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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한미노회 2021년 신년예배 “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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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ㆍ2021-0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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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장로교(PCUSA) 동부한미노회는 1월 4일(월) 오전 2021년 신년예배를 순서자들만 모인 가운데 화상으로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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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예배는 오문구 장로(부노회장)의 인도로 진행됐다. 신년 기도로 빈상석 목사(중앙협의회장)과 추요셉 목사(정서기)가 미국과 한국의 평안, 노회 소속 교회들과 목회자들, 회복과 소망의 2021년이 되도록 한국어와 영어로 기도했다.

 

빈상석 목사는 지난해 팬데믹으로 특별히 어려웠던 2020년을 기억하고, 노회와 목회자와 성도들의 삶이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아직도 직접적인 만남을 가질 수 없는 어려움이 있지만, 곧 다시 만나 노회사역을 할 수 있는 회복이 있기를 소원했다.

 

이어 노회장 장경혜 목사는 마태복음 20:28과 누가복음 17:5-10을 본문으로 “주님의 섬김을 받는 우리들”이라는 제목의 말씀을 전했으며, 사무총장 김현준 목사의 집례로 성찬이 진행됐다. 노회원들은 미리 준비된 떡과 잔으로 각자 처소에서 참여했다. 이어 노회장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장경혜 목사는 “주님의 섬김을 받는 우리들”라는 제목대로 주님께서 우리의 섬김을 받으시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섬기고 계신다는 개인적인 깨달음을 나누며, 신년 어떤 자세로 목회를 하고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지를 도전했다. 다음은 설교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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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마 20:28)”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종 됨에 근거한 권위의 새로운 모범’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종 되신 주님의 권위는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섬김의 본을 보임으로 사람들이 자원하여 섬김의 삶을 따르도록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근래에 정치, 경제, 언론계 등의 지도자들의 불법과 거짓이 성행하고, 진리가 위협받는 혼란의 시대를 우리는 겪고 있습니다.  이때에 여러분들이 섬기는 지도자의 삶을 살아내시느라 배의 수고나 하셨음을 주님이 인정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저 역시 목회하는 동안 섬기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나름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 달 전에 이 말씀의 진의를 피상적으로 알면서 지내왔다는 사실이 충격이 되어 잠시 나누고자 합니다. 긴 신앙여정가운데서 주님을 사랑하여 임재를 간절히 사모하거나, 위기에 처해서 주님을 음성을 기다릴 때 주님의 강력한 임재의 경험은 소망 가운데 용기를 잃지 않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곤 합니다. 

 

저에게 머리에서 지울 수 없는 주님의 임재의 경험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 교회의 어려움으로 인해 무릎 끓고 몇 시간 째 앉아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중 한 순간에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저는 서있고 주님이 무엇을 하고 계신지 알 수는 없었지만 수종드는 모습으로 제 발 밑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계셨습니다.  

 

만왕의 왕 되신 주님이 티끌만도 못한 제 발밑에 무릎을 꿇고 계신 모습에 제가 너무 놀라서 뭘 잘못봤나 아님 제 정신이 나갔나 하면서 그 환상의 순간에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잘 못 본 것도 아니었고 정신이 나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제 눈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에 제 이성으로서는 더 이상 그 장면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불경스럽게 여겨져서 가슴에 묻어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그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르곤 했지만 애써 말이 안되는 환상이라고 생각하고 묻어 버린지가 20여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제가 근래에 은퇴계획을 세우면서 그동안 고생이 심해서 병들게 생겼으니까, 이제는 남들처럼 가보지 못한 휴가도 가보고 돌아보지 못했던 자녀들도 돌보면서 일이 년 사역하다가 은퇴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하는 가운데 주님이 문득 그 20여 년 전의 장면을 떠오르게 하셨습니다. 그 때 저는 주님께서 이 날까지 지극히 작은 저를 발밑의 낮은 자리에서 섬겨주셨기 때문에 제가 섬김의 삶을 살 수 있었다는 것이 한순간에 깨달아졌습니다. 제깐에는 섬김의 삶을 산다고 기를 썼던 것조차 제가 섬겼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섬겨주셨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 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여러분은 제 나눔에 감흥이 없으시겠지만 한번 서계신 여러분 발밑에 주님이 무릎을 끓고 여러분을 섬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우리의 섬김을 받으시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섬기고 계십니다. 그런데 목사나 장로의 직책을 맡은지 오래되고 성도들의 섬김을 받다 보면 그것이 당연한 것 같이 받습니다. 또 수고를 안 알아주면 왠지 마음이 섭섭해지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러나 보상심리가 작용하여 베풀기보다는 받으려 하고 섬기기보다는 권위를 행사하기 시작할 때 즉시 초심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주의 종이 아니라 조직의 상사같이 변질되어 버립니다. 끝까지 낮아지셨던 주님이 여러분과 저의 발밑에서 우리를 섬겨주시지 않으면 우리는 본성적으로 남을 섬길 수 없고, 섬김을 받으려는 존재들에 불과합니다.  

 

더 나아가서 예수님은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함이라고 하셨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우리를 적대시하고, 무시하고, 선을 악으로 갚는 자들을 위해, 우리 자신을 기꺼이 대속물로 내어준 적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악한 한 영혼이라도 멸망치 않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서 영혼구원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제자들을 만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던 때가 우리에게 다 있었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지쳐서 그런 일은 다른 사람이 하고 우리는 일상적인 교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에만 마음을 두고 싶은 유혹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서 사역이 번성하면 탈선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을 근래에 많이 목격합니다. 반대로 사역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때에는 비교의식 가운데서 건강한 정서를 유지하지 못함으로 사역에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을 경험합니다. 

 

목회를 성공적으로 하다가 혼외관계로 인해 교회를 해임당하는 유명한 분들과 인터뷰한 내용의 글을 자주 대하게 됩니다. 그런 분들이 진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변질된 이유를 살펴보면 하나님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죄 문제에 대해 취약했습니다. 그리고 회개를 하고 돌이키기에는 이미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너무 멀어져 갔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맺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깨지기 쉬운 질그릇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룻에 가졌으니 이는 능력의 심히 큰 것이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고 사도바울은 말씀합니다. 변질되고 부패한 사역자들을 정죄만 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안의 보배되신 주님을 높이고 그의 영광만을 위해 섬기는 종의 자리를 떠나면 우리 역시 깨어져 쓸모없는 질그릇과 같아 버려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신학교에 입학해서 신학개론을 수강했는데 첫 시간에 하신 교수님의 첫 말씀이 제 뇌리에 남았습니다. Crockett이라는 교수님 말씀이 그 당시에 신학교를 졸업하면 10명중 4명은 5년 안에 사역을 접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0명중 또 다른 4명은 십 년 안에 목회를 접고 남은 두 명 중에서 명예로운 은퇴를 하는 분은 한 명 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목회가 사각의 정글이기 때문에 말씀연구에 전념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경고를 해 주셨습니다. 이 통계가 제 가슴에 남아서 목회를 시작하면서 5년을 무사히 넘기자! 10년을 잘 넘기자! 되새기면서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명예로운 은퇴만 하면 된다고 되새기던 중에 그 오랜 세월 동안 제가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고 주님이 다 한 것이라는 사실을 최근에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누가복음 17:7-10입니다. “너희 중에 뉘게 밭을 갈거나 양을 치거나 하는 종이 있어 밭에서 돌아오면 저더러 곧 와 앉아서 먹으라 할 자가 있느냐. 도리어 저더러 내 먹을 것을 예비하고 띠를 띠고 나의 먹고 마시는 동안에 수종들고 너는 그 후에 먹고 마시라 하지 않겠느냐. 명한 대로 하였다고 종에게 사례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받은 것을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의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할지니라.” 

 

여기서 무익한, ‘아크레이오이’ 란 단어는 해석이 어렵지만 ‘보수를 받지 않는다’ 라고 보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한 봉사도 하나님께 상급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를 다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랍비 요나한 자카이가 말하기를 아무리 당신이 율법을 많이 지켰다할지라도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지 마십시요. 이는 이 목적을 위해 당신이 지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인간관계나 목회관계에  보상이나 대가의 개념이 개입되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경계해 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빚진 것이 너무 많아 갚을 길이 없습니다. 독생자의 피값으로 구원받은 우리는 이 세상의 무엇으로도 갚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소유한 모든 것이 주님의 것이고, 무조건적인 사랑과 그리스도의 용서의 은혜로 거저 구원받았습니다. 많은 사람가운데 만삭되서 나지 못한 것 같은 우리들에게 소명을 주신 분도 주님이십니다. 우리의 모든 관계를 은혜의 관계로서 사랑으로 섬기고 무익한 종으로 남아야  함이 마땅합니다.  

 

고전 “장자”에 보면 쓸모없는 나무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어느 마을에 무척이나 큰 도토리나무가 있었는데 어느 날 장석이라는 유명한 목수가 이 나무를 보면서 “쓸모없는 나무야!”하며 그냥 지나칩니다. 크기는 하지만 배로도, 관으로도, 기둥으로도 쓰기에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장석이 이렇게 나무에 대해 악평을 하고는 집에서 잠을 자는데 꿈속에서 이 도토리나무가 나타나 장석을 나무랍니다. “그대는 과일 나무나 좋은 재목의 나무만 쓸모 있다고 여기는가? 쓸모있는 나무들은 자기의 재능으로 말미암아 다 베어져 없어지고 말았네. 그런데 이제는 그 쓸모없음이 나의 큰 쓸모가 되었네. 만약 내가 쓸모가 있었다면 어찌 이렇게 커져서 수많은 소가 그늘을 찾아 나에게 오겠는가?”라고 했답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나무가 없듯이 하나님 앞에서 쓸모없는 일꾼은 없다고 위로를 받습니다. 2020년 팬데믹 해에는 일상의 생활이 마비되면서 인간의 한계를 철저히 깨닫는 겸손의 해였습니다. 그러나 밝아온 2021년도에는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자신을 내어주신 섬김의 주님을 마음에 모시고, 활기차게 사역하는 여러분과 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생명을 다해 영혼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제자 삼는 노회산하 모든 교회들과, 주의 종들과, 모든 성도들의 삶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무익한 종으로  하여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고백을 날마다 주님께 드릴 수 있는 새해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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