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권력 승계 '교회세습', 논란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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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19-10-30 08:3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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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그리고 2년 - ① 세습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갱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종교개혁 500주년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했고 어떤 것들을 남겼을까. 교회세습과 목회자 윤리, 이단, 동성애 등의 이슈는 한국 교계 안팎으로 첨예한 논쟁을 불러왔다. 이에 본지는 특집기획으로 △세습 △목회자윤리 △이단 △동성애와 이슬람을 주제로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 주>
종교개혁의 계절 10월이 다시 찾아왔다. 16세기 유럽 종교개혁의 '교회개혁'은 앞을 향해 미래로 나아가는 동시에 "근원으로(Ad Fontes) 돌아가자"는 신앙운동이었다. 2년 전 요란하게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낸 한국교회는 갱신을 외치던 그때의 목소리가 무색하게도 부끄러운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교회세습과 목사 성폭력, 막말 발언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요란했던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내고 2년이 지났다.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데일리굿뉴스
교차세습 등 변칙도 등장
그 중에서도 대형교회를 둘러싼 '세습'은 사회 전체에 파장이 일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국내 대표적 대형교회인 명성교회 '부자 세습' 논란이 확산되면서 세상의 빛이 돼야 할 교회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만 것.
지난달 26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2년 이상 논란을 빚은 명성교회 부자(父子) 목사의 목회직 세습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 같은 교회세습은 비단 어제오늘 만의 일이 아니다. 1970~80년에도 부자간 세습은 존재했다. 다만 그 이유와 형태에서 근래에 이뤄지고 있는 세습과는 다른 결을 보인다.
산업화가 가속화되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교회가 성장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교회가 많아 대물림으로 목회를 하는 것은 신앙을 이어가는 일로 여기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대형교회가 하나 둘씩 등장하면서 세습에 다른 양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기업화된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주며 부와 명예를 세습하는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실제로 교회세습에 관한 사회적인 비판여론은 1997년 충현교회, 2001년 광림교회 등 각 교단을 대표하는 대형교회에서 세습이 이뤄지면서부터 더욱 거세졌다. 이처럼 대형교회의 세습폐단이 논란을 빚으면서 2010년 대 들어서 일부 교단들은 세습방지법을 제정했다.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는 "유독 한국에서 교회세습 논란이 불거지는 데는 돈, 권력, 명예 같은 세속적인 가치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기독교는 십자가 정신에 의해서 아주 낮은 자리에서 이웃을 섬기는 것이 목적인데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많은 교회들이 그런 정신을 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속화·성장주의' 없애야할 장애물
세습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교회 권력'과 '부정 은폐의 가능성' 등은 모두를 분노케 하는 '실질적 요인'이 되고 있다. 교회세습에 찬성하는 측은 "안정적인 교회 운영에 유리하다"며 "공식 통로를 통해 합법적으로 세습이 결정된다면 오히려 목회의 위험 부담을 줄이고 후임자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오늘날 대다수의 교회세습은 단순히 교회를 물려주는 형태만을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단체를 물려주거나 기업의 형태로 대물림하기도 한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가 2013년 3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접수 받은 교회세습 관련 제보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교회 143곳에서 교회 대물림, 세습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세습 교회로 파악된 143곳 중 98곳(68.5%)은 부모가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이른바 '직계 세습'이 이뤄진 경우였다. 명성교회가 이에 해당한다.
나머지 교회 45곳은 '변칙 세습'으로 분류됐다. 이는 교회설립자이자 목회자인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교회를 곧바로 물려주는 대신, 먼저 독립시켜 교회를 세우게 한 뒤 몇 년 후 교회 간 합병으로 세습을 행하는 형태다. 세습을 두고 교회 안팎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친분이 있고, 규모가 비슷한 교회 2곳의 담임목사 2명이 각각 상대편 목사 자녀를 차기 담임목사로 데려오는 '교차세습' 형태 등도 있다.
세반연 관계자는 "일부 세력은 세습으로 교회의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교회세습은 부와 권력에 편중된 모습이다. 무엇보다 교회세습은 신앙적인 관점에서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교회세습의 밑바탕에는 '권력의 속성'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부정승계로 빚어진 '세습' 등은 결국 한국교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장신근 교수(기독교교육학)는 "한국교회의 위기의 근원에는 번영신앙과 성공주의 같은 왜곡된 신앙이 자리 잡고 있다"며 "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과 맞물려 수직성장을 이룬 한국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원리에 기초한 성서적·복음적 신앙보다 개인적, 물질적 성공에 기초한 신앙을 정당화 하고 있다. 신앙적 윤리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그 동안 한국교회는 신앙과 실천의 사사화로 인해 공동선에 기여하는 사명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며 "본래 교회는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로서 사적공동체가 아닌 '공적 공동체'이다. 지금이야말로 상호 연계된 온전한 신앙을 양육하고 실천하는 교회로 거듭날 때"라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는 지금 교회를 향해 신앙적이며, 신학적 차원의 응답을 요구하고 있다. '교회의 세속화와 성장주의, 개교회주의'를 없애고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은 이 요구에 응답하는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성석환 교수는 "개교회주의와 경쟁적인 성장주의 패러다임은 한국교회가 우선적으로 걷어내야 할 장애물"이라면서 "지금 교회가 비판을 받는 것은 그 본래의 정신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되새겨야 할 상황이라는 의미다. 한국교회의 병폐를 없애고 '공동의 선(the Common Good)'을 지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상경 기자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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