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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르르한 건물이 부흥의 척도’…교회 본질 망각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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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ㆍ201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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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2013년 ‘한국교회, 다시 희망을’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한국교회가 풀어가야 할 주요 현안들을 매월 기획특집기사를 통해 다루기로 했다. 1월 신년기획 ‘교회 세습’에 이어 2월 특집기획의 주제는 ‘교회 건축’이다. 무리한 교회 건축으로 인한 병폐와 현상을 들여다보고 그 대안을 짚어봄으로써, 한국교회가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한국교회의 건축바람은 경제성장과 맞물린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교회가 경제적 번영기에 들어 외형을 정비하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설립 목적과 존재이유가 세상의 가치와는 정반대여야 하는 교회가 그만 ‘건축’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는 점이다.

 

국가 경제개발 형태 교회가 그대로 답습

 

한국경제는 1970-80년대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한다. 이는 모든 역량을 산업화에 집중한 결과 이뤄낸 고도의 성장으로 한국교회의 부흥과도 연결됐다.

 

이 때 교회도 외형을 갖추기 위한 채비를 했고 자연스럽게 건축 붐이 일어났다. 세계 최대 교회가 한국에서 탄생한 시기도 이때다. 그러다 서서히 크고 웅장한 건물을 갖는 것은 곧 부흥이라는 잘못된 공식이 성립되기 시작했고 이런 성장제일주의는 현재까지 한국교회에 이어져 오고 있는 주요 기조가 됐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운영위원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는 “한국교회는 1970-80년대 급속한 성장을 하면서 성장주의를 내면화했다"며 "그로 인해 교회건축과 같은 여러 문제를 야기해 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고 그것이 결국 기독교의 내적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최형묵 목사는 “교회가 정부의 경제개발, 선성장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했기에 어두운 이면까지 똑같이 답습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한국교회의 절대적 논리가 복음에 있지 않고 규모를 키우고 과시하는 쪽으로 기울다보니 현재 그 병폐가 너무 심각해 자정능력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성장제일주의와 맘몬사상 급속히 유입…병폐

 

성장제일주의가 교회에 유입되면서 교회의 외형적 확장에 대해 당위성을 제공해줬고 건물의 대형화와 목회자 중심의 재벌적 구조를 낳았다. 크고 잘 갖춰진 예배당을 짓는 일이 곧 성도들을 많이 끌어 모으고, 하나님의 더 큰 사명을 감당하는 ‘큰사역’으로 여기는 풍조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이런 만연된 풍조 속에 성전건축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예배시간에 건축헌금, 작정헌금 등을 강요하는 일이 잦아져 헌금피로감을 호소하며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도 늘어났다.

 

곪은 상처는 때론 내부에서 감당하지 못하고 터져 나와 세상에 보이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교회개혁을 외치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서울시에서는 교회의 상습적 세금 체납을 지적하며 조세정의를 실현하기위해 교회를 특별 관리(헌금 압류)하겠다고 시사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사회지도층 및 종교계의 체납사실을 공개하며 “이들은 사회적으로 보다 높은 준법의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조세정의실현’차원에서 특별관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지적한 종교단체 가운데 개신교 교회가 49억원(37곳), 불교단체가 3억원(5곳)이었다. 체납원인의 대부분은 건축과 관련된 내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종교단체의 경우는 대부분 종교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해서 지방세를 비과세 받은 후 2년 이상 보유 3년 이상 종교 목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데 이를 지키지 못해 다시 부과(추징)된 경우다”고 설명했다.

 

교회의 대형화 건축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유지 해온 교회개혁실천연대 박득훈 목사(언덕교회)는 “교회건축을 통해 더 큰 규모의 교회를 만들고 그 힘을 바탕으로 하나님나라를 위해 더 큰 일을 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교회건축의 신앙적ㆍ신학적 정당성은 상실되고 만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권 대출 90% 한국교회 빚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서 종교단체에 빌려준 돈이 자그마치 5조원 가량이고 그중 기독교 비중이 90%가 넘는다. 대부분 성전 건축비용에 들어간 돈이며 일반 금융권이 아닌 특수은행, 제2금융권까지 합하면 그 수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부터 교회 대출이 수치상 눈에 띄기 시작해 2008년 31건에서 2012년 64건으로 4년 사이 두배 이상 껑충 뛴 것을 알 수 있다. 교회건축 붐이 IMF때 잠시 주춤 했다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몇해전 교회 건축을 마친 한 목회자는 은행권 대출이 크게 늘어난 원인에 대해 “은행이 교회를 사업적 파트너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며 자금 확보를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건축 후지불을 감행하는 교회가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규모가 작은 교회일수록 빚을 많이 지게 되고 이자감당이 힘들다”고 사정을 전했다.

 

'건축올인' 교회 존폐위기에 몰아넣고 세상이 걱정해주는 상황 만들어

 

무리한 건축은 교회의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며 존폐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 지난해 법원경매에 나온 종교시설(교회, 사찰 등)은 총 300여건 정도였다. 2008년 181개, 2009년 227개, 2010년 299개로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장기적인 경기침체 여파가 종교계에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대출을 받아 건물을 증축했거나 신축한 이후 원리금을 제때 내지 못해 경매로 넘겨진 경우도 상당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구제와 선교는 뒷전으로 밀려

 

얼마 전 세습으로 논란을 빚었던 Y교회는 부채가 217억원이며 각종 대출이자와 수수료 지불이 18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강남에 초대형 건물을 짓고 있는 S교회는 외부에 알려진 비용만 해도 2000억원이다. 그 외에도 광화문 S교회 208억, 분당 G교회 188억, 인천 J교회 130억원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쯤하면 한국교회 대표적 교회들이 건축비용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교회의 모든 역량이 ‘건축’에 집중되면서 영혼구령, 구제, 봉사라는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했다는 점이다. 결국 교인들의 피땀 어린 헌금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은행대출원금과 이자로 나가는 잘못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결과 서울권 여러 교회들이 건축빚을 충당하기 위해 다른 목적으로 낸 헌금을 끌어다 쓰고 있었다. 게다가 주일학교와 같이 미래 꿈나무를 양성하는 데 들어갈 돈이 건축 때문에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경우도 목격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성도들도 교회건축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서울 대방동 한 성도는 “구제와 선교는 돈이 남았을 때 하는 것이 아닌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이자 교회의 존재이유다. 그렇지만 현재 교회가 건축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째 건축빚 잔치중이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성도는 자신이 좋아했던 교회가 대형 건축을 시도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예배당 자체에 대한 회의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상도동 한성교회 신성남 성도는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단 하나의 건물도 짓지 않으셨다. 단 하나의 종교기관도 만들지 않으셨다. 그냥 그분의 삶 자체가 진리이고 사랑이고 또한 복음이었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이렇듯 한국교회는 건축에서 길을 잃고 성장제일주의, 맘몬에 사로잡혀 여러 폐단을 경험했다.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라도 ‘건축은 곧 교회부흥과 성장의 상징’이란 사고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교회를 세운 목적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연희 ⓒ 뉴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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