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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문동환 목사 추모예배 "역사와 통하고 예수와 교류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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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ㆍ2019-03-1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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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문동환 목사 추모예배가 한국에서 진행된 발인예배와 같은 시각인 3월 11일(월) 오후 7시30분에 뉴욕우리교회(조원태 목사)에서 열렸다. 예배는 뉴욕한신동문회가 주관했다. 

 

뉴욕한신동문회 회장인 조원태 목사는 "존경하는 시대의 어른이 부족한 시대에 오늘 이 자리는 남겨진 이들이 이제 시대의 어른을 찾고 또 시대의 어른이 되어야 할 사명을 나누는 귀한 자리였다. 문동환 목사님이 남긴 사랑과 용기의 가치를 밑거름 삼아 더 큰 민족의 어른들이 뉴욕한인동포사회에서 길러지길 기대한다"라고 행사의 의미를 나누었다.

 


▲[동영상] 고 문동환 목사 추모예배 실황0a91e9e557b021d78896dc29ec09dc50_1552564586_75.jpg

 

추모예배 순서지에는 “민주화와 통일의 선구자”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추모예배가 끝나고 생애를 통해 한 번도 양지에서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살지 않은 목사, 아내를 위해 따스하고 고소한 쿠키를 오븐에서 굽는 목사, 평생토록 사랑과 용기와 박애의 삶을 주님처럼 몸소 실천하다 가신 문동환 목사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1.

 

예배는 조원태 목사의 인도로 진행됐다. 1962년 문동환 목사가 처음 신학교에서 강의할 때 학생이었던 김영호 목사(생명의전화 대표)는 “성서에서 찾은 신앙의식으로 역사를 바르게 보고 주님이 걸어가신 길을 멋지게 걸어가신 그 길을 우리 모두가 따라가고 싶습니다. 도와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이어 한국에서 열리는 발인예배에서 나누어진 것과 같은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 안에는 문동환 목사의 육성 기도와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도 담겨져 있었다.

 

조동호 교수(퀸즈칼리지)가 조가를 불렀다. 조 교수는 뉴욕 금강산 식당에서 열린 문동환 목사 90세 생신에서 불렀으며 문 목사가 특별히 좋아했던 ‘철망 앞에서’를 불렀다. 이 노래는 통일 운동가였던 문동환 목사가 같이 흥얼 거렸을 듯한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라는 가사를 가지고 있다. 또 뉴욕우리교회 전수희 집사가 국악 찬양을 했다.  

 

2.

 

김정호 목사(후러싱제일교회)는 히브리서 11:13~16,39~40을 본문으로 "역사와 통하고 예수와 교류한 삶"이란 제목의 설교를 했다. 다음은 핵심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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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저에게 큰 감동을 준 문동환 목사님의 설교가 있다. 모세가 꺼지지 않는 떨기나무 불 앞에 서있는 내용이다. 문 목사님은 이것을 한 번도 포기하지 않는, 절대로 잊지 않는 하나님의 민중에 대한 사랑이고 민중에 대한 부름이라고 말씀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그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추모예배에서 설교할 자격이 못되는 사람이다. 한신대를 안 나오고 기장 목사가 아니기 때문이라기보다 문동환 목사님을 여러분 뵈었지만 한 번도 칭찬을 받아보지 못한 목사이다. 그분 앞에 서면 나는 뭔가 순수하지 못하고 세상과 너무 쉽게 타협하는 목사라는 부끄러움이 있었다.

 

문동환 목사님을 처음 뵌 것은 1981년 보스톤 대학에서 해방신학자들을 초청하여 세미나 열었는데 강사로 오셨다. 공항에 모시러 가는데 당시 20대 초반 신학생인 저는 한 시대 어른을 모셔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몇 일간 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였다. 문 목사님은 육척 장신의 크신 분으로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있었다. 막상 공항에서 뵈니 몸이 그렇게 크지 않으셨다. 당시 입으신 바바리코트는 드라이클리닝을 안 해 목에 검은 줄이 몇 개 있는 소탈한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다.

 

90년대 초반에 다시 뵈었다. 평민당 수석 부총재 지내다 그만두신 때였다. 당시 문동환 목사님에게 “정치하려면 오래 버티시지 왜 그리 빨리 그만 두셨냐”고 물었다. 그러자 문 목사님은 “나는 정치를 낮에 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정치는 밤에 하는 것이야. 낮에 나는 열심히 말하면 뭐가 되는 줄 알았는데 밤에 나만 빼고 술 마시며 따로 정치하는 거야”라고 웃으시면서 말씀하며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이 따로 있음을 분명히 했다.

 

10여년 전, 아틀란타에서 목회할 때 설교를 부탁 드렸다. 작은 교회에서 2천명이 넘는 교회로 부흥시키기 위해 균형을 유지하며 목회했기에 너무 진보적인 분은 아무리 부탁이 있어도 강단에 세우지 않았다. 그런데 문동환 목사님은 그런 고민할 필요가 없는 분이기에 교회에 문제가 생길 각오로 부탁을 드렸다. 당시 신축한 큰 예배당에서 설교를 하셨는데 설교시간에 한 번도 저를 칭찬하거나 조금이라도 좋은 이야기를 안 하셨다. 제가 그 교회 담임임을 인정하지 않는 설교를 하셨다. 더구나 설교내용은 대형교회를 때리는 설교였다. 예배후 지역의 젊은 목사를 초청하여 식사를 했는데, 문동환 목사님은 그 자리에서도 내가 옆에 앉아있는데 인정조차 안하시고 큰 교회 문제를 적나라하게 지적하셨다. 제 얼굴을 안보아주셨다.

 

어제 한신대 명예교수인 김경재 목사가 쓴 문동환 목사님에 대한 추모글을 보니 그때가 생각났다. 김 목사님은 “문동환 목사님은 안으로는 동병상련의 따뜻한 심정을 지니신 분이었다. 그러나 밖으로는 대형교회의 성장축복 신앙을 맘몬숭배로 규정하고 현대사회의 악의 본질로 분명히 깨닫고 이를 끓어내기 위해 개인과 집단의 단호한 회개를 주창하며 새벽을 열었던 분”이라고 했다.

 

문동환 목사님의 설교나 글을 보면 회색지대가 별로 없었다. 현실에 타협하지 않으셨다. 그러니 제자들은 모르지만 목회현장에서 먹고 살아가는 저희들에게는 불편한 선생이셨다. 설교를 부탁받고 거절안한 이유가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속죄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렇게 살지 못한 사람으로서 그래서 문동환 목사님이 많이 불편했던 못난 사람으로 설교부탁을 사양하지 않은 것이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문익환 문동환 김재준 박형규 홍문수 등 시대 어른들이 이루고자 했던 거룩한 꿈을 완성시켜 나가야 하는 사명이 있다. 오늘 설교제목은 ‘북간도 십자가’라는 CBS 특집에서 문동환 목사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이 시대 크리스찬들이 살아가야 할 신앙이 어때야 하는지 말씀하시는 것을 인용한 것이다. "역사와 통하고 예수와 교류한 삶"이다. 오늘 이 시간 반성하고 회개하는 것은 이런 목회를 회복해야 한다. 30여년 전 꺼지지 않는 떨기나무 불로 모세를 부르신 하나님의 부르심이 문동환 목사님이 떠나시면서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말씀이라 생각해 본다.

 

문동환 목사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무리 교실에서 그럴듯한 소리를 하고 아무리 강단에서 감명 깊은 설교를 하더라도 그의 생이 사람답지 못하면 자신과 남을 위해 비참한 일이다. 한국교회 비극 중의 비극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큰 소리를 하는 사람일수록 흔히 그 생이 냄새가 난다는 것, 대중 앞에 나서는 앞에 마이크가 많은 사람일수록 뒤에서는 연막을 더 쳐야 한다는 사실이다”고 말씀했다. 

 

문동환 목사님을 추모하는 글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영화 변호인을 본 후 문동환 목사가 우리가 있는 자리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 주변에서 아우성치는 사람들의 음성을 듣고 노무현이 응답한 것처럼 우리도 응답하면 이 험악한 세상에 변화가 올 것.” 이런 어른들은 앞으로 반복될 수 없는 위대한 세대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역사와 통하고 예수와 교류한 삶"과 신앙으로 정직하게 살려는 노력은 할 수 있을 것이다.

 

3. 

 

노용환 목사(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는 고 문동환 목사의 약력을 소개했다. 특히 90년대 이후 문동환 목사가 뉴저지에서 거주하며 젊은 목사들과 성서연구반을 인도했으며, ‘가난한’ 목사들은 문동환 목사를 픽업하며 차에서 많은 대화를 통해 ‘부유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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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가 이어졌다. 김명숙 선생(전 6.15 공동선언실천 미국 대표위원장)은 “이 땅에 큰 별 하나가 졌다. 그토록 사랑하고 존경했던 분이 모두를 남겨주고 홀연히 떠나셨다. 향년 98세로 한 세기를 꼬박 살다 가신 분이다. 평생토록 사랑과 용기와 박애의 삶을 몸소 실천하다 가신 살아계신 주님이셨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또 문동환 목사의 형 문익환 목사가 함석헌 선생에 별세했을 때 영전에 붙인 추모시가 문동환 목사를 떠나보내는 우리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인간적이었던 우리의 멋쟁이, 겨레의 어버이, 만인의 벗 선생님.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나요. 아닙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우리가 당신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안됩니다. 고이 주무시려면 우리들의 가슴속에 주무세요. 눈을 뜨시려면 우리의 역사 속에서 눈을 뜨세요.”

 

김명숙 선생은 “그는 목사요, 교육학자요, 반체제인사요, 민중신학자요, 통일운동가요, 떠돌이 대변가요, 말년에는 성서연구가요, 정치가로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생애를 통해 한 번도 양지에서 자신의 영달을 위한 삶이 아니었다. 모란공원에서는 오시기를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 목사님 편히 영면하십시오”라고 추모했다.

 

박세현 대표(민주시민 네트워크)는 문동환 목사와 만난 일화들을 소개했다. 박 대표는 “1970년대에 5가정과 생활공동체를 했는데, 민주화운동과 함께 구체적인 나누는 생활을 하는 모습에서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참 모습을 보았다. 그 새벽의집이 80년 이후 한국의 공동체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90년대에 졸업논문을 들고 자택에 찾아갔는데 자신에게 하늘같이 높았던 분이 앞치마를 두르고 따스하고 고소한 쿠키를 오븐에서 굽는 모습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이렇게 소소한 일상의 생활로부터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았으며,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선구자로 사셨다. 말로만 아니라 생활로, 머리만 아니라 몸으로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시대와 역사의 사명을 그리고 하나님의 명령을 직접 실천해 오셨던 목사님”을 기억하며 천국에서 영원히 안식을 누리기를 기도했다.

 

이어 양희철 목사(전 뉴욕한신동문회 회장)의 축도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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