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삶 터전 잃고 망연자실…120년 교회도 화마 덮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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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25-03-27 10:16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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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 인원만 3만여명…22명 사망
역대 최악 산불에 교회 피해 잇따라
의성 산불이 엿새 만에 경북 5개 시·군을 휩쓸면서, 보금자리가 불 타고 교회가 전소하는 등 지역사회의 산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120년 역사를 지닌 경북 의성군 하화교회가 안타깝게도 이번 산불 화재로 전소됐다.(예장통합 경안노회 제공)
27일 기준 진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대형 산불 지역은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북동부권이다. 전체 산불영향구역은 3만3,204㏊로 집계됐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면적 2만3,794ha를 훌쩍 넘는 면적이다.
북부권 산불이 계속 동진해 동해안까지 이르면서 그 경로를 따라 인명·재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안동(4명), 청송(3명), 영양(6명), 영덕(9명) 등 4곳에서 주민 22명이 사망했다. 전날 의성군에서는 진화 헬기 추락으로 70대 조종사 1명도 숨졌다.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산불 피해 주민들은 불편한 대피소 생활을 계속하면서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번 산불로 인한 경북도내 대피 인원은 3만3,000여명으로 이 가운데 1만5,400여명은 여전히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주택 2,448개소와 공장 등 건축물 2,572개소·2,660동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해안가인 영덕의 경우 주택 외에도 어선, 양식장 등이 타는 피해가 이어지고 있고, 한때 전 지역 통신도 두절됐었다.
한 이재민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처참하게 그을린 집을 생각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산불 발생 이후 6일째로 접어들면서 대피소 생활에 지친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주거시설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시민들도 쉬지 않고 오는 재난 문자에 긴장의 연속이다. 또 어디로 대피해야 안전한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산불로 인한 연무에 미세먼지까지 짙어져 마스크를 껴도 메케한 냄새로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화마에 경북 지역 교회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1904년 설립돼 120년 역사를 지닌 경북 의성군 하화교회(김진웅 목사)도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전소됐다.
김진웅 하화교회 목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불길이 번지며 불덩이가 비처럼 쏟아졌다"며 "예배당과 사택에 불이 붙기 전 가까스로 빠져나왔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목사는 마을 동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곤 3일 동안 동쪽 산에 물을 뿌려가며 버텼다. 그러나 화마는 예상치 못하게 남쪽 산에서 번져왔다. 불길은 마을을 집어삼킬 듯 번졌고 불덩이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졌다. 불비가 떨어지는 곳마다 불바다가 됐고, 교회도 불길에 휩싸였다.
김 목사는 "새벽기도를 지키겠다며 끝까지 교회에 남아있던 장로님의 아들이 김천에서 급히 찾아와 일행을 차에 태워 피신시켰다"며 "하나님의 은혜로 가까스로 피신했지만 교회를 어떻게 재건할지, 뿔뿔이 흩어진 교인들이 잘 지내는지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 불길에 타버린 청송 덕천교회(임영득 목사) 사택이 불길에 타버렸다.(예장통합 경안노회 제공)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경안노회 측에 따르면, 하화교회를 비롯해 구계교회(강정구 목사)와 사랑의교회(김선희 목사), 금곡교회(김삼철 목사) 교육관, 임하교회(남두섭 목사), 하국곡교회(전병오 목사), 원동교회(장택환 목사), 일직교회(이창식 목사) 등 10여 교회의 건물·차량 등이 전소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김정석 감독회장) 소속 교회 8곳도 산불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감 측에 따르면 빛과 소금교회(최병진 목사)도 사택이 전소됐다. 안동제일교회(백종석 목사)와 영덕중앙교회(조황재) 성도들의 주택도 전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각 교단 및 연합기관들은 이재민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교회 최대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김종혁 대표회장)은 산불 피해 지역을 돕기 위한 모금과 지원 활동에 나선다.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인 긴급구호대책 대표 이욥 목사는 28일 현장을 방문해 피해 주민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한교총은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 지속적인 구호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교총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는 목회서신을 통해 "피해 주민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며, 한국교회가 피해 주민을 위한 기도와 구체적인 지원을 통해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체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욱 기자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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