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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문건과 트럼프를 대하는 미국 교회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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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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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PRRI의 2025년 미국 가치 조사에 따르면, 엡스타인 문건 공개 논란을 '중요한 문제'로 보는 백인 복음주의자는 9%에 불과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대한 지지는 51%로 종교 그룹 중 유일하게 과반을 넘겼다. 이는 정치적 팬덤이 도덕적 판단 기준마저 흔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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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인 복음주의자 10명 중 1명만이 엡스타인 성범죄 문건을 위중한 사안으로 본다는 통계는 신앙의 윤리가 정치 논리에 잠식된 현실을 방증한다 (AI사진)

 

아동 성범죄와 권력의 유착을 드러낸 '엡스타인 문건'은 그 자체로 사회적 충격이다. 그러나 이 충격적인 스캔들 앞에서, 통상 도덕적 가치의 최후 보루를 자처해 온 백인 복음주의 그룹이 보여준 반응은 기이할 정도로 차갑다. 성 윤리에 누구보다 민감해야 할 이들이, 정작 거대 성 스캔들 앞에서는 침묵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현상. 이것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고도로 훈련된 정치적 선택의 결과로 읽힌다.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발표한 '2025 미국 가치 조사(American Values Survey)' 데이터는 이러한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엡스타인 문건 공개 논란이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답한 미국인은 전체의 19%에 불과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28%가 중요하다고 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단 9%만이 이 사안을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주목할 점은 종교 그룹별 반응이다. 흑인 개신교인(27%)과 히스패닉 가톨릭(30%)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지만,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은 9%만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백인 주류 개신교(13%)나 백인 가톨릭(14%)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트럼프라는 프리즘: 사실보다 강력한 지지

 

이러한 낮은 관심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직결된다. 엡스타인 문건 논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방식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미국 전체 응답자의 긍정 평가는 28%에 그쳤다. 그러나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 그룹은 달랐다. 이들 중 51%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모든 종교 그룹을 통틀어 유일하게 과반이 지지를 보낸 수치다.

 

흥미로운 지점은 같은 백인 복음주의 내에서도 '트럼프 호감도'에 따라 극명한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백인 복음주의자는 무려 67%가 그의 엡스타인 건 대응을 지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호감인 백인 복음주의자의 지지율은 8%에 불과했다.

 

이는 현재 미국 교회의 판단 기준이 성경적 가치보다 정치적 진영 논리에 의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앙의 동질성보다 정치적 선호도가 사안을 바라보는 렌즈를 결정짓는 셈이다.

 

음모론과 현실 사이의 인지부조화

 

이번 조사에서 가장 역설적인 대목은 '큐어넌(QAnon)' 추종자들의 태도다. 큐어넌은 미국 정계와 재계가 사탄을 숭배하는 소아성애자 집단에 의해 조종된다고 믿는 음모론 그룹이다. 논리대로라면 아동 성범죄와 연관된 엡스타인 이슈에 가장 분노해야 할 집단이다. 실제로 큐어넌 신봉자의 27%는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해, 의심자(18%)나 거부자(17%)보다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대한 평가로 넘어가면 상황은 반전된다. 큐어넌 신봉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39%나 지지했다. 이는 큐어넌 거부자들의 지지율(16%)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PRRI 연구진은 이에 대해 "큐어넌 신봉자들에게 트럼프는 단순한 정치인을 넘어 신화적인 존재로 인식된다"며 "그들은 트럼프의 행동을 자신들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엡스타인 문건이라는 '팩트'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우리 편이 그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였다. 백인 복음주의와 기독교 민족주의 지지층(56% 지지)이 보여준 견고한 방어막은, 진실 규명보다 정치적 승리를 우선시하는 미국 교회의 서글픈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교회가 세상의 소금으로서 부패를 방지하기보다, 특정 권력의 방부제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뼈아픈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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