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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흥용 목사 "캐비넷에 있는 교회비전을 꺼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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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ㆍ2014-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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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흥용 목사(아멘넷 전문위원)은 새해를 맞이하여 교회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는 내용의 글을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교회라는 영적인 생태계"라는 주제의 두번째 글로 교회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글입니다. -편집자

과거에 제가 비한인 교회에서 사역한 적이 있습니다. 부임하고 나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교회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위한 평신도 지도자들과의 모임이었습니다. 교회의 사역에 연루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이 모임에 초청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이 교회가 가진 비전이 무엇인가?"를 제일 먼저 질문했습니다. 저는 누구라도 뭔가 답을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무도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분위기에 제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이교회의 사역문 (mission statement)은 무엇입니까?" 미국인들의 교회에는 사역문 하나는 흔히 있기에 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동안 아무도 답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다시 반복되었습니다. 잠시 후 누군가 입을 열어 답했습니다. "전에 아무게 목사님이 계실 때 우리 교회도 사역문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있고, 지금은 사무실 캐비넷 어딘가에 그 자료가 있을 겁니다."

교회에게 비전이란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따라서 주신 목적과 목표를 실행하는 기능을 합니다. 따라서 비전이란 성취 가능성이 희박한 복권 당첨과 같은 희망 사항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서 성령의 인도를 따라서 경험하게 될 미래의 실제 모습이어야 합니다. 비전은 현실(the Real)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이상(the Ideal) 과 구분됩니다. 즉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가 달성되었을 때 실현되어질 결과물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좋은 비전은 교회의 성도들로 하여금 목표와 계획을 만들게 자극하고 성취 욕구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좋은 비전은 단순하고 외울 수 있어야 하고, 누가 묻더라도 바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비전은 또한 자신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 감동시키는 특징이 있습니다. 모세를 통하여 이집트의 히브리 노예들에게 심장을 뛰게 만든 비전은 그들의 조상이 살던 땅 가나안으로 돌아가는 것과, 그 땅에서 억압없이 자유를 누리며, 그 땅의 소출을 먹고 사는 것이었습니다. 초대 기독교인들의 비전은 예수님이 전파하신 하나님 나라안에 있었고, 그 비전을 성취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현재의 삶을 기꺼이 희생했습니다.

"비전이 뭐가 중요합니까?", "사역문이 뭐가 중요합니까?" 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리고 "성경에 있는 대로만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라는 코멘트성 질문을 받습니다. 이런 때에는 저는 다음의 질문합니다. "그럼 성경이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보세요." 그럼 십중 팔구 설명은 장황하고, 사람마다 제각각의 답이 나오게 됩니다. 우리가 비전을 공유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지만, 각 교회의 입장에서 간단하게 정리된 말로 소화된 것이어야 하고, 교인들 스스로가 그 비전을 설명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성경에 있는 대로"라는 표현은 맞는 말이지만, 매우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확실치는 않고 오히려 교인들의 생각을 하나로 응집시키지 못하게 만들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 교회는 연합된 힘을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적인 관심이나 이권에 따라서 교회의 응집력이 사분 오열 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교인들이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경우 교인들간의 결집력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왠만한 외부적인 충격과 위기는 비전이 주는 가치와 결과들로 이길 수 있고, 힘차게 교회가 하나님의 사역을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비전이라도 한 순간에 공동체 전원이 같이 공유하지는 못합니다. 시간이 필요하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설득되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즉 대개의 경우, 개인이 어떤 비전을 먼저 갖게 되면 그것을 그룹원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며, 긍극적으로 그 비전을 그룹 전체가 자신들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수순을 갖습니다. 교회에 비전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면 새로 부임한 목사는 이를 존중하고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이고, 자신의 비전은 뒤로 미루어야 교인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신임 목사님들의 잦은 실수가 자기 것을 먼저 하려다 교인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희 교단에서는 교단 신학원과 연계하여 각 교회의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2년동안 함께 참여하는 'Ridder Initiative' 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매월 정기적으로 직접 모임을 갖고, 목회자들에게는 Skype 등을 통해서 코칭도 하고, 절기에 따라서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같이 영성 훈련을 받기도 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중의 하나가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같이 교회의 비전을 재 정비하고 (revisiting), 다듬고 (tuning), 선명하게 (sharpening)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비전은 세상을 향한 전도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내적 욕구의 충족과 친교에 관한 것으로 국한되고 머물 때에는 교회는 결국 제도화된 (institutionalized)된 기관으로써의 존재감은 높을 수 있지만 더 이상의 세상을 향한 복음 전파 공동체로써의 본질적 발전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비전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사역 현장과 자신들의 현재 입장에 대한 자체 조사및 평가 (Self-Study)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사실은 이를 통해서 동기 부여는 할 수 있어도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기는 힙듭니다. 오직 (1) 지도자들의 자질, (2) 기도등의 영적인 힘, 그리고 (3) 비전을 현실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조직원들의 연합됨 등이 좋은 결과를 이루어 냅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중 어느 것이라도 병들어 있는 상태라면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실천보다 먼저 상처난 부위를 치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자체 조사 및 평가를 시도하는 것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전락하기 일쑤입니다.

어떤 교회들은 "목사님은 설교와 성경 공부를 인도하고 교인들 심방하면 되고, 교회의 재정과 운영은 목사가 손 못대게 하고 우리가 정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교단 별로 헌법이 다르지만, 제가 아는 한 교단 배경을 가진 교회들은 목회자가 행정의 책임자이기도 합니다. 즉 비전 캐스팅 및 운용의 상당 부분을 목회자가 책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비전에 관련된 부분을 목회자를 배제하고 몇 몇의 평신도 지도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독점해서 가지려고 한다면 이런 교회는 열이면 열 모두 목회자에게서 받은 상처가 크던지 교회에서의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에 혈안이 된 교회들입니다. 이런 교회에서는 제 아무리 훌륭한 목회자들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인 목회 활동은 커녕 그 안에서의 생존조차 불투명합니다.

목회자가 하는 사역의 큰 부분이 비전 캐스팅입니다. 목회자의 예배와 설교, 성경공부, 기도, 심방, 심지어 전도까지도 비전 캐스팅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교회의 평신도 기득권자들이 목회자에게 이런 것들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목회자로써의 존재와 필요 가치를 부인하는 것입니다. 목회자와 평신도들은 한 배를 탄 같은 팀이어야지, 한 배를 탄 원수가 되서는 무슨 일도 안되게 되어있습니다.

목회자를 청빙하는 교회들은 대개 "훌륭한 목사님을 모시면, 교회는 자연스럽게 교인도 늘고 재정도 튼튼해 진다"는 생각과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맞는 말 같지만, 절대적으로 틀린 말입니다. 이 말은 제가 미국 교회들의 교인들에게서 많이 듣는 말입니다만 한인 교회에도 만연해 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미국인 목사님들이 들으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듭니다.

"훌륭한 목사"는 인격적인 면을 말하기도 하겠지만 매우 상대적인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인들과 잘 맞으면 교회 밖의 다른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해도 그는 그 교회의 훌륭한 목사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교인들과 마찰이 나면, 교회 밖에서 제 아무리 훌륭한 목사라고 해도 교회안에서는 그와는 반대되는 목사로 취급되기 일쑤입니다.

특히 교회가 목회자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흔히 하는 실수중의 하나가 자신들의 비전을 발전시킬 수 있는 목회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의 배경과 경력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특히 자신들의 교회가 가진 비전이 청빙 후보자의 것과 얼마나 일치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확인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아무리 이력이 훌륭한 후보라고 할 지라도 그가 갖은 비전이 교회가 추구해온 비전과 맞지 않으면, 반드시 청빙 후 교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탈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요즘 재정 자립도가 높은 교회들을 중심으로 목회자 청빙 사례들을 보면, 대형 교회 부목사 출신 선호 현상이 두드러 집니다만, 불행하게도 이렇게 청빙된 대다수의 사례들이 결국은 실패로 끝나고 있습니다. 큰 교회 부목사가 자신들의 교회가 가진 비전을 부흥 발전시켜 줄 수 있는 마법사 같은 좋은 목사는 아니라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 미국 교회에서도 부목사 10년 경험은 담임 목사 1년 경험보다 못하다라고 합니다. 회사로 치면 중간 관리자의 경험만 있을 뿐이지 사장으로써의 경험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목회자와 평신도는 같은 마음, 같은 비전을 가지고 활동하는 같은 팀에 속한 구성원들입니다. 교회의 비전은 교회가 막 개척한 단계에 있다면 목사 혼자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개척 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교회의 새로운 비전은 목사가 방향을 제시해 주며 큰 틀을 감독해 주면서 평신도 사역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비전의 공유라는 면에서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교회의 비전은 예배와 설교, 성경공부와 전도 그리고 기도와 영성 훈련 등등을 통해서 틈나는 대로 반복 교육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비전이라도 그룹원 전체가 인정하고, 같이 공유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전이란 하나님이 교회에 주신 미래에 대한 꿈이자 오늘도 희망을 갖고 살게 하는 에너지입니다. 비전은 미래에 이루어 질 것들을 미리 보게 하고, 그것이 보여지도록 만드는 것이기에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다리와도 같습니다. 여러분의 교회가 가진 비전 무엇입니까? 그리고 여러분들이 주님께로 부터 받은 개인적인 비전은 무엇입니까? 서로 확인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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