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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우상숭배인가/원전으로 확인하는 제사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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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ㆍ2006-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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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공경을 십계명의 대인계명 첫 번째로 여기는 기독교를 불효의 종교라고 낙인찍은 가장 큰 이유는 기독교가 전통적 제사와 충돌하였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살아계신 부모님 섬김 뿐만 아니라 조상에 대한 제사를 포괄해서 효도라고 했기 때문에 제사 없는 기독교를 불효의 종교라 한 것이다.

기독교는 제사를 우상숭배로 여긴다. 이것은 전래 초기의 천주교회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이로 인한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비록 오늘날의 천주교회가 제사를 우상숭배 아닌 전통문화이자 한국 고유의 예법으로 여기며 허용하고 있지만, 기독교인 상당수는 여전히 이 문제로 고민하고 가족 간 갈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의 제사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에 즐거워야할 명절이 가족 간 갈등으로 얼룩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무리 성경에서 형제간의 화목을 강조하며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마5:23~24)고 했어도, 또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며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아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딤전5:8)고 했어도, 제사문제에 관한한 형제간 양보 없는 전쟁이 명절 때마다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18:18)

그렇다면 제사문제로 얽힌 가족 간의 갈등은 더 이상 회피할 문제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교계지도자와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나서서 풀어야할 과제이다. 사실 신학자들이나 교계지도자들은 제사문제에 관한한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수많은 교인들이 이 문제로 갈등하고 아파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들을 치료하고 지도해야할 지도자들은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 통계청 종교인수 조사결과 기독교인은 줄고 천주교인은 급신장하였는데, 거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전통문화를 비롯한 제사문제에 대한 관대한 태도와 배타적 태도, 즉 문화포괄주의와 문화배타주의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포괄주의적 입장에서 제사를 우상숭배 아닌 예의범절 정도로 말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우상숭배 아닌 단지 추모의식이라는 단서가 있다면, 기독교계에서도 새로운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춘추』양공24년조에 제사의 또 다른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기사가 보인다. 노(魯)나라의 상경(上卿) 숙손표(叔孫豹)가 진(晉)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진나라 상경 범선자(范宣子)와 토론한 내용이다.

범선자가 “옛 말에 죽어도 영원불멸(※원문엔 不朽)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무슨 말입니까?”라고 질문하자, 숙손표가 영원불멸의 내용을 세 가지로 답하였다. 덕을 세우는 것(立德), 공을 세우는 것(立功), 말을 세우는 것(立言). 이 세 가지를 영원불멸의 내용으로 지목한 것이다. 바로 이 항목들은 다름 아닌 고대 동양인의 인생철학이요 인생목적이었다.

중국근대사상가 전목(錢穆)은 이것을 『중국역사정신』에서 기독교인과 비교하였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우리들은 하나님의 마음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마음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영원불멸한다는 것이다. 같은 방법으로 숙손표의 말을 해석하면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만일 타인의 마음에 자신이 항상 존재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영원불멸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마음속에 당신이 없다면 당신은 살아있지 않은 것과 같다. 마치 자식들의 마음속에 아버지가 없다면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해석이다.

현세적 동양인의 인생철학을 잘 표현한 내용이다. 전목의 결론은 그렇기 때문에 “인생의 영원함은 현실세계에서의 영원함만 있을 뿐, 인간세상을 초월한 다른 어떠한 영원함은 있지 않다.”며 동양인의 현세 지향적 세계관을 설파하였다.

이 같은 동양인의 인생철학에서 배태된 것이 효도이고, 효도란 전목의 표현을 빌리면, 내심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런 행위이며, 그렇기 때문에 효도하고, 또 효도 받는 것은 하나의 삶의 즐거움인 것이다.

생전의 효도도 그렇고 돌아가신 후의 효도 역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전목은 “장사·제사의 예는 결코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된다는 입장에서 드리는 게 아니고, 또한 풍속이 사람을 강압해서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것 역시도 인류 효심의 한 자연적인 요구이며 경향인 것이다.”고 주장하였다.

장례의 기원을 알려주는 『맹자』「등문공」상편의 내용도 흥미롭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장례가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들판에 시체를 버렸다. 어느 날 우연히 길을 가다가 온갖 짐승과 벌레지가 시체를 파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것이 바로 자신의 부모인 것을 알고는 온 몸에 식은땀이 나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부모의 시체를 땅에 두터이 묻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였다는 이야기이다. 그 후 무덤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장례와 제례의 기원을 상징하는 이야기이다. 이렇듯 동양적 장례와 제례는 극히 자연스런 인간의 감정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거기에 어떤 종교적 혹은 윤리적 의식이나 절차가 가해진 것은 훗날이었다. 물론 그것도 누구나, 아무나 그렇게 한 것도 아니고 공덕이 있는 사람만을 제사지냈으니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제사와는 한참 달랐다.

제사가 귀신(우상) 숭배 아닌 덕(德)·공(功)·언(言)에 대한 추모이자 찬양이라는 내용은 여러 군데 있다. 하나만 더 들어 보자. 『췌어』「천인질」의 내용이다.

“보본반시의 도, 즉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넓다. 다만 천지의 신기에 대해서만도 아니고, 자기 조상에 대해서만도 아니다. 공덕이 있는 것은 자신의 혈육이 아니더라도 제사를 지낸다. 커다란 재난을 막았던 사람들에게는 나라 전체가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제사를 지내는 대상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호구나 우물, 부뚜막에서 고양이나 호랑이에 이르기까지 공덕이 있는 것이면, 모두 제사지내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제사를 우상숭배라고 해서 그 대신 추도식(追悼式)을 추천하고 있다. ‘추도’의 ‘도’가 ‘슬퍼한다’는 뜻이므로 ‘그리워한다’는 ‘추모’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 그 의미는 돌아가신 분을 기린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그렇다면 조상에 대한 공경과 추모의 정을 기본으로 하는 동양적 제사의식과 역시 맥락상 다를 수 없고, 또 같은 마음으로 행해지는 예식이라면 절하고 절하지 않고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김덕균 편집자문위워/성산효대학원대학교 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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