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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지르는 자는 독(毒)을 품은 것" 뉴욕장로교회 향한 노(老) 목회자의 비장한 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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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3ㆍ2025-12-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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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11월 30일, 뉴욕장로교회는 오세준 목사를 제5대 담임으로 확정 짓고 임직예배를 드렸다. 설교자 이용걸 목사는 과거 분쟁의 역사를 의식한 듯 "교회 내 큰 소리는 공동체를 죽이는 독"이라며 철저한 침묵과 순종을 주문했다. 그는 새 담임의 온유함을 강조하며, 성도들에게 사람을 따르는 패거리 문화를 청산하고 희생과 섬김으로 '작은 예수'가 될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7880998eeffec5e293dc573271cdea3a_1764576459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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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걸 목사가 "교회 건축 시 채석장의 돌은 밖에서 다듬어 소리 없이 들여와야 한다"며 교회 내 분쟁 금지를 호소하고 있다.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할 때 원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채석장에서 가져온 거대한 돌들은 이미 그곳에서 완벽하게 다듬어져야 했습니다. 성전 터 위에서는 망치나 정 소리가 들려서는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시끄럽게 깨트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채석장으로 끌고 가서 다듬어 와야 합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전 안에서는 사람의 소리가 들려선 안 됩니다."

 

35년 목회 현장에서 은퇴한 노(老) 목회자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없었으나, 그 무게는 천근이었다. 그는 뉴욕 교계의 대표적인 교회인 뉴욕장로교회를 향해 흔한 '부흥'이나 '비전'이라는 단어 대신 '침묵'과 '화평'을 가장 먼저 꺼내 들었다. 11월 30일 오후 5시, 롱아일랜드 시티 본당에서 열린 임직 감사예배 현장은 축제의 들뜸보다 비장한 결단이 감돌았다.

 

이날은 뉴욕장로교회에 역사적인 분기점이었다. 공동의회를 통해 김학진 목사의 후임으로 오세준 목사를 결정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10명의 새로운 임직자(장로, 안수집사, 시무권사)를 세우는 자리에서, 강단에 선 이용걸 목사(영생장로교회 원로)는 이사야 42장 1-4절을 본문으로 '예수님을 본받읍시다'라는 제하의 설교를 전했다. 그는 7년 반 전, 김학진 목사 부임 전까지 이곳에서 설교 목사로 섬기며 교회의 속사정과 아픔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화(Anger)는 영혼을 죽이는 붉은 도장이다"

 

이용걸 목사의 설교는 추상적인 신학론이 아니었다. 뼈아픈 현실 인식에 기반한 임상 보고서에 가까웠다. 이 목사는 "교회 직분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혈기"라고 단언하며, 분노가 영적 생명력을 어떻게 갉아먹는지 생물학적 비유를 들어 적나라하게 설명했다.

 

"도살장에 끌려간 소가 공포와 분노로 부들부들 떨 때가 있습니다. 그때 감독관은 그 소의 등짝에 붉은 도장을 찍습니다. 독이 온몸에 퍼졌으니 식용으로 쓰지 말고 폐기하라는 표시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를 내고 분을 품으면 그 독이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공동체 내부를 망칩니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격노한 사람의 뇌에서 나오는 독성은 80마리의 개를 죽일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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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사는 임직자들을 향해 "화를 내는 것은 곧 내 영혼에 '폐기 처분' 도장을 찍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35년 목회하며 겪은 수많은 억울함과 비방 속에서도 침묵했던 이유를 설명하며, 십자가 앞에서 입을 열지 않았던 예수의 침묵을 본받을 것을 주문했다. "하나님의 섭리를 진정으로 믿는다면, 굳이 내가 소리 내어 변명하거나 싸울 필요가 없다. 억울하면 하나님 앞에서 울어라"는 것이다.

 

"새 담임 오세준 목사는 소리치면 우는 사람... 제발 싸우지 마라"

 

새로 부임하게 될 오세준 목사에 대한 언급에서는 애틋함을 넘어선 간곡한 호소가 묻어났다. 이용걸 목사는 오 목사가 영생장로교회 부교역자 시절부터 지켜본 제자이자 동역자다. 그는 새 담임 목사의 성품을 '순한 양'에 비유했다.

 

"오세준 목사는 정말 마음이 착하고 여린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큰소리치고 싸우면 아마 울어버릴 사람입니다. 제가 아비 된 심정으로 부탁합니다. 제발 당회에서 싸우지 마십시오. 오순도순 이야기하고,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아멘'하고 따라주십시오. 그리하면 하나님이 이 교회를 다시 축복하실 겁니다."

 

이는 단순한 덕담이 아니었다. 과거 리더십 교체기마다 진통을 겪었던 뉴욕장로교회 성도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예방 주사였다. 그는 최근 한국 정국(윤석열 대통령 계엄령 이슈 등)을 두고 교회 식당에서 몸싸움까지 벌이다 교회가 깨진 타 지역의 사례를 들며, 교회는 세상의 이념이나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 곳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실력 없는 연주자는 악기에 입만 대고 있어야"

 

교회 내 '말꾼'과 '일꾼'을 구분하는 대목에서는 회중석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이 목사는 한 시골 초등학교 오케스트라의 일화를 소개했다.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연주하는 척만 하고 절대 소리는 내지 말라"고 했던 선생님의 지시처럼, 교회 일에 기쁨으로 동참할 영적 실력이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돕는 길이라는 역설적 메시지였다.

 

"미갈은 다윗이 법궤 앞에서 춤출 때 창문으로 내려다보며 비웃다가 평생 아이를 낳지 못했습니다. 교회에는 구경꾼이 너무 많습니다. 참여하지 않고 팔짱 낀 채 비판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사람이 되어선 안 됩니다. 만약 덕을 세울 자신이 없다면, 악기에 입만 대고 있는 아이들처럼 차라리 침묵하십시오. 그래야 하나님의 오케스트라가 망가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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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따르지 말고, 사할린의 '작은 예수'가 되라

 

설교의 클라이맥스는 '사람이 아닌 예수를 따르라'는 본질적 호소였다. 그는 사할린 탄광촌의 한 며느리가 자신의 시아버지를 '작은 예수'라고 칭했던 감동적인 실화를 소개했다.

 

"그 시아버지는 지하 1,000미터 갱도에서 하루 종일 석탄을 캐고 돌아오는 길에도, 배급받은 식량을 아픈 이웃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불렀지만, 며느리는 그에게서 예수를 보았습니다. 이것이 '작은 예수'입니다. 말로만 떠드는 신앙이 아니라, 손해 보고 희생하는 삶이 진짜입니다."

 

이 목사는 이민 교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사람 중심의 파벌 문화'를 꼬집었다. "목사가 떠난다고 왜 성도들이 따라 나갑니까? 내 신앙은 내가 지키는 것입니다. 과거 뉴욕장로교회에서 사람 따라 나간 성도들만 없었어도 지금 이 자리는 수천 명으로 가득 찼을 겁니다. 존경은 하되 따라가지는 마십시오. 목사도, 장로도 아닌 오직 예수만 따라가야 합니다."

 

이용걸 목사는 "뉴욕장로교회가 더 이상 싸움의 소문이 아닌, 사랑의 소문이 나는 교회가 되어 부흥하는 것을 죽기 전에 보고 싶다"는 노장의 마지막 소원을 전하며 설교를 맺었다. 이날 임직 받은 10명의 일꾼과 뉴욕장로교회 성도들은 '소리 없는 헌신'이라는, 가장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을 과제로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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