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맘몬의 지배를 받고 있다" 

한국교회연구원, ‘한국교회개혁 94선언’ 발표

▲ 한국교회연구원(원장 전병금 목사)은 24일 오후 2시 기독교회관 701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의 마르틴 루터의 ‘95개의 논제’에 준하는 ‘한국교회개혁 94선언’(이하 94선언)을 발표했다. © 뉴스파워 윤지숙 기자  

“작금의 한국교회 위기는 종교개혁의 소중한 유산들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왜곡된 데서 비롯됐다. ‘오직 믿음’은 사회적 실천이 결여된 개인의 내면적 신앙으로 변질되었다. ‘오직 성서’는 그리스도인의 신앙의 역동성을 성서 문자로 제한시켰다. ‘오직 은총’은 죄악을 신앙의 이름으로 합리화시켜 주는 ‘값싼 은총’으로 전락됐다. 또한 목회자와 장로들을 중심으로 한 성직권력은 강고하게 구축되어 만인제사장 정신을 붕괴시켰다.”

“오늘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의 정신들을 숙고하여 통절한 참회와 변혁이 촉구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먼저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통렬한 회개와 자기 혁명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교회연구원(원장 전병금 목사)은 24일 오후 2시 기독교회관 701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의 마르틴 루터의 ‘95개의 논제’에 준하는 ‘한국교회개혁 94선언’(이하 94선언)을 발표했다.

전병금 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년 1517년 마르틴 루터가 발표한 ‘95개 논제’는 역사의 결정적 변혁 사건이었다.”며, “금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한국교회연구원은 오늘 한국교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처절한 심정으로 여과 없이 94개 선언에 담아 온 교회 앞에 겸손한 마음으로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선언문은 2015년 하반기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와 에큐메니컬 단체 목회자들과 학자들과 협력해 연구한 결과물”이라며,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한국교회와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 상황에 대해 반성하고 개혁하는 역할을 감당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김영주 교회협 총무는 “한국교회연구원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앙과직제위원회는 지난 5년 동안 포럼과 심포지엄을 통해 교회 갱신, 교파주의 극복, 생명, 정의 실현, 통일, 평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도모해 왔다.”며, “오늘 발표된 선언은 미완의 선언으로 앞으로 가는 과정 속에서 토론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 10월 31일에 완성된 것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94선언에는 △참회, △교회, △교회지도자, △총회와 교회, △한국교회 일치와 연합, △신학교육,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 △창조질서 보존, △희망 등에 대해 한국교회가 개혁되어야 할 8가지 항목을 94개 조항으로 담았다.

제1~3장의 해설을 맡은 이문식 목사는 제1장 ‘참회’ 부분에서, “회개는 회개에 합당한 삶을 수반하는 것(3조)”이라며, “선언문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회개의 주체는 평신도가 아닌 목사라는 점”을 밝혔다. 

제2장 ‘교회’부분은 “개신교회는 종교개혁의 3대 원리인 ‘오직 믿음으로만(sola fide)’, 오직 성경으로만(sola scriptura)’, ‘오직 은총으로만(sola gratia)’에 기초해 있다.(13조)”며, 하지만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은 종교개혁의 고귀한 신앙의 유산보다 ‘오직 돈으로만(sola manmóna)’을 더 강조하고 있다.(14조)”면서, “작금의 교회는 ‘성령(Holy Spirit)’보다는 ‘시장의 영’(Market Spirit)인 맘몬의 지배를 받고 있는 실로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다.(24조) 그러한 시대정신에 매몰 되지 않고 극복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제3장 “교회 지도자”에 대한 것으로, “종교개혁자들이 ‘만인 사제직’이라는 개혁정신으로 교회 모든 직분에 평등성을 부여했으나 한국교회는 목사, 장로, 권사, 집사, 평신도로 그 직분이 계급화 되어있다.(30조)”며, “중세교회에는 한 명의 교황이 있었지만 현재 한국 교회에는 수백 명의 교황들(목사)과 종신 교회 귀족들(장로)들이 있다.(33조)”고 언급했다.

이런 계급적 권위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목사, 장로의 당회 시무연한을 종신제가 아닌 임기제를 택해야 한다.(34조)”며, “또한 교회세습 현상을 공공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사사로운 기득권 승계로 규정하고 교회 정관과 교단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35조)”고 제시했다.

EYCK 남기평 총무는 제7장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무’에서 “그리스도인은 자기희생과 사랑을 실천함으로서 세상을 보다 정의롭고 평화롭게 이끌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69조)”며, “하지만 한국교회의 정치 권력화는 오래됐다. 일명 ‘장로 대통령 만들기 운동’이 교회 예배시간에 버젓이 교회 속의 유권자들에게 주입됐던 과거를 언급하며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이미지 실추의 원인(74조)”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교회는 정치권력의 남용을 감시하고 민주주의 시장을 위해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78조)”며, “우리 사회의 구조화된 정치 모순과 부조리한 현실을 직시하고 정의와 공정사회를 구현하는 일이 교회 사역의 필수 영역에 속한다.(79조)”고 강조했다.

마지막 9장의 해설을 맡은 박종화 목사는 “교회는 세상의 상황을 제는 온도계가 아니라 높아진 것을 낮추고, 낮은 것을 올려주는 온도 조절기가 되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세상을 위한 소금이 되기 위해 만인 사제직을 교회 안에서 뿐만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일터와 세상 속에서 사제처럼 모범적으로 사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교회연구원은 2011년 6월 한국교회발전연구원으로 개원돼, 2014년 11월 지금과 같은 명칭으로 변경됐으며, 2015년 전병금 목사가 신임원장으로 취임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예배갱신, 근현대 역사교과서 개정, 한국사회에서 기독교의 영향, 교회의 재정투명과 신뢰회복 등 총 9차에 걸친 연구발표회와 포럼, 좌담회를 열었으며, 2014년부터는 종교개혁500주년을 기념해 매년 ‘한국교회, 마르틴 루터에게 길을 묻다’는 주제로 연속심포지엄을 갖고 있다.  

윤지숙  ⓒ 뉴스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