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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처치 이길주 교수 “미국의 노예제도와 그 유산”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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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ㆍ 2021-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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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부터 “미국의 노예제도와 그 유산(The American Slavery and Its Legacies)”라는 주제로 미국의 노예제도와 그 유산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토론하는 배움터가 열린다. 매주 미국 역사에 관한 강의를 진행해온 MET처치(메트로폴리탄 한인연합감리교회, 담임 김진우 목사)의 ‘수요 배움터’에서 9월 1일 부터 12월 29일까지 계속되는 특강의 강사는 버겐커뮤니티칼리지 이길주 교수(역사학 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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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노예제도는 미국의 가장 아프고 어두운 역사이고, 그 유산은 오늘날 미국의 가장 큰 도전”이라며 이번 특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예제도와 여기서 파생된 문제들을 이해할 때, 한인 동포 사회는 미국 사회의 변화와 치유 과정에 힘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미국의 한인 동포 사회는 흔히 이민역사에서 가장 빠르게 정착하고, 또 경제, 사회적으로 성공한 공동체라 불린다”며 이제는 그 성공에 폭과 깊이를 더할 때라 평가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역사 인식이 주는 힘으로 미국의 변화에 동참하는 한인 동포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종 문제와 관련해 이미 엄청난 변화의 파도가 미국 사회에 일기 시작했다고 진단한 이길주 교수는 특히 이민 1세대의 역사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포 1.5, 또는 2세대의 역사 인식과 사회의식은 크게 앞서가고 있는 현실에서, 1세대의 의식이 이민 오는  비행기 타던 그 시점에 계속 머물러 있다면 세대 간의 괴리와 갈등을 피할 수 없다”며  세대 간의 대화를 위해서도 역사 배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사를 모르면 역사를 되풀이 한다는 표현도 옳지만, 역사를 모르면 역사를 아는 자의 지배를 받게 된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현장 참여도 가능한 ‘수요 역사 배움터’ 문의는 historyandfaith@gmail.com 으로 하면 된다. 다음은 배움터 운동과 이번 가을 배움터 주제에 대한 이길주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미국의 노예제도와 흑인 차별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미국의 대표적 흑인지성 W.E.B. Dubois의 외침이 있다. "20세기의 문제는 피부색(인종)의 문제이다(the problem of the Twentieth Century is the problem of color line)"고 했다. 그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유색인을 침탈 착취한 제국주의도 그렇지만, 미국 안에서 피부색(인종)에 근거한 백인 우월주의가 만들어 낸 문제들을 지금 우리가 감당하고 있다. 1992년 LA 폭동을 보자. 이것이 어떻게 흑인과 한인공동체 사이의 문제인가? 그 근원은 DuBois가 지적한 대로 피부색, 즉 인종 편견에서 시작되는 백인 우월주의가 만들어 낸 흑인사회의 분노와 좌절의 원인이다. 이것이 폭발하면서 한인타운은 불탔다. 주류 언론의 보도에는 저렇게 열심히 착하게 사는 한인들의 삶을 파괴하는 흑인 폭도들을 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본질은 그게 아니었다. 1992년 LA 한인 동포 사회를 피해자로 만든 근본 가해자는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 편견, 폭력이었다. 이것들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한인 동포사회의 주거 패턴을 보면 우리 사회 또한 얼마나 이 “피부색”에 민감한가 알 수 있다. 결국, 피부색이 우리의 삶의 공간을 좌지우지 한다고도 할 수 있다. 역사를 배운다고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의 피해자를 나의 삶을 해치는 가해자로 보는 수준의 인종 의식은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한인사회, 아시안 사회 또한 백인 우월주의로 인한 피해를 당한다.

 

아시안 어메리칸도 물론 피부 의식으로 인한 피해 역사를 갖고 있다. Yellow Peril, ‘황색 공포’란 표현이 있다. 소수 중에 소수인 아시안들에게서 무슨 공포를 느낀단 말인가? 아시안은 교활하다는 백인 사회의 편견이 깊었다. 연탄가스처럼 무색무취로 미국 사회를 파괴한다는 투의 공포 의식이 팽배해졌다. 따지고 보면 흑인사회와 아시안 사회는 동병상련의 관계이지만, 우리 안의 인종 편견이 이 관계 만들기를 방해한다.

 

‘Black Lives Matter(BLM)’와 이번 배움 주제와의 관련은? 

 

물론 관련이 있다. BLM 시위 사태 이후 빠르게 변하는 미국사회를 보면서 역사 배움터에서 꼭 다루어야 할 주제라고 판단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에 비교해, 급진주의로 불리는 말콤엑스(Malcolm X)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If you're born in America with a black skin, you're born in prison." 미국에서 흑인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감옥에서 태어난 것과 같다는 충격적인 발언이다. 그는 흑인이 그의 피부색에 때문에 당해야 하는 편견, 차별, 폭력을 감옥이라고 보았다. 피부색이 유죄라면 이 감옥에서 출소할 수 없다. 피부를 하얗게 하거나, 성형을 심하게 하지 않고는 길이 없다. (그런 시도를 한 이들도 물론 있다.) 그렇다면 이 피부색의 감옥을 스스로 깨고 나올 수밖에 없다. ‘Black Lives Matter’가 그런 의미가 있다. 백인 사회는 놀랐고, 변화의 필요를 실감했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 (No Justice, No Peace)"라는 급진 구호 이상이 된 현실에서 우리 공동체도 자기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그저 허우적거릴 수는 없다. 역사를 이해하고, 역사의식을 갖는 것은 수영을 배우는 것이다. 

 

배움터 운동이란?    

 

주변에서 자주 말한다. “강좌” “아카데미” “성인학교” 등 귀에 익숙한 이름들이 많은데 왜 하필 “배움터”냐고 묻는다. 나는 이 배움의 시간과 공간에서 일방적으로 말하는 이로 서고 싶지 않다. 물론 전공자로서 지식 기반은 있다. 그것으로 배움의 멍석을 깔고, 그 위에 모여 앉아 대화하고 싶다. 놀이터, 우물터, 장터 등의 “터”는 뒤섞인다는 의미다. 강의자와 청중이 따로 있지 않고 모두가 말하고 배움을 얻는 기회였으면 한다.

 

또한, 유튜브에 흔한 ‘30분 미국역사 총 정리’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다. 어느 정도 시간과 정신 투자가 필요한 배움이라 생각한다. 특히 중요한 원문 분석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한다. 원문은 “역사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뒤 돌아서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얻는 것이 많다.  

 

오래전부터 동포 사회에서 역사 강의를 해 왔다. 최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역사의 넓은 개관 보다는 특정 주제를 정해 깊이 있게 배우자는 방향설정이라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미국을 진정으로 내 땅이라 부르려면, 그 탄생과 성장과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 들어 봄 학기에는 ’미국의 혁명과 헌법’을, 여름에는 “미국의 서부를 찾아서”란 주제로 배움터를 운영했다. 이 명제들의 다음 연결로 “미국의 노예제도와 그 유산”을 배움 주제로 정했다. 배움이 조금 체계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배움터를 ‘Cine-Learning’ 이라 부른다. 강의와 영화를 병행하는 이유는? 역사는 사실이고 영화는 창작이 아닌가?

 

특정 사회와 시대를 지배하는 공감대란 표현을 쉽게 쓴다. 정신적 측면에서는 “시대정신”이라고 표현한다. 공감대, 시대정신, 이런 사회 현상과 흐름, 또 그 기운을 어떻게 정의하고 가늠할 것인가? 영화는 일종의 문화 여론조사이다. 사람들이 공유하는 느낌, 생각, 희망, 걱정, 두려움. 이 같은 그 시대의 공통분모를 이야기와 비주얼, 소리로 담아낸  종합 예술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하고 은막에 담아내지 못하면 가차 없이 간판 내리는 것이 영화이다. 그래서 성공한 작품은 어느 정도 공감적 호소력이 있다. 

 

한국의 영화 역사를 보면 이해가 쉽다. 60년대를 한국 영화의 황금기라 하는 이유가 있다. 해방, 전쟁, 혁명을 통해 옛것이 도전받고 무너져가면서 새로운 윤리와 가치, 존재 방식이 한국 사회에 두터운 안개처럼 퍼져갔다. 오리무중 또는 격랑의 한국 사회를 열악한 제작 환경 속에서 그래낸 훌륭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50, 60년대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데 당시 영화는 우수한 비주얼 텍스트이다.

 

좀 더 구체적 예를 들면?

 

1965년 나온 김수용 감독의 ‘갯마을’을 보자. 한 바닷가 마을의 청상과부가 수절을 못하고, 죽은 남편의 친구를 따라 옛 표현으로 “팔자 고치려” 마을을 떠난다. 그 후 안 여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을 또 당하고 다시 갯마을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60년 대 변화와 전통이 뒤섞인 한국 사회를 깊이 느끼게 해주는 명작이다. 역사 강의로 다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이 영화가 대신해 준다.

 

70년대 한국 사회에는 누구나가 느낄 수 있는 소위 근대화, 산업화의 파도가 높고 세찼다. ‘바보들의 행진’ 같은 영화는 지금 무슨 일이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젊은이들의 문화를 통해 제시한다.

 

영화 ‘기생충’을 대학에서 상영했다. 영화가 끝나고 학생들은 정도와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나도 저렇게 계급 사회 속에서 신분상승을 위해 미친 듯 몸부림치는 것이 아닌가? 하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나는 이를 시대 분석과 시대 만남이라 표현한다. 전자가 공부라면, 후자는 생각이고 느낌이다. 둘이 만날 때 배움은 깊어진다.

 

이번 Cine-Learning 에서 상영할 영화는?

 

첫 배움터(9/1,수요일)에는 “The African Queen(1951)”을 본다. 아프리카란  공간에서 남녀 주인공이 거듭되는 도전을 이겨가면서 결국 둘의 뜻을 이룬다는 유명 작품이다. 험프리 보거트와 캐서린 햅번이 열연했다. 보거트는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 될 명제가 있다. 이 영화로 보고 있으면 아프리카란 공간과 그곳의 사람들은 마치 서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아프리카=정글, 아프리칸=미개 이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승리자는 사람 못살 것 같은 아프리카를 극복하고 성숙해진 두 백인이다.  서구의 관점에서 본 아프리카 역사를 이해하는데 이 영화의 배움 가치는 크다.

 

또 한 예로 흑인들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에는 두터운 의식의 배경과 토대가 있다. 물론 이에 대한 강의도 한다. 동시에 흑인과 백인 부부가 이들의 혼인 관계를 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버지니아주를 상대로 싸워 이긴 실제 케이스를 그린 ‘Loving(2016)” 같은 영화를 보면, 인종편견과 차별이란 주제를 피부에 가깝게 배우고 느낄 수 있다. 어쨌든, 18편의 영화를 깊이 검토하고 선택했다.  

 

배움터 장소와 시간은?

 

맨하탄 62가(렉싱턴과 3 애브뉴 사이)에 위치나 메트로폴리탄 한인연합감리교회(MET Church)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6시에 배움터를 시작한다. 7시에서 8시 30분까지 영화를 본다. 보통 전체 영화의 3분의 2정도 본다. 현장 참여를 권한다. 서로 얼굴을 보아야 대화가 더 진지하고 활발하다. 코비드 사태로 움츠려 들고 제약도 많지만, 정상화 되는 날을 미리 준비한다는 뜻이 있다. 학교가 그렇듯 수요 배움터도 사회를 조금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는 방역지침을 준수한다. 현장 참여가 어려운 분들은 강의는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 또 강의 요약과 배움터에서 사용한 슬라이드를 원하면 이메일로 보낸다.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배움터에서 역사를 배우는 이상의 비전이 있나?

 

어려서 자주 간 시골 외가의 동네 우물터를 기억한다. 마을 문제, 개인의 상담 할 것 없이 거기서 다 이루어진다. 마을에 공동사업으로 뭐가 필요한지도 우물터에서 목을 축이며 의견을 교환한다. 심지어 고부갈등도 거기서 물 기르면서 털어 놓으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열린 공간 배움터가 사회 공동체에 비전을 제시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다른 동포사회 운동 단체들과 연대, 협업하고 싶다. 우물터, 놀이터와 같아야 할 배움터에는 주인과 주체는 없다. 모두가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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