선택'이라는 미명 하에 죽음으로 등 떠밀릴 수 있다는 섬뜩한 시나리오다.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트로이 목마'

 

더 심각한 문제는 의료진과 종교 기관에 가해지는 압박이다. 법안은 의사가 종교적·도덕적 신념에 따라 조력 자살을 거부할 수는 있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거부하는 의사조차 환자를 조력 자살이 가능한 다른 의료진에게 '의무적으로 의뢰'해야 한다. 토마스모어소사이어티의 부회장 토마스 올프는 이를 두고 "의사를 환자 자살의 적극적 공모자로 만드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조항은 종교계 병원에 치명적이다. 가톨릭 및 기독교 의료 기관들은 생명 존중 사명에 반하는 직원을 고용하거나, 원내에서 죽음을 조장하는 행위를 묵인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올프 부회장은 이 법이 종교 의료 기관의 사명을 파괴하기 위해 설계된 "트로이 목마"라고 규정했다. 정부가 의사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신앙 양심을 위배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강요'라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조력 자살로 사망한 환자의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이 '자살'이 아닌 '기저 질환'으로 기재된다. 사실관계마저 덮어버리는 이 조항은 죽음의 본질을 호도할 위험이 있다. 진정한 연민은 죽음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완화 치료와 정신적 지지를 통해 환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지키도록 동행하는 것이다. 일리노이주의 선택이 과연 '진보'인지, 아니면 생명 경시 풍조로의 '퇴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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