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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목사 “판문점선언과 우리네 이민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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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ㆍ2018-05-2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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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후러싱제일교회 김정호 목사가 연합감리교회(UMC) 공보국의 부탁을 받고 “판문점선언과 우리네 이민목회”라는 제목으로 쓴 글로 아멘넷에도 같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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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에서 북과 남의 정상들이 만났습니다. 만나서 ‘한반도 평화, 번영, 통일을 위한 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한창 부풀었다가 만남의 기회가 미루어지는 현실을 우려를 담아 직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미국에서 이민목회를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연관이 있으며 목회현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글을 부탁받았기에 제 생각을 적었습니다.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쓰여졌다는 것을 이해바랍니다.  

 

나는 아버지가 시카고 아주 작은 교회에서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 목회하시다가 갑자기 세상 떠나신 이후 아버지 일기를 읽으며 이산가족의 한과 아픔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목회하실 때 작은 교회 목회하는 것 보기 싫어서 토요일 밤에 일부러 술 마시고 들어와 주일날 교회 가지 않으려고 아버지 마음을 아프게 했던 불효자였기에 회개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서원했었습니다. 언제라도 가능하다면 아버지 고향 평양에 가서 살아있는 가족 만나고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라도 찾아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효도를 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습니다. 훗날 그 기회가 주어져서 가족도 찾고 할아버지 산소를 돌보는 사촌형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한반도평화통일에 이민교회 목회자로서는 나름대로 깊게 관여하게 된 것입니다. 

 

가끔 남들에게서도 그렇고 나 자신 스스로도 질문합니다. 미국에 고등학교 때 이민 온 내가 왜 한반도평화통일에 이리 오랜 세월 관심의 줄을 놓지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먼저는 내 핏속에 담겨있는 분단역사 희생자의 자식으로서 가지는 아픔일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평화통일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불효자식이 가지는 핏줄의 도리입니다. 

 

그 다음은 예수 믿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목적과 목회 내용을 보면 예수의 사람으로서 이 시대 한민족의 일원으로 태어난 선교적 사명이 이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것은 의지적인 선택입니다. 어떤 사람은 인종차별철폐의 사명이 그 사람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시대적 사명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환경운동이 그것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목회를 시작한 1980년 초반부터 한국 민주화와 통일의 과제가 내가 선택한 선교적 과제였습니다. 그리고 인권운동, 민주화, 한반도평화통일의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예수님 말씀과 삶 그리고 죽음과 부활의 의미가 살아서 내게 깊은 의미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이르러 세상이 많이 바뀌면서 나의 목회적 관심의 중심이 바뀌어갔습니다. 나는 1995년도 해방 50주년이 지나면서 목회 관심을 이민교회 이민자들의 현실로 바꾸었습니다. 미국시민으로서 미국땅 삶에 더 정직하고 충실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목회도 진보나 보수나 한국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적 목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해외동포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이 군사독재치하에 있지 않고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통일의 문제도 어느 순간 국가와 국가 간 해결해 나갈 과제가 더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교회의 본분으로 돌아가고 특별히 이민교회는 이민자들을 위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생각하면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하기 어려운 일이 오래전에 있었습니다. 제 목회 스승 홍근수 목사님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셔서는 백악관 앞에서 2002년도 미군장갑차에 압사당한 여중학생 효순이와 미순이의 죽음에 항거하는 금식투쟁을 하셨습니다. 그때 여러 후배들이 나에게 그 자리에 왜 함께 하지 않느냐고 항의식 질문을 했었습니다. 그때 내 대답은 “홍 목사님은 그분이 하셔야 할 일 그리고 그분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을 하시는 것이다. 지금 나의 책임은 이번 주일 설교 잘하고 교회 잘 지키는 것이다. 너희들도 이번 주일 설교 잘해라”였습니다. 비겁하다고 비난받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그 입장을 고수합니다. 물론 때로 이민목회자들도 사회정의와 조국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해 감당해야 할 몫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민목회 목회자는 자기 목회현장에 더욱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당연히 사회변혁운동과 하나님 나라 운동에 있어서 공동선을 추구해야 할 때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목회자는 목회자가 지켜내야 할 사명이 다릅니다. 

 

교회를 사회운동의 도구로 여기는 사람들의 문제는 교회론과 구원론에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회불의와 전쟁의 앞잡이 하수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문제도 역시 그것입니다. 나아가서 목회현장의 우선순위입니다. 이민목회자들은 한국을 의지적으로 떠나 미국에 살기 위해 온 이민자들과 목회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강제로 로마에 의해 디아스포라 2000년 역사를 살아온 것과 내용적으로 다릅니다. 물론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한민족 대이동의 시각으로 볼 수 있다 하겠지만 이것은 무리 있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미국에서 후손들을 키우고 미국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사람들과 교회를 세워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민교회 한반도평화통일의 과제는 미국정부와 의회를 움직이는 일이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남한이나 북한 바라보는 해바라기적 정치참여는 영향력도 없고 어떤 의미에서 자기현장을 존중하지 않는 직무유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이민교회 현실은 자기가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 집중하기보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것에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실제적으로 한국 선거 투표권도 없으면서 한국 신문에서 읽는 것들이 이들 삶의 큰 부분을 좌지우지합니다. 더 큰 문제는 목사들이 미국사회로 들어가는 노력도 없고 실력도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교인들보다 목사들이 오히려 더 해바라기식 목회에 빠져있습니다.

 

한반도 정세 변화도 우리네 생각으로는 굉장한 영향을 주는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는 거의 영향력이 없습니다. 신문기사가 바뀔 때마다 흥분하고 때로 좌와 우로 나뉘어져서 사네죽네 난리들을 피지만 실제적 한반도 평화통일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UMC 평화위원회에서 추구하는 것처럼 UMC 교단이 한반도평화통일에 관심가지도록 총회차원에서 성명서와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미국교회를 움직여서 미국의회가 한반도 평화지향적인 정책을 내도록 영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오는 7월에는 UMC가 중심이 되어 한반도평화축제를 워싱턴 DC에서 가집니다. 미국교회와 미국국회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일에 쓰임받도록 하는 노력입니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이 남한과 북한, 북한과 미국은 물론 주변 국가들도 한반도평화통일의 과제를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려고 하는  때에 교회의 역할은 교회 존재 본질 목적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한반도 정치적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교회는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증거하는 사명을 지속할 것입니다. 문제는 오늘날 교회들이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 관심들을 보면 예수의 마음과 정신과 정반대라는 것입니다. 예수가 주인 되는 교회에서 외쳐지는 설교가 어찌 전쟁 지향적, 독재지지 그리고 불의를 두둔하는 프레임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것인가요? 잘못된 교회론과 구원론의 문제입니다.

 

나아가서 교회를 자기들이 원하는 사회변혁의 도구로 이용만 하려던 사람들이 큰 잘못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도 교회를 망가뜨리는 사람들입니다. 진정한 보수는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지켜내는 사람들입니다. 진정한 진보신학은 예수 복음의 뿌리에 근거해야 합니다. 사이비 진보와 가짜 보수들이 교회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예수가 그리스도이시라는 신앙고백이 없고 십자가 구원의 확신과 부활승리의 증거가 없는 문제입니다.  

 

나는 정의평화통일은 예수 구원역사 큰 그림 안에 있다고 믿습니다. 교회의 사명은 하나님 나라 확장에 있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대한 충성이나 사상과 이념의 노예가 되면 안됩니다. 그래서 독일 히틀러 나치가 독일교회가 게르만민족 우월가치관과 나치 독일에 애국하는 교회되도록 강요할 때 칼 바르트나 본 훼퍼 목사와 같은 이들은 고백교회를 세워서 교회의 주인은 오직 예수라고 선포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교회는 이와 같은 고백교회의 신앙과 신학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목회가 정치적이어야 합니다. 정치적이라는 것은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는 목적을 위한 것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신 성육신신학의 중심이 이것입니다. 관념적이고 구름 잡는 이야기 하지 말아야하기 때문에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위한 정치적 설교나 목회가 아니라 주기도문에서 예수님이 가르치신 그것과 한국 기독교대한감리교회 교리적 선언에서 말하는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 실현된 인류 사회가 천국임을 믿으며 하나님 아버지 앞에 모든 사람이 형제됨을 믿으며” 이런 신앙고백에서 나오는 정치적인 교회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하나님 나라 비전을 담아내는 정의평화통일지향적 설교는 정치적 설교라고 비난을 하면서 반통일적이고 불의와 전쟁이 있어야 먹고사는 사람들을 위한 설교는 성경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무지몽매한 교계의 현실입니다. 

 

벌써 오래전입니다. 어느 목사가 개척한 교회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통일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더니 반통일적 교인들이 난리를 치고 나를 공격해서 교회 문을 닫았어”라고 합니다. 그런데 교회가 문 닫은 것에 대한 어떤 아픔이 보이지 않고 자기 자신이 대단한 통일투사나 된양 의기양양한 것을 보았습니다. 정말 반통일적 교인들이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정말 그 목사 북한방문이 얼마나 통일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보는 문제는 교회공동체의 동의를 얻어내지도 못하고 신뢰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교회를 지켜내는 목회를 소홀히 하면서 통일운동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정말 반통일 세력이 교회에 있습니다. 교회를 지킨다고 하고 보수신앙을 지킨다는 명분이지만 그것은 예수와 전혀 관계없는 일로 못된 일을 일삼는 사람들입니다. 사도바울이 다메섹에서 거꾸러지기 전 예수 믿는 사람들 잡아 죽이러 다닌 잘못된 진리에 근거한 열심이 특심인 사람들이 교회에 많습니다. 그러나 진정 교회를 사랑하고 지켜내려는 목회자로서의 사명이 없으면서 진보로 자처하는 무책임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이후 많은 것이 달라지리라 봅니다.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고 이겨내야 할 적들도 많겠지만 기본적으로 남과 북은 전쟁이 아닌 평화와 번영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하나님이 열어주시는 새로운 은혜와 축복의 미래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통일의 과정이 앞당겨져서 우리 같은 미국시민들도 북한 땅에서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고 목회의 길이 열린다면 내 할아버지가 목회하셨던 평양 땅에서 어떤 형태이던 교회를 세우는 꿈도 가져봅니다. 이런 생각도 유아적인 낭만적 사고이고 직업병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목회 안하고 그냥 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언제나 예수가 생명이고 소망이기에 교회가 세상의 소망이고 생명이라고 믿습니다. 간혹 어떤 이들은 통일이 되어도 남한 땅의 파괴적이고 안하무인격인 못된 교회들은 절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못되고 못난 교회 비난하는 에너지 있으면 정말 예수 생명과 사랑의 교회를 세우는 일에 시간 쓰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때에 교회는 더욱 교회의 존재목적에 집중할 것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예수 그리스도 제자 만들기’ 이 선교적 사명은 한반도 정치적 통일 이전이나 이후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지금 이민교회 가장 중요한 목회적 사명은 더욱 예수 잘 믿는 교회세우는 것입니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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