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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고뇌한 신앙인 윤동주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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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17-08-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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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뉴스인] 윤동주 추도회 위원 유시경 대한성공회 신부 

 

■ 방송 : CBS주말뉴스 (CBS TV, 8월11일(금) 밤 9시50분)

■ 진행 : 조혜진 앵커 

■ 대담 : 유시경 신부 (릿쿄대학 한국사무소장, 윤동주 추도회 위원, 대한성공회) 

 

 

◇ 조혜진 > 올해는 윤동주 시인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크리스천 저항시인 윤동주 시인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요. 광복절을 앞두고, 윤동주 시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일본의 릿쿄대학 교목을 지낸 분입니다. 릿쿄대학 한국사무소장이자 윤동주 추모회 위원인 유시경 대한성공회 신부 모셨습니다. 신부님, 어서 오십시오. 

 

◆ 유시경 > 네, 안녕하십니까? 

 

◇ 조혜진 > 윤동주 시인이 일본 릿쿄대학 다녔었죠? 

 

◆ 유시경 > 네. 

 

◇ 조혜진 > 신부님도 그 대학에서 교목으로 활동하셨는데요. 그러면서 윤동주 시인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신 걸까요? 

 

◆ 유시경 > 네, 그렇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아시다시피 연희전문을 졸업했고요. 지금의 연세대학교의 전신이죠. 아마 더 큰 공부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1942년 3월에 일본의 릿쿄대학으로 유학을 가게 되죠. 제가 릿쿄대학에 부임한 것이 2000년 12월인데요. 딱 10년 동안 일을 했습니다. 부임 초에 사실은 누구나 다 한국에서 알려져 있듯이, 누가나 다 알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 조혜진 > 윤동주 시인에 대해서 일본에서 잘 알 것이라고 생각을 하셨어요? 

 

◆ 유시경 > ‘당연히 그럴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다 모르시더라고요. 심지어 문학부 교수님들조차도 윤동주 하니까 갸우뚱 하시고.. 

 

◇ 조혜진 > 아, 그래요? 

 

◆ 유시경 > 그래서 ‘윤동주에 대해서 아느냐’를 일본사람들에게 묻는 것으로부터 인연이 시작이 됐고요. 그러다가 일본에서 윤동주 시인을 기념하는 몇몇 분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것이 아주 큰 인연이 됐죠. 

 

◇ 조혜진 > 아, 그러면서 이제 관심을 갖게 되셨고요? 

 

◆ 유시경 > 그렇습니다. 그분들을 통해서 저도 관심을 새롭게 가지게 됐고. 따지고 보면 저도 여러분들처럼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만난 윤동주 이상은 모르던 사람인데 일본에서 윤동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사실 윤동주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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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연희전문학교 졸업사진. 

 

◇ 조혜진 > 아, 그렇군요. ‘윤동주 시인이 저항의 시인이다, 크리스천 시인이다’고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우리가 그를 기억해야 되는 이유는 어디 있다고 보세요? 

 

◆ 유시경 > 아마도 제 나이 또래 분들은 다 서정시인 윤동주를 더 기억하실 텐데, 70년대, 그리고 80년대에 그 윤동주를 연구하는 일본 분들이 중요한 역사 자료를 발굴을 했습니다. 식민지 시대에 조선 유학생들이 한국 독립을, 조선 독립을 꿈꾸던 그런 모임들, 움직임들에 대해서 조사하고 취조하고 수사했던 자료가 정식으로 발굴이 됐어요. 

 

소위 ‘조선유학생민족그룹사건’의 기록이 취조 또는 형사들이 미행했던 그런 사건들, 그리고 교토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았던 기록이 정식으로 발굴이 되면서, 윤동주가 단순히 시만 쓴 것이 아니고 이 조선의 독립을 꿈꿨던 조선유학생 사건의 중심인물이었다는 것이 알려지고 그래서 말 그대로 저항시인으로 더 알려지게 된 것이죠. 

 

◇ 조혜진 > 네, 그런데 윤동주 시인의 모든 시가 참 주옥같겠습니다만, 신부님 특별히 의미를 두는 시가 있다면 어떤 시일까요?

 

◆ 유시경 > ‘십자가’라는 시입니다. 누구나 다 잘 아시는 시일 텐데, 이 ‘십자가’라는 시를 통해서 나약하면서도 또 신앙의 힘으로 시대의 아픔을 넘어서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아서. 제가 한 번 읽어도 될까요? 

 

◇ 조혜진 > 네네. 

 

◆ 유시경 > 마음을 가다듬고 읽겠습니다. 

 

십자가.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렸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진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조혜진 > 네, 이 시를 좋아하는 이유도 말씀을 해 주시면 좋겠는데요. 

 

◆ 유시경 > 네, 윤동주의 부모님은 윤동주가 의사가 되기를 바라셨다고 그래요. 소위 그 당시에 출세의 길을 가기를 원하셨던 건데, 윤동주는 장남이면서 부모님의 마음도 알면서도 문학의 길을 선택을 했습니다. 이 시를 계속 썼고, 그 시 가운데에 시대와 신앙을 고민했던 그런 청년이죠. 

 

저는 이 ‘십자가’ 시를 통해서 저 자신에게 먼저 그 세상의 명예와 권세 보다는 신앙의 길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듣고요. 또 지금 한국교회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시인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고 그렇게 느낍니다. 

 

◇ 조혜진 > 그렇군요. 네, 다시 한 번 돌아봐야 될 시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밖에도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서 행사가 많이 계획이 되고 있죠? /

 

◆ 유시경 > 우선 2월 달에는, 2월 16일이 윤동주 시인의 기일입니다. 그래서 2월 16일을 전후로 해서 매년 일본에서는 윤동주가 거쳐 갔던 지역 동경, 교토, 후쿠오카. 세 지역에서 추도 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고요. 물론 한국에서도 연세대학교를 위시해서 많은 곳에서 추도행사가 열렸고요. 올해 8월 달에도 이미 행사가 한두 가지 있었고요. 

 

제가 직접 관여하는 행사로는 오는 9월 9일 동경한국학교에서 역사특강으로 제가 강의를 초청받았고요. 또 11월 23일, 24일 이틀에 걸쳐서 한 가지는 릿쿄대학교에서 윤동주 콘서트가 예정이 돼 있고요. 그 콘서트를 마치면서 릿쿄대학교의 총장님, 또 연세대학교 총장님, 가능하면 도시샤대학교 총장님도 초대해서 윤동주 졸업장, 명예 졸업장 추진 서명식을 시작을 할 예정이고요. 

 

가까운 날짜에 있을 국내 행사 중에는 당장 8월 30일 금천구청아트홀에서 윤동주의 시를 가사로 노래극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가셔서 윤동주의 시를 한 번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 

 

◇ 조혜진 > 그러네요. 하나님과 민족을 사랑했던 윤동주 시인, 기억하는 행사가 참 많이 풍성하게 열립니다. 참여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유시경 신부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유시경 > 네, 고맙습니다.

 

조혜진 기자 ⓒ CBS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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