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프스 재판 100년, ‘두 개의 책’을 주신 하나님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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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6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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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1925년 스코프스 재판은 기독교 신앙을 반지성적으로 보이게 했다. 100주년을 맞아, 오늘날 교회는 하나님이 주신 ‘성경’과 ‘자연’이라는 두 계시가 충돌하지 않음을 믿고, 과학을 창조 섭리를 탐구하는 도구로 삼아 복음의 본질에 집중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100년 전 신앙과 과학의 법정 대결 (AI 생성사진)
1925년 여름, 미국 테네시 주의 작은 마을 데이턴은 온 나라의 이목이 쏠린 뜨거운 무대가 되었다. 당시 테네시 주는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이 법에 맞서 고등학교 교사였던 존 스코프스가 의도적으로 진화론을 가르쳤고, 이로 인해 역사에 길이 남을 재판이 시작됐다. ‘스코프스 재판’ 또는 ‘원숭이 재판’으로 불리는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법정 공방을 넘어선 것이었다.
재판은 20세기 초 미국 사회를 양분하던 두 거대한 흐름의 충돌이었다. 한쪽에는 성경의 권위와 전통적 신앙을 수호하려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과학적 이성과 현대적 사고를 앞세운 세속적 인문주의가 있었다. 검사 측에는 당대 최고의 연설가이자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이, 변호인 측에는 유명한 변호사이자 불가지론자였던 클래런스 대로가 나서며 재판은 더욱 극적인 양상을 띠었다.
결과적으로 재판 자체는 스코프스의 유죄 판결로 마무리되었다. 법적으로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승리한 셈이다. 하지만 재판 과정이 라디오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세상의 평가는 완전히 달랐다. 변호인 대로가 검사 브라이언을 증인석에 세워 성경의 문자적 해석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자, 기독교 신앙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비이성적이며 맹목적인 모습으로 비춰졌다. 법정에서는 이겼지만, 여론의 재판에서는 참패한 순간이었다.
법정에서는 이겼지만, 세상에서는 패배했다
스코프스 재판이 개신교, 특히 복음주의와 근본주의 진영에 남긴 상처는 깊었다. 이 재판을 통해 세상은 기독교를 ‘과학과 이성을 거부하는 집단’이라는 틀 안에 가두기 시작했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는 복음 전파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결국 많은 복음주의 교회들은 세상과의 지적인 대화를 포기하고 스스로 문을 닫는 길을 택했다.
이후 복음주의자들은 세상의 문화를 비판하고 거리를 두면서, 자신들만의 견고한 성을 쌓는 데 집중했다. 신학교와 대학, 출판사와 방송국 등 독자적인 기독교 하위문화를 구축하며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신앙 공동체를 보호하는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과학과 신앙은 함께 갈 수 없는 적대적 관계로 굳어졌고, 이러한 구도는 1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코프스 재판 100년, 복음주의가 얻어야 할 지혜
스코프스 재판 100주년을 맞는 오늘날의 개신교회는 이 역사적 사건을 통해 귀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첫째는 ‘문화 전쟁’의 함정을 피하는 지혜이다. 스코프스 재판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적으로 규정하고 싸우는 방식이 오히려 복음의 문을 닫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상을 힘으로 바꾸려 하기보다, 진리와 사랑으로 설득하고 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하나님이 주신 두 권의 책을 신뢰해야 한다. 복음주의 신앙의 핵심은 하나님께서 성경이라는 ‘특별 계시’와 온 우주 만물이라는 ‘일반 계시’를 통해 자신을 나타내신다는 믿음이다. 두 계시의 저자가 동일한 하나님이시기에, 성경의 진리와 과학을 통해 발견하는 자연의 원리는 결코 근본적으로 충돌할 수 없다. 스코프스 재판의 비극은 마치 이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잘못된 틀을 제시한 데 있다. 오히려 정직한 과학 연구는 창조 세계의 신비와 질서를 밝혀내어 창조주의 위대하심을 찬양하게 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회의 에너지를 가장 본질적인 사명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세상과의 모든 싸움에서 이기려 하기보다, 한 영혼을 구원하는 복음의 능력에 집중하는 것이 교회의 존재 이유이다. 스코프스 재판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세상 법정에서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십자가의 도를 통해 세상을 감동시키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길은 논쟁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사랑과 섬김을 통한 자기희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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