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한인교회 제6회 신학세미나, 이경희 목사 ‘멈춤의 신앙’ 긴 여운 남긴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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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1ㆍ2025-05-19 16:5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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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퀸즈한인교회 6회 신학세미나에서 이경희 목사는 ‘멈춤의 신앙’을 주제로 강연했다. 내면의 욕망과 감정을 직시하고, 긍정 신앙과 부정 신앙의 균형을 통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조율하는 ‘멈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침묵과 호흡 훈련은 이를 위한 실제적 방법으로 제시됐다.
▲[팝캐스트 동영상] 멈춤의 신앙
퀸즈한인교회(담임목사 김바나바)가 5월 19일(월) 오전 제6회 KCQ 뉴욕 신학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동안 신학세미나는 성경신학 중심의 강의로 진행되어 왔으나, 올해는 특별히 기독교 영성학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했다.
올해 주제는 ‘욕망과 영성’(Desire & Spirituality)으로, 수원성 교회 담임이자 기독교 영성학 전문가인 이경희 목사가 강사로 나섰다. 이 목사는 ‘욕망과 영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영성과 삶의 통합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시간이 가졌다. 강의는 ‘열망과 욕망’, ‘멈춤의 신앙’, ‘렉시오 디비나와 성찰 기도’ 등 세 부분으로 진행됐다.
강사 이경희 목사는 수원성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GTU(Graduate Theological Union)에서 기독교 영성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영성 신학자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초빙교수와 횃불트리니티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깊이 있는 학문적 통찰과 풍부한 목회 현장 경험을 아우르는 강의로 잘 알려져 있다.
이경희 목사 ‘멈춤의 신앙’ 강조
이경희 목사가 2번째 ‘멈춤의 신앙’이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신앙이란 무엇보다 ‘엔진을 끄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강조했다. 현대인의 삶은 고출력 엔진을 단 자동차처럼 끊임없이 질주한다. 이 목사는 그 질주의 방향이 하나님을 향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고 달리는 시대의 조급함을 짚었다. 진짜 영성은 ‘멈추는 용기’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이경희 목사는 현대인이 자주 경험하는 내면의 불편함과 타인의 성공을 향한 복잡한 감정의 문제를 제기하며 강의의 문을 열었다. “왜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불편함을 느끼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경쟁 심리에 사로잡히는 것일까요?” 이 질문을 통해 청중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도록 이끌었다.
많은 참석자는 이 목사의 질문에 귀를 기울였다. 타인의 SNS 속 화려한 모습이나 주변 사람들의 성취 소식에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거나 불편한 감정을 느꼈던 경험들이 떠올렸을 수도 있다. 이 목사는 이러한 감정의 근원을 탐색하고 신앙 안에서 건강하게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면의 불덩어리, 가면을 벗고 마주하기
이경희 목사는 성경 속 가인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가인은 동생 아벨의 제물은 하나님께서 받으시고 자신의 제물은 받지 않으신 것에 질투심과 분노를 느껴 결국 아벨을 살해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그는 만약 가인이 그 순간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안에도 이와 같은 ‘불덩어리’, 즉 다루기 힘든 강렬한 욕망이나 부정적 감정이 존재한다고 이 목사는 진단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감정을 억누르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 안에서 정직하게 마주하고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것이 신앙인의 영적 성숙에 필수적인 과정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내면의 감정들을 올바로 다루지 못하면, 우리는 결국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이 목사는 지적했다. 만나는 사람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친절한 가면, 유능한 가면, 혹은 과거의 영광을 내세우는 가면 등을 바꿔 쓰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진정한 자아로부터 멀어지게 하며 영적인 공허감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멈춤의 시간, 영적 거울 앞에 서다
그렇다면 우리 안의 이러한 복잡한 감정과 욕망들을 어떻게 건강하게 다룰 수 있을까? 이 목사는 그 해답으로 ‘멈춤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쉼 없이 앞으로만 달려가려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의도적으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삶의 방향과 내면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희 목사는 마치 자동차 운전자가 엔진의 마력만 높이는 데 집중한 나머지 올바른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지 살피지 않는다면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비유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삶의 속도에만 매몰되지 말고, 진정으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멈춰 서서 돌아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멈춤의 시간’을 ‘영적인 거울’ 앞에 서는 것에 비유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 시작 전에 악기 소리를 기준음(A)에 맞추며 조율하는 ‘튜닝의 시간’처럼, 우리의 삶에도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영혼을 조율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영적인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다.
더불어 이 목사는 고대 수도사들의 ‘문고리 기도’라는 영성 훈련을 소개했다. 이는 문고리를 잡고 집을 나서기 직전, “하나님, 제가 지금 가는 이 길이 맞습니까?”라고 짧게 기도하며 자신의 길을 하나님께 맡기는 단순하지만 깊은 의미를 지닌 훈련이다. 이러한 작은 멈춤들이 계속해서 하나님을 향하도록 우리를 이끌어준다고 덧붙였다.
역사의 거울, 타인의 거울, 영적인 거울
이경희 목사는 중국 당 태종이 자신에게 늘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신하 위징의 일화를 소개했다. 위징이 죽자 당 태종은 “나는 세 개의 거울을 가지고 있었는데, 구리로 만든 거울(동경)은 의관을 단정히 하고, 역사를 거울(사감) 삼아 나라의 흥망을 알며, 사람을 거울(인감) 삼아 나의 허물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위징이 죽었으니 거울 하나를 잃었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도 사물을 통해 자신을 보고(동경),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으며(사감), 타인의 조언과 모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인감) 지혜가 필요하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특히 신앙 공동체 안에서 서로에게 건강한 ‘레드팀’이 되어주는 지체들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듣기 싫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겸손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목사는 이러한 세 가지 거울에 더하여 우리에게는 ‘영적인 거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영혼을 정직하게 비추어보는 이 영적인 거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과 만나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가 바로 그 영적인 거울 앞에 서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부정(不定) 신앙의 회복: 정해지지 않음의 신앙
이 목사는 ‘부정’(不定)이라는 개념을 통해 새로운 신앙의 차원을 제시했다. 여기서 ‘부정’은 ‘바르지 않다’(不正)는 윤리적 의미가 아니라, ‘정해지지 않았다’, ‘규정할 수 없다’는 뜻의 철학적, 신학적 의미를 지닌다. 그는 기독교 신앙이 이러한 ‘부정의 신학’(Apophatic theology)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방교회 전통이 이성을 중시하며 하나님을 이해하고 정의하려는 ‘긍정의 신학’(Kataphatic theology)을 발전시켜 왔다면, 동방교회 전통은 인간의 언어나 이성으로 하나님을 다 담아낼 수 없음을 인정하며 침묵과 신비 안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려는 ‘부정의 신학’을 강조해왔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긍정 신학에 치우쳐 성장해 왔음을 지적했다.
긍정 신앙은 “기도하면 응답받고, 말씀을 지키면 복을 받는다”는 식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플러스(+)의 공식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성경공부나 제자훈련 같은 지적 활동을 강조하며, 신앙생활에서 명확한 인과응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물론 이러한 신앙도 중요하지만, 여기에만 머무르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반면 부정 신앙은 하나님의 초월성과 신비를 강조한다. 때로는 우리의 이해와 기대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심지어 마이너스(-)처럼 보이는 상황을 통해서도 일하시는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사막의 수도사들처럼 세상의 소리를 잠재우고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에 귀 기울이는 영성 훈련과 깊이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긍정 신앙과 부정 신앙의 조화
이 목사는 욥의 이야기를 통해 부정 신앙의 중요성을 더욱 분명히 했다. 욥은 당대의 전통적인 신명기적 신앙관, 즉 ‘착하게 살면 복 받고, 죄지으면 벌 받는다’는 인과응보적 긍정 신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극심한 고난을 겪었다. 친구들은 욥에게 숨겨진 죄가 있을 것이라고 정죄했지만, 욥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러한 교착 상태에서 하나님께서는 폭풍우 가운데 나타나셔서 욥에게 “네가 천지창조의 비밀을 아느냐? 바다의 깊이를 재어 보았느냐?” 등 인간의 지혜로는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지셨다. 이를 통해 하나님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당신의 주권과 지혜를 인정하도록 욥을 이끄셨다. 이것이 바로 ‘정해지지 않은’ 하나님의 일하심을 받아들이는 부정 신앙의 핵심이라고 이 목사는 설명했다.
고(故) 이어령 교수의 신앙 여정도 이와 맞닿아 있다고 이 목사는 소개했다.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이 교수는 지식과 이성으로 하나님을 이해하려 했으나, 딸의 고통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위기 앞에서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고 비로소 인격적인 하나님을 만났다. 이 목사는 이 교수가 욥의 심정으로 쓴 시 “당신께서 하늘과 땅을 만드실 때 나는 거기 없었습니다… 이제야 눈물 끝자리에서 알았습니다”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지혜 신앙의 깊이를 전했다.
결국 우리의 신앙은 긍정 신앙과 부정 신앙의 건강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이 목사는 강조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만약 네가 그것을 이해했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아니다”라고 말했듯이, 우리의 이성으로 다 파악할 수 없는 하나님의 초월성을 인정할 때 더욱 깊고 성숙한 신앙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침묵과 호흡을 통한 멈춤의 훈련
강의 후반부에서 이 목사는 이러한 ‘멈춤의 신앙’을 실제 삶에서 훈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침묵’과 ‘깊은 호흡’을 제시했다. 그는 마치 흙탕물이 담긴 컵을 가만히 내려놓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흙은 가라앉고 맑은 물이 드러나듯, 우리 내면도 침묵 속에서 고요히 머무를 때 비로소 자신의 진짜 욕망과 생각들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비유했다.
침묵 속에서는 평소에 눌러왔던 온갖 생각과 감정, 심지어 불편하거나 두려운 마음들이 떠오를 수 있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내면의 소리들을 판단하거나 억누르려 하지 않고, “괜찮다, 그것도 내 모습이다”라고 수용하며 가만히 바라보는 연습이다. 심지어 사탄이 주는 것 같은 부정적인 생각조차도 그것을 알아차리고 환대할 때 오히려 힘을 잃고 떠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목사는 프란체스코회 영성가인 리처드 로어 신부의 가르침을 인용하며, 깊은 호흡 자체가 하나님을 경험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행위는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인간에게 생기(루아흐)를 불어넣으신 창조의 순간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숨을 내쉬며 성령(프뉴마)을 받으라고 하신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특히 하나님의 이름인 ‘야훼’(YHWH)의 네 글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로어 신부의 독특한 해석을 소개했다. 그는 이 네 글자가 특정한 의미를 가진 단어가 아니라, 인간이 숨을 깊이 들이쉬고(YH) 내쉬는(WH)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와 같다고 보았다. 즉,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 자체가 깊은 호흡을 통해 하나님의 생명과 영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깊은 숨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미나 말미에는 모든 참석자가 5분간 눈을 감고 이 목사의 인도에 따라 침묵하며 깊은 호흡을 하는 실습 시간을 가졌다. 이 목사는 “일상에서 이렇게 의도적으로 자신의 엔진을 끄고 멈추는 시간을 통해,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 품에 안기듯 하나님 안에서 참된 평안과 안정감을 누리시기를 바란다”고 축복하며 모든 순서를 마쳤다.
이경희 목사 강의의 여운이 이어지다
이경희 목사가 제시한 ‘멈춤의 신앙’은 참가한 목회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다. 끊임없는 활동과 성과를 요구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들마저 분주함에 매몰되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놓치기 쉬운 시대다. 의도적으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침묵하며 하나님 앞에 머무는 시간은, 우리의 영혼을 새롭게 하고 그분의 음성을 듣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긍정 신앙과 부정 신앙의 균형 잡힌 추구는 복음주의 신앙을 더욱 풍성하고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에 대한 굳건한 믿음(긍정 신앙)과 더불어,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시는 하나님의 신비와 주권을 경외함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부정 신앙)가 함께할 때, 우리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요동하지 않는 깊은 신앙의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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