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은 왜 '성평등'이 됐나…제3차 NAP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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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18-07-18 07:0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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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가지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는 용어를 사용해 논란에 휩싸인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이 7월 국무회의를 통과할지 여부를 두고 교계 안팎에서 관심이 뜨겁다. '성평등' 용어에 대해 어떤 우려가 존재하고, 실제 제3차 NAP에서는 어떻게 사용됐는지 소관 부처의 입장을 들어봤다.
▲현재 양성평등기본법 등 일부 법률에서는 성평등 용어와 양성평등 용어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기자가 직접 검색한 결과 2012년 수립된 제2차 NAP와 비교했을 때 이번 제3차 NAP 초안에서는 성평등 관련 용어가 눈에 띄게 늘었다. '양성평등'이 9번, '성평등'이 5번으로 총 14개가 검색된 제2차와 달리 지난 4월 법무부가 발표한 제3차 NAP에서는 '양성평등'이 43번, '성평등'이 28번으로, 성평등 관련 용어가 5배 이상 증가했다.
동성애·동성혼 개헌 반대 국민연합 등 기독교 단체들은 여성과 남성 뿐 아니라 50여 가지의 성 정체성을 평등하게 인정하는 '성평등' 단어의 사용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얼마 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는 제3차 NAP에 사용된 성평등 용어를 양성평등으로 바꿀 것을 촉구하는 삭발식까지 단행됐다.
노숙투쟁에 이어 이날 삭발에 나선 길원평 교수는 "'양성평등'은 sex equality이고 '성평등'은 gender equality를 의미하는 명백히 다른 용어"라면서 "성평등 용어가 보편화될 경우, 여성과 남성이라는 생물학적 성 이외에 수십 가지의 사회적 성이 인정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양성평등'과 '성평등' 용어에 대한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2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에서도 기존의 양성평등 용어를 성평등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 교계가 크게 반발하자, 여가부는 용어변경 시도를 축소하며 한 발 물러섰다.
당시 여가부 관계자는 "성평등과 양성평등은 gender equality를 번역한 용어로서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양성평등기본법에서도 두 단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며 "성소수자를 고려해서 성평등이란 용어로 변경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두 용어는 의미상 차이가 없기 때문에 한쪽 용어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며 어느 한 단어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평등 용어가 법제화 된 프랑스 등 외국의 선례를 봤을 때, 성평등 정책은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를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으로 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공동대표 전용태 변호사는 "성평등은 각 개인이 타고난 생물학적 성 이외의 성별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면서 "실제 성평등 용어를 도입한 영국과 스웨덴에서는 아빠와 엄마라는 단어 사용이 금지되고, 스위스에서는 공식 서류에 parent 1, 2라는 '성중립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만일 제3차 NAP에서 임의로 성평등을 양성평등의 줄임말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여기서 말하는 성평등은 양성평등의 줄임말이다'라는 기재를 명확히 해서 개념의 혼선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다른 의미의 단어임을 알면서도 마치 줄임말인양 사용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암묵적 기망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양성평등 이념을 채택한 현행 헌법과 달리 행정부에서 성평등 정책을 시행한다면 이는 법치 행정의 원칙에 어긋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만일 '성평등' 용어가 양성평등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법안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는 조속히 용어 정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정확하지 않은 단어나 문장은 후에 예기치 못한 부정적 영향을 야기하는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인경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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