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분가한 향린교회 “나뉨은 더 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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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ㆍ2013-01-12 00:0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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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세습, 물량주의, 교회 건축의 폐해로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요즘이다. 이런 가운데 사회선교와 교회 개혁에 힘써온 향린교회가 네 번째 교회를 분가시키며, 나뉨으로 연합을 도모하는 교회 공동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에 본지는 향린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조헌정 목사를 만나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교회공동체의 본질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향린교회 설립 정신에 따라 세 번째 교회 분가
향린교회(조헌정 목사)는 올해 60주년을 맞아 창립부터 이어왔던 ‘분가 선교’ 정신에 따라 또 하나의 향린교회인 섬돌향린교회(임보라 목사)를 탄생시키고, 지난 6일 분가 예배를 드렸다.
1년여 간의 준비와 기도로 이뤄진 향린교회 분가는 교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아름답게 성사됐다. 섬돌향린교회로 가게 된 시무장로 세 명과 교인 80여 명은 그간 향린교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성도들로, 또 다른 얼굴의 향린교회를 세워가고자 자원했다.
조헌정 목사는 “분가 교회는 한국의 많은 교회 중에 또 하나의 교회를 세운다는 의미가 아니”라며 “향린교회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회선교 의식, 공동체 의식, 민족 통일을 향한 마음을 동일하게 이어가고 흩어져서 선교와 협력을 도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창립자였던 안병무 박사의 분가 정신에 따라 1953년 창립된 향린교회는 신앙고백 선언과 교회 갱신 선언을 통해 교인 5백 명이 넘으면 교회를 분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40주년이 되던 1993년 강남향린교회를 분가시켰다. 향린교회의 부목사였던 김경호 목사와 여섯 가정이 참여해 분가한 강남향린교회는 이후 성장하면서 2004년 다시 들꽃향린교회를 세웠다.
조 목사는 “현재 나뉘어진 4개 교회들은 일 년에 몇 번씩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리고, ‘향린공동체협의회’를 구성해 협력 선교에 힘쓰고 있다”며 “사회선교를 중요시하는 만큼 현장에 가서 함께 돕기도 하고, 세미나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교회, 선교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교인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분가 교회를 세우는 향린교회의 ‘분가 선교’ 정신은 교회 공동체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 중의 하나다.
조헌정 목사는 “교회를 흔히 공동체라 하는데 다른 말로 하면 ‘가족’”이라며 “하나님 앞에 가족으로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옆에 앉은 사람 이름이 뭔지, 뭐하는 사람인지, 삶의 고민과 아픔이 무엇인지 나누지 못한다. 교회 본질과 공동체성 면에서 바라볼 때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사 한 사람이 교인의 상황을 파악하고 깊이 알 수 있는 범위는 약 2백 명인 것 같다. 그 이상이 되면 잘 돌본다하더라도 다 헤아리기 어렵다”며 “양떼를 위임받은 목사가 교인 얼굴도 모른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조 목사는 대형교회가 갖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선교적, 목회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교회가 커지면 담임목사는 구조적으로 목회자가 아닌 운영자가 된다”며 “교인들이 많아지면 건물을 증축하고, 교회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 선교에 들어가야 할 교인들의 헌금을 은행 융자, 이자로 쓰는 등 그 병폐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조 목사는 “뭐든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세상이 자본주의 사고로 자동차도, 집도 비싸고 큰 게 좋다는 의식에 젖어있는데 교회도 세상의 풍조를 따라가고 있다”며 “교회는 큰 건물을 세우고 크고 화려한 일을 하라고 부름받은 것이 아님을 목회자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십자가,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
이어 조 목사는 이제 1백 년이 되는 한국교회가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십자가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신앙 수준은 2천 년 된 세계교회 수준에 비하면 5살 아이가 몸집만 키운 것”이라며 “교회가 추구해야 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은 자기 몸을 녹여서 빛을 내고 짠맛을 내는 것인데, 몸집 키우는 데 애쓰는 교회가 언제 빛을 내고 소금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말만 자기 희생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회가 자기 희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목사는 “교회가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며 “십자가를 진다는 의미는 자신이 노력해 얻은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할 줄 알고, 누리지 못한 사람들이 누리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신앙”이라고 역설했다.
조 목사는 60년을 맞은 향린교회가 지금까지의 교회 갱신과 사회 개혁운동에 앞장서 온 선교 정신에 따라 앞으로도 세상을 향한 예언자 역할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혁하는 교회로서 새로운 시대에 부흥하며 자신을 변화시키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며 “이득과 이해관계를 떠나 신앙을 기준으로 사회와 권력을 향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족 분단의 아픔을 품고 먼저 화해와 용서, 평화를 이끌어가야 할 것”이라며 “독일 교회의 촛불운동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처럼 교회의 작은 힘이 큰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화미 ⓒ 뉴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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