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는 사회, 영적 구원 뿐 아니라 생명도 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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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19-01-11 06:4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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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남겨 오랫동안 파문을 일으킨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기독교인으로, 모 교회의 장로였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스스로 끊는 자살은 여전히 교회 내에서 죄악시되는 분위기지만 자살을 선택하는 기독교인들은 생각보다 많다. 지난해 한국생명의전화 이사장으로 취임해 자살예방과 생명존중 가치를 널리 확산시키고 있는 이성희 목사를 만나 생명에 대한 목회적 철학을 들어봤다.
▲10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한국생명의전화 이사장 이성희 목사를 만나 생명에 대한 그의 목회적 철학을 들어봤다.ⓒ데일리굿뉴스
"생명, 하나님이 주신 것 가르쳐야"
14년째 OECD 국가들 중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 자살에 대한 문턱은 교회 안에서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전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엄청난 일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죽는 것도 이해가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성희 목사 역시 "교회 다닌다고, 예수 믿는다고 자살 안 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자살이 죄라는 것을 교인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얘기를 꺼내는 것을 꺼려할 뿐, 보이지 않는 자살률이 교회에 생각보다 높다"며 "한국생명의전화에 걸려오는 상담 전화 가운데서도 기독교인의 비율이 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교회에도 사별자, 우울증, 이혼자, 경제적 어려움 등 정신적으로 급격히 약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자살이 특정 목회자나 교회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최근 목회자들 중에서도 유가족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묻는 사례가 많아지는 등 자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교회에서 구체적으로 자살예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막연하다.
이성희 목사는 무엇보다 생명의 중요성을 계속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하나님이 주신 생명이라는 성경적 가르침이 꾸준히 필요하다"며 "자살에 대한 인문학·사회학적 접근은 한계가 있는 반면 신앙적인 접근은 가장 분명하고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신뢰할 수 있는 교회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 슬픔을 이기는 데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교제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목사는 "누구도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지만, 그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우는 것 자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준다"며 "답을 제시하고 채워주는 것이 아닌, 마음을 꺼내도록 하는 것이 상담의 가장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전염성' 높은 자살…가장 잘 막을 수 있는 곳, 교회
기독교인의 자살은 다른 교인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 더 나아가 막연하게 '나도 할 수 있다'는 모방 심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성희 목사도 자살을 예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자살이 전염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이상하게도 '나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살 충동을 느끼고 실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로 이어질 확률이 몇 배나 높다"고 설명했다.
자살을 예방하고 자살자 유가족들을 회복시키는 것은 의학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치유되고 회복되어야 하는 만큼, 관계지향적인 집단인 교회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또 적극 나서야 하는 일이다.
이성희 목사는 "몸이 아프면 영혼이 약해지고, 마음이 낙심하면 건강도 안 좋아지는 것은 영적인 생명과 육적인 생명을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교회가 영적인 생명 뿐 아니라 육적인 생명 또한 구하려고 애를 써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인구가 늘어나고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함을 잘 못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점차 무뎌지는 것이지요. 연일 사람들이 죽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생명에도, 죽음에도 무감각해지고 있어요. 한 생명이 참 귀하다는 것을 계속 기억하고 주변 사람들의 생명을 관찰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윤인경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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