度 넘은 기독교 비하…'오징어게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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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21-10-05 08:14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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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맥락없는 기독교 비판’ 논란
통념 수용 우려…대항 이미지 만들어야
"이런식으로 기독교인이 그려져 안타까울 뿐입니다."
"세상에서 보는 기독교인의 이미지가 그런 것 같습니다. 위선과 음흉함, 자기만족과 기만으로 차있는 모습이요."
기독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감상평들이다. 호평 일색인 대중의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신드롬을 넘어 글로벌 광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작품은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이들이 거대한 공간에 갇혀 465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쟁'을 그려냈다.
한국 작품으로는 최초로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83개국 인기 순위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전세계 한류 콘텐츠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세계적 인기 콘텐츠가 된 '오징어게임'은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드라마를 접한 크리스천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기독교를 희화한 연출에 아쉽다는 평이 나온다.
평소 드라마를 즐겨보는 30대 기독청년 A씨는 "극 초반부터 게임 관리자(공유 분)가 내기를 제안하려 기훈(이정재)에게 접근하자, 불쑥 '예수 안 믿어요. 우리 집은 불교 믿으니 나에게 예수 전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더라"라며 "드라마는 재밌긴 한데, 개연성 없이 생뚱맞게 기독교를 비하하는 내용들이 튀어나와 크리스천으로서 보기 불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품 곳곳에는 기독교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투영돼 있다. 극중 캐릭터 244번 게임 참가자는 기독교인 설정이지만, 묘사는 이단사이비 단체의 광신도에 가깝다. 시간을 다투는 생존 게임에서 자신의 신앙을 챙기며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는가 하면, 하나님의 뜻을 들먹이면서 타인을 희생시키는 데 앞장선다.
청년사역연구소 소장 이상갑 목사(산본교회)는 자신의 SNS를 통해 "244번 참가자는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자신이 살아남자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한다"며 "성령이 없는 이기적인 신앙이다. 성도로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진짜 성도라면 타인의 죽음과 고통을 긍휼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공존과 공생을 추구할 것"이라며 "오징어 게임에 나타나는 기독교인의 모습이 너무 부정적이라 안타깝고, 세상이 바라보는 기독교인의 이미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인을 악인으로 묘사한 장면도 과했다는 반응이다. 드라마 후반부에 240번 여성 참가자 지영이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는 장면이 나온다. 그의 아버지는 아내를 잔인무도하게 살해했고, 지영에겐 성폭력을 일삼은 인물로 묘사된다. "아버지가 목사였는데, 나를 성폭행 한 뒤에 늘 기도했다"는 지영의 대사를 통해 그의 아버지가 목회자였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인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하는 장면이다.
뮤지컬 업계 종사자인 30대 B씨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으로서 이 장면은 현대인들의 위선과 자기중심성이 극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며 "다만 기독교인도 악에선 예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묘사에 전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기독교의 부정적인 이미지화는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기독교 빌런, 이른바 기독교인을 악당으로 묘사하거나 기독교 신앙 자체가 위선의 산물이라는 프레임도 생겨나는 추세다.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은 "90년대 이후에 기독교 신앙이 희화화 되다가 2000년대 들어 고착화된 표현이 됐다"며 "기독교의 부정적인 이미지화가 이제는 통념적으로 받아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징어게임에도 맥락없는 비판이 등장하는데, 이렇게 된 이유를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 원장은 "기독교가 디스토피아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된 것에 진지한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며 "오늘날 기독교인과 교회의 모습을 반성하면서 기독교가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게 대항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문화창조적인 노력들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상경 기자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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