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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혼을 찾아서, 민족혼과 디아스포라, 민족혼과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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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4-10-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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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후러싱제일교회’에서 “민족혼을 찾아서”란 주제로 말씀, 기도, 대화의 자리가 펼쳐진다. 이 행사는 민족의 정체성에 관한 논란과 남북한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현시점에서, 한민족 혼의 재발견을 통해 지금의 도전적 상황을 극복하자는 취지를 담고있다.290278c33d3aaefcee5f95e6ecae08df_1727880355_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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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발표는 이길주 역사학 교수의 ‘민족혼과 역사’, 두 번째 발표는 전후석 다큐멘터리 감독의 ‘민족혼과 디아스포라’, 세 번째 발표는 최동현 목사(First UMC of Greenwich/새생명교회)의 ‘민족혼과 교회’이다. 점심 식사 후 이어지는 예배에서는 김정호 후러싱제일교회 목사가 설교한다. 사회는 김진우 목사(메트로폴리탄 한인연합감리교회)가 맡는다. 연합감리교회(UMC) 뉴욕연회 한인목회자협의회(회장 최동현 목사)가 행사를 주관한다.

 

이 행사는 민족 혼 또는 얼이 무엇이며, 신앙인들은 왜 이를 하나님의 은혜로 고백하며, 민족혼과 얼을 통해 이루시려는 하나님의 뜻과 어떻게 하나 될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하는 자리이다. 관심있는 동포들은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민족 혼과 얼은 “spirit”이라 번역한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지만 그 한계속에 영원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 존재의 끝은 물론 죽음이다. 모든 생명은 죽음을 피하는 것이 존재의 목적이다. 그런데 죽음을 초월케 하는 힘이 죽음을 제일 두려워하는 생명체 안에 존재한다. 정작 있는지 없는지 인식하기 조차 어려운 힘이다.

 

한글학자 고 김수업 선생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역임)의 얼 풀이가 가슴에 와닿는다. “느낌과 생각과 뜻이라는 마음의 속살들은 몸에서 말미암지만, 마음 안에는 몸에서 말미암지 않는 속살이 있다. ‘얼’이 바로 그것이다.” 김수업 선생은 얼을 “마음의 참된 속살”이라고 했다. “좁은 시간과 공간 안에 갇혀 있는 한낱 사람이면서도 끝이 없는 시간과 공간이 있음을 아는 힘,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알고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아는 힘”이다.

 

우리 민족은 얼을 믿었고 간직했다. 독립운동가이며 역사학자인 백암 박은식 선생(1859-1925)이 빼앗긴 조국을 떠나 1915년 중국에서 “한국통사”를 펴냈다. 백암 선생은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냈지만, 주요 정치, 외교, 군사 영역의 독립운동가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에게는 민족의 얼 지킴이가 더 맞는 호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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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 박은식)

 

“한국통사”의 머리말에 민족의 혼이 무엇이며 얼마나 중요한지 밝혔다.

 

“국혼(國魂)은 살아있다. 국교(國敎) 국학(國學) 국어(國語) 국문(國文) 국사(國史)는 국혼(國魂)에 속하는 것이요, 전곡(錢穀) 군대(軍隊) 성지(城池) 함선(艦船) 기계(器械) 등은 국백(國魄)에 속하는 것으로 국혼의 됨됨은 국백에 따라서 죽고 사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국교와 국사가 망하지 아니하면 국혼은 살아 있으므로 그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

 

민족이 육으로는 남에게 강점, 침탈 당할 수 있다. 하지만 혼과 얼이 있으면 부활이 가능하다.

 

박정희 대통령도 민족의 “얼”을 말했다. 국민교육 헌장에 나온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민족의 운명을 선조들이 간직해온,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미래에도 있을 민족의 얼을 통해 개척하자는 제안이다.

 

선조들이 민족의 혼, 또 얼을 힘차게 천명한 역사의 순간이 있었다. 기미년 (1919)을 전후한 독립 선언의 시대이다. 이 시기 한민족은 강한 독립 정신을 세상에 드러내 보였다. 독립은 타 민족의 통치에서 벗어나 민족의 주권을 회복함을 말한다. 독립 정신과 독립운동은 당연히 식민 통치자를 침탈한 강토에서 몰아냄을 목적한다.  

 

그런데 선조들의 독립 의식은 영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성서적 언어로, 새 하늘 새 땅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기미년 독립선언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식민 통치자 일본을 탓하고 미워할 필요가 없다고 선언한다. 이유가 있다. 민족의 독립은 무너뜨림이 아니라 창조를 위함이다. 구약 전도서의 표현을 빌리면, 제국주의가 "헐 때 "라면 독립은 "세울 때"이다. 식민통치가 "찢을 때"라면 주권회복은 "꿰맬 때"이다.

 

“우리는 원래부터 지닌 자유권을 지켜서 풍요로운 삶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것이다. 원래부터 풍부한 독창성을 발휘하여 봄기운 가득한 세계에 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꽃피울 것이다.”가 독립의 목적이다. 또 “남녀노소 구별 없이 어둡고 낡은 옛집에서 뛰쳐나와, 세상 모두와 함께 즐겁고 새롭게 되살아날 것이다” 고했다. 다시 말해 “ 復活(부활)을 成遂(성수)” 함이 독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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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년 독립 만세를 외치는 시민들) 

 

독립을 창조와 부활의 역사로 이해한 우리의 민족 혼 또 얼은 ‘공약삼장’에 녹아있다.

 

“오늘 우리의 독립 선언은 정의, 인도, 생존, 존영을 위한 민족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로운 정신을 드날릴 것이요,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 빼앗기고 짓밟힌 민족의 부활은 폭력으로 해서는 안됨을 말하는 영성의 힘이 느껴진다. (쉽고 바르게 읽는 3‧1독립선언서 인용)

 

거의 비슷한 시기 중국 만주에서 선포된 ‘대한독립선언서 (무오독립선언서)’가 외친다. “한번 보아라…인류에 주어진 평등과 평화는 밝은 해가 하늘에 가득하듯 하며 공의(公義)의 심판과 자유의 보편은 실로 오랜 세월의 액(厄)을 한 번에 씻어 내고자 하는 천의(天意)가 실현됨이요, 약소국과 미약한 민족을 구제하는 대지의 복음이다”라고 외친다. 독립을 하늘의 뜻이 실현을 알리는 복음으로 파악했다.

 

이 복음을 통해 “우주의 진선미 (眞善美)를 체현할 것이니 이는 우리 한민족이 때에 맞추어 부활하는 궁극의 의의이다”라 했다. 성서적 언어로 창조의 참됨, 선함, 아름다움을 세움으로 민족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독립의 궁극적 목표이다. 독립을 “모든 사망(邪網)에서 해탈(解脫)하는 건국”이라고 까지 했다. 죄에서 벗어남이다. "죄에서 자유를 얻게 함은 보혈의 능력"이란 고백과 같은 맥락이다.

 

일제 강점기, 독립선언이후 민족혼과 얼이 올곧이 드러난 사건이 있었다. 일제는 기미년 독립선언 이후 소위 문화통치로 방향을 틀었다. 1922년에는 대학 설립이 가능케 됐다. 이제까지 기독교계 사학들인 이화학당, 또 숭실학원의 대학부는 전문학교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 대학이 아니었다.

 

1920년 조선교육회가 결성됐다. 교육을 통해 민족의 혼과 얼을 지키고, 독립의 역량을 키우자는 운동이었다. 1922년 11월 조선 민립대학 기성준비회가 조직되고 모금 운동이 시작됐다. 조선인에게 민족 혼과 얼에 기초한 대학을 세우자는 뜻은 전국, 국외로도 퍼져 1923년 발기인이 1천 명을 돌파했다. 민립대학 기성회가 정식으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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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립대학기성회 창립 기념사진)

 

민립대학 설립을 위한 3개년 계획이 나왔다. “1차년도에는 400만 원을 모금하여 대지 5만 평을 구입, 교실 10동과 대강당 1동을 건축하여 법과, 경제과, 문과, 이과 등 4개의 단과대학과 함께 예과를 설치한다. 2차 연도에는 300만 원을 모금하여 공과를 증설하고 이과와 기타 학과의 충실을 기한다. 3차 연도에는 300만 원을 모금하여 의과와 농과를 설치한다” 였다. (민립대학설립운동, 우리역사넷 참조)

 

민립대학은 탄생하지 못했다. 총독부의 방해공작과, 민립대학을 위해 기부금을 쾌척할 것으로 기대했던 자산가 층의 관심이 식었다. 하지만, 민립대학 운동은 씨를 뿌렸다. 1932년 민립대학기성회 지도자였던 인촌 김성수 (仁村 金性洙) 선수가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한다. 이렇게해서 지금의 고려대학이 탄생했다.

 

우리말을 지키고 발전시킴으로 민족의 혼과 얼은 지키려는 운동도 있었다. 1931년 조선 어학회가 결성됐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 ‘조선어 표준말 모음’,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 등을 공표했다. 말과 글이 제대로 서야 민족에게 미래가 있다고 본 운동이다. 이 운동의 총 정리 격으로 조선어 사전 편찬 움직임이 있자 일제의 탄압이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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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학회 회원들) 

 

10여년의 노력 끝에 사전 원고를 탈고한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이 터졌다. 자기 고유 언어를 연구, 정리, 집대성했다 해서 언어 학자들을 집단으로 체포, 투옥하고 재판에 회부한 식민통치는 역사에서 찾기 어려운 탄압사였다. 일제는 조선어 사전에 담겨있는 민족 혼과 얼을 두려워 했다고 할 수 있다.

 

신사 참배 거부 또한 민족 혼과 얼이 가능케 한 독립운동이다. 신사에 고개 숙여 민족혼과 얼, 또 신앙고백을 더럽히는 대신 죽음을 택한 순교자의 수는 50여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2천 여 명이 투옥되고 2백여 교회가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한글 학자 김수업 선생의 얼 풀이를 생각한다. “얼”은 “알”과 같은 말이라 한다. 민족의 ‘얼’은 곧 민족의 ‘알’이다. 민족 생명의 씨앗이다. “‘얼’은 몸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먼저 얼이 있고 거기서 몸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얼’이란 사람이라는 목숨이 생겨나도록 열어 주는 초자연의 힘이며 씨앗이다.”

 

민족의 뿌리에 대한 혼돈과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깊어지는 지금. 10월 5일의 만남은 우리 민족혼이 이 세상에 화해와 평화의 길을 밝히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길주, 버겐커뮤니티 칼리지 역사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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