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약해지고 더 낮아짐'.. 한국교회 위기 극복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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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ㆍ2012-07-19 00:0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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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안팎의 여러 현안들을 짚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교계 원로들은 ‘한국교회 위기 극복,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18일 오후 한 자리에 모였다.
‘뉴스파워’ 주최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남교회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 김명혁 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장 전병금 목사,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이사장 손인웅 목사가 참석해 당면한 한국교회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이성 문제와 재정 문제 등으로 회자되고 있는 후배 목회자들의 현실과 교권주의로 인한 연합기관 분열과 상호 비방 등 한국교회 내적 문제들에 통렬한 자기비판과 반성, 선배 목회자로서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물의를 일으킨 목회자들에 대해 ‘나 때문에 한국교회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을까,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 신뢰도가 얼마나 떨어졌을까, 젊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지는 않을까 이런 부분을 깊이 생각한다면 답이 나올 것’이라면서 실수 이후의 바람직한 처신을 강조했다.
교회 연합기관의 분열에 대해서는 공동의 비전과 리더십 상실을 원인으로 꼽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연합기관 사역은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교권화되고 교권주의에 사로잡히다 보니 오늘날 대표회장 선거로 인해 분열까지 이르게 됐다고 분열의 원인을 진단했다.
이날 긴급좌담회를 기획하고 이끌어 낸 김명혁 목사는 시작에 앞서 “내가 이런 좌담회에 나와 말할 자격이 있는가, 이 생각이 아침부터 종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면서 “도무지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가득하지만,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로 이 얘기가 하나님이 받으심직 하고, 한국교회에 조금이라도 유익이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교회를 염려하는 마음에 대안을 제시하고 싶으면서도 자신을 돌아보는 원로의 성찰과 조심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었다.
다음은 이날 좌담회 전문이다.
- 최근 교회에 물의를 일으킨 목회자의 새로운 교회 개척 등 목회자 윤리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다. 목회 선배로서 충언해 달라.
손인웅(이하 손) : (물의를 일으킨)이 분들이 ‘나 때문에 한국교회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을까,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 신뢰도가 얼마나 떨어졌을까, 젊은 청년들이 교회를 등지고 다시는 교회를 안 다니겠다는 수가 얼마나 많을까’ 이런 걸 깊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답이 나올 거다. 물론 회개하면 새 역사가 일어난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세포 하나까지도 새로워지는 과정을 거쳐, 이제 내가 사회를 위해 공헌할까 이렇게 나가야 된다. 그런 면에서 생각할 때 이런 분들이 정말 회개를 했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 이후에 어떻게 다스려 나가느냐이다. 큰 책임을 느끼고 새로워져야 할 거다.
전병금(이하 전) : 목회자가 재정 문제로 인해 사회로부터, 또 교회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교회 목회는 목사 혼자 목회를 하는 것이 아니고 교인들의 대표인 장로를 뽑아서 목사와 장로가 하도록 만들어졌다. 개신교로부터 민주주의의 대의정치가 출발했다. 공동으로 상의를 하고, 재정의 투명성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누가 얼마나 횡령한다든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런 부분을 교인들이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는 것도 문제다. 재정의 투명성이 생기면 재정 사고도 생길 수 없을 거다.
김명혁(이하 김) : 한국교회가 돈과 이성 문제로 인한 죄를 계속 범하고 있다. 이분들만 탓할 수 없다. 왜 이렇게 됐을까. 20~30년 전만 해도 절대 이런 일이 없었다. 절대 청빈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는 돈을 좋아하고 이성 관계가 문란하다 보니 한 사람 두 사람 넘어지는 게 아닌가. 나는 이분들을 최종적으로 정죄할 자격은 없다. 문제는 처절한 회개가 있는가, 치리가 있는가의 문제다. 치리가 없는 건 장로교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치리할 권한도 없어지지 않았나. 그렇다면 스스로도 치리할 수 있지 않는가. 치리하면서 새로 일어난다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처절한 회개가 있고 벌을 받은 후에 새롭게 일어나야 한다. 최근 이런 소식이 잇따라 들리면서 나는 계속해서 누군가 나를 돌로 치기 전에 나 자신을 쳐야 한다는 하나님의 사인이 아닌가 계속 생각하게 된다.
- 목회자 개인과 개교회 문제를 넘어 보수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분열과 갈등도 큰 문제다. 한기총의 분열로 한교연이 만들어졌다. 이와 같은 분열의 원인이 뭔가.
손 : 할 말이 없다. 헌신하고 봉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연합기관이다. 그런데 이것이 교권화 돼고 교권주의에 사로잡히게 돼 버렸다. 이게 무슨 권력이라고 힘이 있는가 해서 치열하게 교권 쟁탈을 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 자기가 속한 조직을 무자비하게 부숴버린다. 교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모든 교회 조직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예수님 정신으로 종이 되는 거다. 자기를 죽여서 한국교회를 위해서 헌신하는 거다. 그런데 교권화 돼버리니까 이렇게 문제가 된다. 마치 유대교 제사장들이 교권화 돼서 예수님 죽인 것과 마찬가지다. 당시 예수님을 죽인 대제사장들과 지금의 교권주의자들이 다를 바 없다.
전 : 한국교회 신학에 문제가 있다. 번영신학, 개인화된 사(私)적 신앙이 굉장히 위험하다. 한국교회에 제자훈련이 많이 있는데,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이것이 교회의 제자를 만들어버렸다. 우리 교회는 훌륭하고 다른 교회는 훌륭하지 않다는 식이다. 모두 사적 신학에서 나온 산물이다. 한국교회 대부분이 사적 신학을 가지고 있다. 최근 공공신학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제자훈련도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세상을 어떻게 섬겨 이웃과의 관계에서, 다종교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나갈 건가를 교육해야 한다. 이런 정치 상황에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남북관계는 어때야 할까, 한미 관계는 어떻게 돼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데, 사적 신앙에 매몰됐다. 교회에서는 훌륭한데 생활과 신앙이 연결이 안 되는 거다. 사사화된 성도들을 공공성 있는 신자로 다시 교육시켜야 한다. 제자훈련을 보완시켜야 한다.
김 : 한국교회 문제는 세속화, 인간화, 정치화로 인한 분열이다. 한기총 문제도 그렇다. 한기총을 보니 처음에는 분노와 증오를 정당화하더라. 그러더니 분노와 증오를 행동화했다. 결국 수 만 명이 시청 앞에 모였다.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가 정치화, 대형화 됐다. 기독교의 특징은 약함과 온유함과 겸손과 착함이다. 그런데 요즘은 분노와 증오가 더 강하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서로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더라. 서로 미안하다고 해야될 텐데, 오히려 서로 가만 안둔다고 한다. 너무 대결로 가는 것은 인간화 됐다는 것이다. 너무 답답하고 부끄럽다. 얼마전 법륜 스님이 ‘한기총 싸움은 불교에도 해가 된다. 도대체 언제 해결되느냐’고 묻더라. 이런 일은 종교계에 영향을 같이 미친다. 어제 오늘도 서로 싸우니 누가 화해하고 누가 어떡해야 할지, 도무지 앞이 캄캄하다.
- 지금의 한국교회는 공동의 리더십과 공동의 비전을 상실했다. 컨트롤 되지 않는다. 건강한 리더십을 어떻게 세워갈 수 있을까.
손 : 과거처럼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전체를 이끌고 가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런 인물은 탄생하지도 않고, 그런 인물이 나도록 놔두지도 않는다.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그런 리더십을 만들 것인지, 조직의 구조화를 통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조직에서 누가 되든지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NCCK는 교단별로 회장을 맡는다. 의장 역할만 하는 것이다. 과잉 경쟁으로 지도자가 탄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누가 나오든지 잘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전 : 저는 NCCK에서 일했고, 손인웅 목사는 한기총에 있으면서 기구 통합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기구들이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김 :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 교회 역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주기철 목사님은 일본 사람한테 맞아죽었지만 일본인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진정한 목사였다. 조만식 선생은 일본 사람을 일본놈이라고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들을 미워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카리스마와 같은 강력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강해졌다. 약해지고 작아지고 착해져야 된다. 이런 마음을 지닌 분들을 하나님이 보내주시옵소서.
- 최근 종자연 문제로 종교계가 갈등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나.
손 : 종교간 갈등을 해결하자고 한 연구소인데 오히려 갈등을 일으키는 곳이 됐다. 기독교는 이번 일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너무 심각해지기 전에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객관성 있게 연구할 곳으로 정해야 한다. 종자연 측 스스로가 ‘아무리 잘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 않으니 내려놓겠다’ 하면 쉽게 얘기되지 않겠나. 그렇게 권하고 싶다.
전 : 한국교회가 문제가 많다. 그런데 이를 불교계에서 지적한다면 문제가 커질 것이다. 불교나 가톨릭이나 모든 종교는 각각 자기 나름대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각각 자기 개혁에 힘써야지, 기독교에서 불교를 비판한다던가 불교가 기독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던지 하면, 다종교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한국 종교는 3.1 운동도 함께한 좋은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
김 : 이번 일은 인권위원회가 아마 신중하게 결정을 못했던 것 같다. 종자연이 어떤 단체인 줄도 모르고 했거나, 알면서도 넘겼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종교를 옹호하고 타종교를 비판하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한경직 목사님이나 송월주 스님,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들은 서로를 존경하면서 서로의 종교도 존중하고 아꼈다. 서로 낮아지고 섬겨주면 좋을텐데, 교회가 먼저 약해지고 낮아지면 좋겠다.
- 통일이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남북간 불신은 더 커진 것 같다. 한국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손 : 남북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여러 가지 시각이 있다. 최근에 통일기금을 마련하자는 얘기가 나오던데 좋게 생각한다. 직접 지원하는 것은 지원하더라도 그런 것까지는 못하는 국민들이 통일을 대비해서 기금을 모은다면 우리도 준비되고 북한도 마음이 누그러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전 : 한국 기독교는 대북 관계에서 정부가 하는 대로 가서는 안 된다. 하나님이 요청하는 방식대로 해야한다. 물론 북한이 잘못하는 거 많다. 3대 세습이나 금강산 여행객 피살 사건,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등 모두 문제다. 성경에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과, 숯불을 머리 위에 쌓아 놓으라는 말이 있다. 원수를 사랑으로 녹여버리고, 안 녹여지면 하나님이 직접 원수를 갚겠다고 하셨다. 원수도 사랑하라는 가르침대로 북한에 할 수는 없는가.
김 : 국민 정서나 한국교회 정서로는 통일이 가깝지 않다. 소위 일방적인 진리의 깃발을 휘두르는데, 십자가의 사랑과 은혜는 없다. 첫째도 둘째도 십자가다. 십자가 신앙을 회복해서, 북한을 불쌍히 여겨야 한다. 성경은 니느웨도 사랑하라고 그러고, 로마에 가서도 순교하라고 했는데, 그런 신앙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그런 분위기가 바뀌어야 통일이 준비가 된다. 북한을 녹일 수 있는 십자가의 정신, 긍휼과 용서, 사랑을 교회가 먼저 가지면 사회도 바뀌지 않을까.
이동희 ⓒ 뉴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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