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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 목사 “목사와 돈 - 깨끗한 부, 깨끗한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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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ㆍ2018-11-1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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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종순 목사(충신교회 원로)가 “목사와 돈”라는 제목으로 미주크리스천신문에 3회에 걸쳐 연재한 내용입니다. 

 

1.

 

목회에 돈은 필요한가? 목사도 돈이 필요한가? 필요하다. 무소유의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났다는 모 승려도 머물 암자가 있었고 출판인세가 있었다. 목사에게는 얼마의 돈이 필요한가? 그건 밑도 끝도 없다. 적을수록 불편하고 많을수록 좋다. 그것은 호의호식이나 호사와 사치를 위해서가 아니다. 먹고살아야 하고, 자녀를 가르쳐야 하고, 달라는 사람에게 베풀어야 하고, 찾아가서 나눠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목회하는 동안 주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하나라면, 달라고 찾아오는 사람은 백이 넘었다.

 

깨끗한 가난

 

돈은 인격의 시험품이라는 말이 맞다. 돈은 그 사람의 인격과 신앙을 시험한다. 덜된 사람이 돈을 거머쥐면 잡기에 빠지고 추대를 연발한다. 그러나 인격과 삶, 신앙과 훈련으로 다져진 사람은 그가 가진 돈 때문에 타인과 공익, 선한 사업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목사라고 예외일 수 없다. 교회 덩치가 커지고 만지작거리는 돈의 부피가 커졌을 때 철저한 관리로 자신의 삶을 빛내는 사람도 있고, 관리 부실과 구설수에 휘말리고 망가지는 사람도 있다.

 

청지기. 그렇다, 우린 청지기일 뿐이다. 교회도, 부도, 영광도 내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내 것으로 만들고 내 것인 양 행세하다가 실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한 교훈을 준다. 필자가 쓴 졸저 “깨끗한 가난” 머리글을 그대로 옮겨 본다.

 

가난한 조사(전도사)의 아들로 태어난 저는 가난이 싫었습니다. 먹고사는 것도, 학교에 다니는 것도 힘겨웠고, 홀로 된 어머니가 겪는 생활고도 어린 마음이지만 쓰리고 아팠습니다. 가난이 대물림이라면 그 고리를 끊어서라도 자유하고 싶었고, 부자가 되는 길이 있다면 어느 길이든 상관없이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난을 벗어던진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나이테를 그을수록 실감하게 됩니다.

 

제가 세 살 때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저에게 물려준 유산은 책 한 권이었습니다. 한 평의 땅도, 그럴싸한 방 한 칸도 물려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난과 맞닥뜨리며 유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습니다. 정신적, 육체적 울타리와 지붕이 없는 터라 고독한 싸움, 홀로서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 저를 하나님은 돈 벌어 부자가 되고 잘사는 쪽으로 길을 트지 않으시고 목사가 되는 길을 여셨습니다.

 

목사란 하늘을 나는 재주가 있어도 물려받은 유산이 없는 한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몸에 배인 가난이라 적응이나 수용이 어렵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난이 좋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철이 들면서 가난도 부도 갈래가 많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깨끗한 가난이 있고, 추한 가난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난, 바울의 가난은 깨끗한 가난입니다. 그러나 사기 치고 주색잡기하다 망해서 된 가난은 추한 가난입니다. 힘들겠지만 가난을 기회로 삼고 넘어서려는 용기는 깨끗한 가난이고, 가난 때문에 자학하고 포기하는 태도는 추한 가난입니다.

 

부의 경우도 깨끗한 부와 추한 부로 나뉩니다. 바로 벌고 바로 쓰는 부, 거룩한 나라와 그 삶을 위해 쓰는 부는 깨끗한 부입니다. 그러나 목적도 수단도 개의치 않고 이룬 부, 거기다 자기만을 위해 쓰는 부는 추한 부이며 졸부입니다.

 

깨끗한 부, 깨끗한 가난, 이것이 기독교 경제의 뿌리입니다. 1천2백만 한국 크리스천이 깨끗한 부와 깨끗한 가난의 신앙과 삶을 지녔으면 하는 마음으로 졸저 제명을 “깨끗한 가난”으로 정했습니다.

 

목회 틈틈이 써 모았던 글들을 한데 묶어서 엮었습니다. 말보다 글은 훨씬 책임이 큽니다. 오래 남고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책 안에 담은 글들은 내세우기엔 미흡하고 버리기엔 아까운 자전적 사고의 열매들입니다. 독자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2.

 

돈 관리 원칙

 

평소 필자의 교회 재정관리 원칙은 목사가 직접 돈을 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입 지출을 철저하게 보고는 받되, 간섭은 피했다. 정기적으로 감사는 실시하되, 관여하지는 않았다. 충신목회 35년간 단 한 건의 재정사고가 없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고 신실한 청지기들의 헌신덕택이었다. 필자가 평소 지켜 온 목사의 돈 관리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자족하기

 

돈은 많을수록 좋다. 모자라면 불편하다. 얼마의 돈이 필요한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러나 가지고 누리는 것의 분량과 상관없이 자족의 비결을 터득하면 돈의 족쇄로부터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만끽할 수 있다.

 

머리 둘 곳도 없다고 하신 예수님, 일체의 비결을 배웠다는 사도 바울, 우리로선 먼발치를 따르기도 힘들다. 고무풍선은 적당량의 공기를 주입했을 때 필요가치를 인정받는다. 모자라면 쓸모가 없고 지나치면 터진다. 이러한 단순 진리를 알고 있는 우리네지만 적정선을 지킨다는 것이 쉽지 않다. 재벌의 붕괴, 고위관리들의 몰라가도 따져 보면 끝없는 욕망의 산물이다.

 

자족이란, 그날 하루의 삶과 나에게 주어진 크고 작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있을 때 성립된다. 자족이 없으면 언행이 거칠어지고 기도줄이 잡히기 않는다. 그리고 세상만사를 보는 시각에 사시현상이 일어난다. 자족은 감사를 낳고, 감사는 평안으로 이어지고, 평안은 영혼과 육체를 풍요롭게 만든다.

 

2) 궁상떨지 않음

 

필자의 학창 시절은 버겁고 각박했다. 고된 고학의 길을 걸어야 했고 배고프면 허리띠를 졸라야 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재학 시절 식권 한 장 값은 13원이었다. 필자는 매일 한 끼나 한 끼 반으로 식사를 조절해야했다. 식권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 시간이 되면 학교 뒤편에 있는 아차산에 올라가 바람을 쏘이기도 하고 솔잎을 씹기도 했다. 그리고 점심 식사가 끝날 무렵 강의실로 내려오곤 했다.

 

어느 날인가 “박종순이는 점심시간마다 워커힐 호텔에 올라가 스테이크 먹고 온다더라”는 루머가 퍼졌다. 일절 내색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친구가 필자에게 “안양에 땅 3만 평이 있다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필자가 “아마도 3만 평은 더 될 거야”라고 했더니 이 입 저 입에서 박종순이는 부잣집 막내다, 땅 부자다, 워커힐 호텔에서 양식 먹는다는 헛소문이 나돌았다. 없다고 징징대고 먹지 못한다고 궁상떠는 것은 필자의 자존심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회 평생 필자는 그 자존심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지켰다. 미래를 꿈꾸는 사람의 자존심과 성직자로서의 자존심을 궁상떠는 그 일로 일그러뜨리는 것은 꼴사나운 일이라고 여기며 살았다.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때 “박 목사는 미국에 수백만 달러를 모아 두었을 것이다, 은행에 수십 억을 예치해 두었을 것이다”라고 입방아 찧는 푼수가 있었다. 개의치 않고 내버려 두었다.

 

목사는 자기 자리를 찾아 앉고 서는 것이 쉽지 않다. 없어도 있는 것처럼, 있어도 없는 것처럼, 알아도 모르는 척 넘기고 지나쳐야 할 경우가 많다. 쌀독에 쌀 떨어졌다, 지갑에 돈 떨어졌다, 사는 게 힘들다며 궁상떤대서 연민의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체험이고 소신이다.

 

3) 주고받고

 

필자의 경우 부흥회 요청 교회를 선별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큰 교회 요청은 수락하고 작은 교회나 개척 교회는 거절하는 일은 피했다. 도시와 농촌도 가리지 않았다. 부흥회 강사를 초빙하지 못하는 농어촌 교회는 직접 연락하고 집회를 인도하기도 했다. 형편이 넉넉한 교회는 사례금을 받았고, 건축 중인 교회는 건축헌금으로, 담임교역자 생활이 어려운 교회는 받은 사례금을 담임교역자에게 드렸고, 자녀교육이 버거운 교역자에게는 장학금으로 전했다. 필자의 경우 역시 쪼들린 생활이었지만 주고 나누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3.

 

필자가 예장통합교단 부총회장으로 출사표를 내자 전국 각지에서 “박 목사님, 그동안 어떻게 은혜를 갚을까 고심했는데 드디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 지역은 걱정 마십시오. 제가 총대를 메겠습니다”라며 지원군이 경향 각지에서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선거운동을 위해 총책을 두고 지역별 책임자를 선정하는가 하면, 후보 자신이 전국 노회와 지역을 수차례씩 방문한다. 그러나 필자는 선거참모나 지역책을 임명한 일이 없었다. 지난날 은혜를 잊지 못하는 동지들이 각 지역과 노회의 중진들이 되어 필자를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이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드리고 상상도 못할 복을 받았다. 받았기 때문에 감사하고 드리는 것은 이교도들도 가능하다. 그러나 신앙인의 세계는 드리는 것이 먼저고 복은 그 다음이다.

 

얘들아, 물려줄 게 없구나

 

필자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물질적 유산은 아무 것도 없다. 물려 줄만한 경제적 자신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부모님에게서 물량적 가치로는 따질 수 없는 천만금보다 귀한 신앙을 물려받았다. 방지일 목사님은 필자를 만날 때마다 “박 목사, 박 목사가 오늘의 박 목사가 된 것은 다 어머니의 기도 때문이야”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유산은 크게 삼분할 수 있다. 그것은 물량적 유산, 정신적 유산, 신앙의 유산이다. 셋 중에 가장 위대한 유산은 신앙의 유산이다. 수십조의 돈과 기업을 물려받아도 정신의 댐이 무너지고 신앙의 집이 붕괴되면 경제적 유산은 가치고 의미도 없다. 그리고 관리도 못한다. 그런 현상이 앞뒷집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솔직히 자식들만이라도 아비가 걸어온 가난의 길을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두 딸, 두 사위, 거기다 아들까지 3남매 모두가 필자의 뒤를 따라 주의 종의 길을 걷고 있으니 부자로 잘사는 것은 기대난망이다. 빈손으로 오고 빈손으로 가는 것은 인생의 정로이며 성경의 가르침이다. 영원한 세계를 향한 여행엔 전대도, 두 벌 옷도 필요치 않다.

 

‘애들아, 물려줄 게 없구나. 그러나 내가 물려받은 신앙 자산을 너희에게 물려준다. 이 유산은 천만금보다 귀하고 이 세상 모든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유산임을 이해해 줘서 고맙고 고맙다.’

 

하나님의 것과 가이사의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내 것과 네 것, 공과 사는 그 한계가 분명해야 한다. 담임목사의 눈물과 땀이 모이고 희생과 헌신이 쌓여 교회가 성장하고 예산규모가 불어났을 때 오는 유혹이 있다. 그것은 ‘내가 일궜다. 나 때문에 오늘이 가능했다. 내 공로다’라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런 사고의 포로가 되면 ‘돈 좀 쓰는 게 뭐가 잘못이야? 나쁜데 쓰나? 다 선교와 교회를 위해 쓰는 건데’라며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 하고 그결과를 겁내지 않게 된다. 그러나 자고로 그 덫에 걸린 사람치고 무사태평한 경우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필자는 ‘황금을 돌보듯 한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황금에 집착하거나 탐욕을 부리지 말라는 뜻인 줄 알지만 그러나 황금은 황금으로, 돌은 돌로 보는 게 정상이다. 만일 황금을 돌덩이로 여기고 남용한다면 그 결말은 뻔하다. 과욕과 탐욕은 목회자가 경계해야 할 마지노선이다. 그 선을 넘어서면 안 된다.

 

필자가 구상하고 추진하려는 몇 가지 비전이 있다. 그런데 모두 돈이 필요한 일들이다. 그렇다고 서두르거나 챙기거나 과욕을 부리면 엄청난 과태료를 지불하게 된다. 돈은 필요가치다. 돈 자체는 중성이어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어떻게 버느냐 모으느냐 그리고 어떻게 무엇을 위해 활용하느냐에 따라 선한 열매를 맺을 수도 있고 악한 결과를 내밀 수도 있다.

 

돈! 많으면 좋겠다. 하고픈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 돈이 하는 것이 아니다. 돈은 손도, 발도, 눈도 없다. 저 혼자 일을 처리할 능력도 없다. 그래서 선한 청지기가 필요하고 그들이 하나님의 사업을 일궈 나가야 한다. 

 

박종순 목사(충신교회 원로)

ⓒ 미주크리스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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