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서 정치 얘기하면 안 돼요?"…정치참여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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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ㆍ2017-04-18 08:4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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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가 강단에서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이 옳은가', '종교의 정치 참여는 어디까지 가능한가'와 같은 질문은 '정교분리'를 주장해온 한국교회에서는 해묵은 논쟁이었다. 하지만 근래 세월호 참사와 대통령 탄핵 국면을 지나면서, 교회의 정치 참여 문제는 매우 유의미한 주제가 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기독교에서 뿌리깊은 정교분리 원칙의 기원과 역사적 맥락을 짚어보고, 오늘날 정교분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열띤 토론이 벌어져 주목을 끌었다.
▲크리스찬북뉴스 제6회 포럼이 '기독교의 사회정치참여 어디까지 가능한가?'란 주제로 17일 저녁 7시 나눔교회에서 열렸다.ⓒ데일리굿뉴스
일제 탄압 피하려 만든 '정교분리' 그리고 오용의 역사
1901년 한국에 있던 서구 선교사들은 정교분리를 뜻하는 '비정치화선언'을 발표했다. 교회는 정치와 무관하니 교회에서는 정치에 대한 일체 대화나 회합을 금한다는 명령이었다.
이 선언은 당시 일제 탄압 아래 선교사들이 교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교회의 신앙을 정부로부터 간섭받지 않으려는 목적에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의 정교분리 개념은 왜곡되고 오용됐다. 교회가 세상의 문제를 상관하지 않겠다는 포기각서쯤으로 여기고 정부를 비판하는 일이 정교분리 원칙을 위배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17일 저녁 나눔교회(조영민 목사)에서 열린 크리스찬북뉴스 포럼에서 패널로 나선 강도헌 목사(제자삼는교회)는 과거 "독재자와 권력자를 향해 쓴소리를 하고 정치변혁을 요구하는 종교인과 교회에 대해, 정교분리를 내세우며 왜곡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강 목사는 "정교분리는 그런 면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용어"라며 "목회자만 아니라 정치인도 하나님 앞에서 성직을 감당한다는 태도로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삶을 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땐 교회가 이를 지적하고 변혁을 촉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속 영역 분리해야" VS "불의한 일이면 저항해야"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교회는 '예배당 안'에서 논의되는 정치 이슈에 민감하다. 교회가 사회정치에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분분하다.
이날 포럼에서 패널로 참석한 이동준 목사(성암교회)는 교회가 정치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목사는 "성경이 말하는 고아와 과부, 불의한 권력자의 문제는 정치가 아닌 정의의 문제"라며 "세속 군주와 영적 리더가 주관하는 영역은 따로 있고, 그것이 한국사회에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어 "영역주권론 입장에서 보면, 한 영역이 다른 영역을 부당하게 침해해선 안 되며, 각 영역마다 별도의 권한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정치에 관여할 만큼 권위를 부여받은 전문기관이 아니기에, 강단에서 정치적 견해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성호 목사(포항을사랑하는교회)는 기독교인의 삶을 일정한 영역으로 제한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이 목사는 "세상 어디에도 하나님의 영역 밖의 것은 없다. 그리스도인들은 불의한 일에 대해 소리를 내고 저항해야 한다"며 "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죽어가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면 성경은 살인이라 말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신약의 세례요한이 (복음과 상관없는) 왕의 불의한 일을 말해서 죽임을 당했는데 그것을 헛된 죽음이라고 보진 않는다"며 "특히 오늘날 교회에서 정치를 막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고경태 목사(주님의교회)는 목회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밝혔다.
고 목사는 "목사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인간의 역할, 국민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접 정치참여가 아닌 교인들의 합리적인 판단과 의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적 역할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화미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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