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압수수색 '특검 과잉 수사' 논란…"종교의 자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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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25-07-22 06:54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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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팀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압색에 우려 잇따라
"교회 공동체 전체에 '범죄자'프레임' 씌워"
해병대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극동방송을 압수수색하자 개신교계가 술렁이고 있다. 혐의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성직자들이 압수수색 대상이 되고, 그 사실이 여과 없이 공개되면서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김종혁 목사)은 22일 성명을 내고,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극동방송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한교총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대표자 사택과 개인 소유물뿐 아니라 교회시설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며 "공권력 행사는 공공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정당한 목적 아래, 그 수단의 적합성과 침해의 최소성, 법익 간 균형성의 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꽃다운 나이의 청년이 부당한 명령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한국교회는 깊이 공감하며 협조의 뜻을 갖고 있다"면서도 "이번 압수수색은 정당성이 부족했으며, 교회의 상징성과 신성을 침해했고 비례성과 최소침해 원칙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교총은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성도 수 60만 명에 이르는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라며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이번 사태의 파장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압수수색은 절차적 정당성 여부를 떠나 종교의 자유 침해를 야기했고, 교회 공동체 전체에 범죄자 프레임을 씌운 셈"이라며 "특검팀은 참고인을 피의자처럼 취급하고, 교회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시행한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교회언론회도 21일 논평을 통해 "참고인인 목회자를 마치 피의자처럼 압수수색한 것은 명백하게 교회를 탄압하려는 자세"라며 "종교에 대한 존중심은 말할 것도 없고,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못하는 가벼움을 나타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기독교와 해당 교회에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과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특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교계 인사들을 통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수사 당국이 이례적으로 교계 상징성이 큰 인사들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 수사에 나서자 현장 목회자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인천 지역의 한 목사는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 바 없지 않느냐"며 "그런데도 마치 특정 혐의가 있는 듯 압수수색 사실이 과도하게 공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교회 목사는 "수사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종교계 특성을 감안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이뤄졌어야 했다"고 전했다.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이영훈 목사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LKB평산의 강찬우 변호사는 "특검 수색팀 7명이 이 목사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당시 혼자 있던 배우자가 남편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전화통화를 하지 못하게 막았다"며 "이로 인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했고, 권리 보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채 주거지가 수색당하고 자료를 압수당했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이는 압수 현장에서 변호인의 참여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위법한 압수수색이므로, 관련자료의 즉시 반환과 위법한 업무집행을 한 관련자들의 인적사항 공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특검 측의 '사건 대국민 보고'를 거론, 피의사실 공표의 부분적 예외이기는 하나 "관련자의 인권을 고려해 필요최소한도로 운용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 "관련성이 희박한 다수의 통화기록만을 근거로 참고인의 주거지와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은 과잉수사에 해당한다"며 "그런데도 특검 관계자가 '임 전 사단장이 이 목사 등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구명 로비를 한 정황이 있는 듯이' 수사 상황을 공개함으로써, 참고인의 명예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임 전 사단장과의 통화기록만으로 종교시설과 종교인을 압수수색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과잉 수사"라고 지적했다.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이영훈 목사는 20일 주일예배에서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순직 해병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떤 공직자나 기관에 청탁한 사실이 없고, 누구에게도 사건을 언급하거나 부탁한 적이 없다"며 "무리한 수사로 수사의 본래 목적인 인권보호와 진실규명이라는 본말이 전도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또 경계해 달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특히 "교회는 하나님을 섬기고 예배하는 성스러운 장소"라며 "목회자와 교인들에게 교회는 생명보다 소중히 지켜야 할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 누구도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신성한 교회의 모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교회에 대한 존중을 요청했다.
최상경 기자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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