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요약] 영국 국교회(Church of England)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으로 사라 뮬럴리 런던 주교가 임명됐다. 전임자의 아동 학대 스캔들 사임 후 중책을 맡았지만, 그의 임명을 두고 여성 성직과 동성 커플 축복에 반대하는 보수적 성공회 연합(Gafcon)이 강력히 반발하며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분열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첫 여성 캔터베리 대주교 사라 뮬럴리 (AI사진)

영국 국교회(Church of England)의 최고 지도자인 캔터베리 대주교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임명됐다. BBC 보도에 따르면, 전직 간호사장 출신인 사라 뮬럴리(63) 런던 주교가 아동 학대 스캔들로 사임한 저스틴 웰비 전 대주교의 뒤를 잇게 됐다.

이번 임명은 10월 3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되었으며, 키어 스타머 총리를 거쳐 국교회의 명목상 수장인 찰스 3세 국왕의 재가를 받았다. 2018년 여성 최초로 런던 주교에 임명되며 주목받았던 뮬럴리 주교는 이로써 전 세계 8천 5백만 성공회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뮬럴리 신임 대주교는 임명 직후 "교회 내 학대 문제의 유산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모든 행동에 빛이 비춰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뮬럴리 신임 대주교는 35년간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몸담으며 최고 간호 책임자까지 역임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6년 사제로 서품받은 후, 그는 교회의 학대 문제 개혁에 참여했으며 2023년에는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허용하는 결정을 "교회를 위한 희망의 순간"이라고 평가하며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대와 우려 교차… 분열의 골 깊어지는 성공회

그러나 이번 임명을 둘러싸고 세계 성공회 공동체 내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보수적인 성공회 교회 네트워크인 '가프콘'(Gafcon, Global Fellowship of Confessing Anglicans)은 즉각 성명을 내고 "슬픔으로 소식을 접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가프콘 의장인 르완다의 로랑 음반다 대주교는 "세계 성공회의 대다수는 여전히 성경이 남성에게만 주교직을 허락한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뮬럴리 신임 대주교가 동성 커플 축복을 지지한 점을 들어 "결혼과 성 도덕에 관한 비성경적이고 수정주의적인 가르침을 조장한다"고 지적하며, 회개 없이는 "그들의 배교와 함께 걸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가프콘은 이미 전임자인 웰비 대주교가 동성 커플 축복을 추진했을 때 그의 지도력을 거부하며 분열의 길을 걸어왔다.

반면, 남아프리카 성공회는 이번 임명을 "역사적"이라며 환영했고, 케냐 성공회 최초의 여성 주교인 에밀리 온양고 주교도 "새로운 새벽"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온양고 주교는 가프콘의 견해가 성경적이기보다는 "교회에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가부장적 관점"이라고 반박하며, "새 대주교는 경청하는 겸손한 인물이며, 이는 지금 교회에 꼭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

역사적인 첫 여성 대주교의 탄생이 교회의 혁신과 포용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여성 안수와 동성애 문제로 이미 깊어진 교단 내 균열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새롭게 임명된 뮬럴리 대주교가 첨예한 신학적 대립 속에서 세계 성공회 공동체의 일치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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