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상실한 한국교회, 논(論)하기 전 '반성'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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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19-10-18 11:47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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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교회의 공신력과 공공성은 기독교인이 소수에 불과했던 100년 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지금 교회는 공공연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해 '교회의 공공성 회복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교회의 '공교회적' 역할이 강조됐다.
▲17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의 공공성 상실을 논하다' 공개포럼이 열렸다.ⓒ데일리굿뉴스
'성장주의 패러다임' 문제, 공동체성 요구돼
"신학은 주어진 사회 안에서 소외된 존재와 가난한 자들을 위해서 실제적이 됨으로써, 또한 존재하는 사회의 종교적, 도덕적 가치관을 비평적으로 생각함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위한 그리스도에 대한 신뢰의 보편적 관심을 표현해야 한다."
현대 신학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1926~)'의 말이다. 17일 오후 4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공개포럼'에서 김창환 교수(풀러신학교, 국제공공신학저널 초대편집장)는 "여러 학자들이 공적영역에서의 기독교의 역할을 조명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는 도시공동체연구소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자리다.
공공신학의 태동과 그 특징을 서술한 그는 "사회에 미친 기독교의 영향력은 상당했다"며 "교회는 지금껏 세상 가운데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며 '선지자적 사명'을 잘 감당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교회가 공공성을 상실하고 오히려 사회의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도도 현저히 낮은 상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가 20.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점은 '신뢰도 향상을 위해 기독교가 어떤 활동을 하기 원하냐'는 질문의 답이었다. '윤리와 도덕회복과 실천'이 45.3%로 가장 높았고, 봉사 및 구제 활동이 31.6%, 환경·인권 등 사회운동이 10.8%로 나타났다. 즉 사회가 교회의 '공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봉사 등 다양한 교회 기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가운데 복음에 기반한 비평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다만 무엇을 가르치려 들면 안된다. 변혁은 늘 쌍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교회가 먼저 반성을 통해 낮아지고 낮아져 변화하면서 사회에 합리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곳곳에선 '교회의 공공성 상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교회의 세속화와 성장주의, 개교회주의가 이 같은 현실을 초래한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이로 인해 파생된 문제점들이 교회질서를 어지럽히고 교회의 공교회성을 잃게끔 만들었다는 게 교계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공교회성을 회복하기 위한 길은 결국 성장주의 등을 없애고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장로회신학대학 성석환 교수(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는 "한국교회가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우선 걷어내야 할 장애물이 있다"면서 "개교회주의, 교단주의와 같은 개신교의 특성을 선용하되 경쟁적인 성장주의 패러다임을 극복해야한다. 교회 본연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서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선교적 교회' 운동의 흐름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주의를 넘어서 공동체적인 삶을 위해 모두가 협력하며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최상경 기자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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