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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파이퍼 목사 “우리 믿음에 공로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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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회ㆍ2019-08-29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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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내가 답변하려는 질문은 이것이다. “믿음이 구원받는 일에 필수 조건이 된다면(엡 2:8; 행 16:31; 롬 5:1), 구원을 받게 하는 공로가 믿음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예수님을 믿는 그 믿음 때문에 우리가 구원을 받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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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avid Rangel on Unsplash

 

나는 이런 질문이 만인구원론자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부터 지적하고자 한다. 만인구원론에서 말하는 믿음이란, 모든 사람이 이미 의롭다 하심을 받아 결국에는 구원을 받게 되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로서 이 믿음은 말 그대로 만인에게 주어진 소명으로 여겨질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관점에서는 믿음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이러한 만인구원론의 전제가 아니라,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롬 5:1)다고 가르치는 성경의 전제, 즉 믿음이 없이는 우리가 구원을 얻지도 의롭다 하심을 얻지도 못한다는 바로 그 전제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서 우리가 ‘믿음’이라고 부르는 마음의 자세란 마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이 그렇듯이 우리 각자의 구원에 필수적이라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분명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구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믿음이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마찬가지로 우리 구원에 필수적이라면, 과연 구원을 얻는 데 있어 믿음에 어떤 공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여기서 언급되는 용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질문에서 등장하는 핵심 용어는 ‘공로’와 ‘믿음’이다. 일반적인 용례를 따른다면, 공로란 누군가로부터 마땅히 무엇인가를 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결과를 말하는데, 이는 그 행위나 자질이 충분한 가치를 지녀 타인으로 하여금 그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경우에 쓰이는 개념이다.

 

첫 번째 예화: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

 

그렇다면 믿음에는 어떤 요소가 수반되며 그 믿음이 과연 구원에 기여하는지의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두 예화를 나눠 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는, 사형 선고를 받고 집행을 기다리는 한 살인자의 이야기인데, 여기서 이 사람을 바로 당신이라고 가정해 보도록 하자. 지금 당신은 모든 사람이 당신의 유죄를 알고 있을 만큼 죽어 마땅한 죄수가 되어 감옥에 갇혀 있다. 그런데 대통령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그 편지에서 대통령은 말하기를, 자신의 최고 권력으로 당신에게 내려진 사형 선고를 면제하고 석방시키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당신의 무죄를 입증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사람 앞에서 자비를 선포할 수 있는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그리하여 국법을 어긴 당신의 태도가 그의 자비로운 통치권 앞에 겸손히 낮아져 결국에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그는 편지에 찍힌 자신의 인장을 교도소장에게 보여 주기만 하면, 아무 이의 없이 자유롭게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알려 준다.

 

이 지시에 따라 당신은 간수를 불러 편지를 보여 주며 교도소장과의 만남을 허락받는다. 그렇게 해서 교도소장의 사무실로 들어선 당신은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 불어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를 마신다. 생기와 자유로 가득한 느낌이다. 그 창가 너머에는 푸른 나무와 그 위로 날아다니는 새가 보인다. 이제 손에 붙들고 있던 편지를 교도소장에게 건네니, 그가 그 내용을 읽고는 아무 질문도 없이 간수를 불러 당신의 옷과 물건을 내주라고 명한다. 그렇게 해서 교도소를 나오게 된 당신은 고개를 돌려 그 거대한 건물을 한번 돌아본다. 작은 창틀이 빼곡히 나열된 회색 건물, 불과 조금 전까지 당신이 있던 곳이다. 그러나 자유의 몸이 된 당신은 이제 앞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껑충 뛰어오르며 크게 한번 소리쳐 본다. 마침내는 웃음을 참지 못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외친다. “대통령이 나를 석방시켰다! 대통령이 나를 석방시켰다!”

 

두 번째 예화: 가난한 노동자

 

두 번째 예화에서 당신은 가난하고 실력이 부족한 노동자이며 할 수 있는 일을 다해봤자 처자식을 겨우 먹여 살리는 처지에 있다. 그러던 중 어느 저명하고 부유한 자선 사업가가 보낸 편지 한 통을 우체통에서 발견한다. 내용인즉, 어떤 변호사에게 이 편지를 가져다주면 아무 조건 없이 수억 원의 돈을 지급해 준다는 것이다. 그 자선가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저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가 왜 유독 당신에게 이 편지를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당신은 그저 편지를 들고 가서 돈을 받아오는 일만 하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지시대로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간다. 그리고 편지를 건네주자 변호사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현장에서 거액의 수표를 꺼내 주며 당신에게 행복하게 지내라고 인사한다.

 

이 두 이야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과연 각각의 상황에서 당신은 자유라든가 재물을 요구할 만한 공로를 지녔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한 가지 조건은 충족시켜야 했다. 곧 자유나 재물을 얻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대통령이나 자선가에게서 받은 편지를 가져가 누군가에게 보여 주는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편지를 보여 주는 행동이 너무 값진 일이어서 대통령이나 자선가가 당신에게 ‘보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앞서 정의했던 공로의 개념을 각각의 경우에 적용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여기서 믿음이 무엇인지는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나 가난한 노동자의 반응을 통해 표현된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어떤 근거에서 죄수와 노동자가 자유나 재물을 자신에게 마땅히 주어지는 것이라고 확신하며 그것들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일상적인 경험에서 사용하는 그 어떤 ‘공로’의 개념도 “저는 이 편지를 들고 왔으므로 마땅히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도록 만들지 못한다. 다시 말해 어떤 경우에도 “이 편지를 당신에게 가져온 행동은 대통령이 보시기에 공로가 지대해서 저를 석방시켜 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 없다. 이는 죄수가 경험한 그 놀라운 상황을 완전히 왜곡시키는 말이 될 뿐이다.

 

그 상황에서 죄수는 오직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대통령께서 자비롭게도 사면의 은혜를 저에게 베푸셨습니다. 저는 그분이 자신의 명예를 위해 그 약속을 지키시리라고 믿습니다. 저의 유죄에도 불구하고 그분이 한 말을 분명 지키실 것입니다.”

 

인간의 ‘믿음’은 그 믿음의 대상(즉 하나님)에게 무엇인가를 하도록 요청하면서 믿음의 주체(즉 인간)인 당사자에게는 영광을 돌릴 수 없도록 하는 독특한 행위이다. 즉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믿음은 그분으로 하여금 신자를 구원하도록 요청하는데, 이는 믿음 자체에 있는 어떤 공로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믿음이 하나님의 공로와 명예 그리고 자신의 영광을 위해 일하시는 그분의 확고한 의지를 주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믿음을 요구하는 성경의 목적

 

시편 전체에 걸쳐 우리는 여러 가지 믿음의 탄식을 들을 수 있다.

 

“우리 구원의 하나님이여 주의 이름의 영광스러운 행사를 위하여 우리를 도우시며 주의 이름을 증거하기 위하여 우리를 건지시며 우리 죄를 사하소서”(시 79:9).

 

“여호와여 주의 이름을 위하여 나를 살리시고 주의 의로 내 영혼을 환난에서 끌어내소서”(시 143:11).

 

“여호와여 나의 죄악이 크오니 주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사하소서”(시 25:11).

 

“그러나 주 여호와여 주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나를 선대하소서 주의 인자하심이 선하시오니 나를 건지소서”(시 109:21).

 

바울은 믿음의 본질이 인간의 공로와 어떻게 다른지를 분명히 밝혔다. “일하는 자에게는 그 삯이 은혜로 여겨지지 아니하고 보수로 여겨지거니와 일을 아니할지라도 경건하지 아니한 자를 의롭다 하시는 이를 믿는 자에게는 그의 믿음을 의로 여기시나니”(롬 4:4-5).

 

이어서 그는 아브라함의 경우를 예로 들어 우리의 믿음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믿음이 없어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하지 않고 믿음으로 견고하여져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롬 4:20). 당신에게 도착한 대통령 또는 자선가의 편지가 바로 이 ‘하나님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은 이 약속을 믿음으로 그분께 영광을 돌릴 수 있을 뿐이다. 

 

출처: www.desiringgod.org

원제: Is Faith Meritorious? by John Piper

번역: 장성우

 

2005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팀 켈러 목사와 존 파이퍼 목사 등이 이끄는 TGC(The Gospel Coalition; 복음연합)의 한국어 사이트(tgckorea.org)가 2018년 11월 오픈되어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주제의 글과 동영상이 매일 새롭게 업로드 되고 있다. TGC코리아는 TGC는 물론 개혁주의 신앙을 전달하는 또 다른 인기 사이트인 Desiring God(존 파이퍼), Ligonier(R.C. 스프로울), 9 Marks(마크 데버), Unlimited Grace(브라이언 채플)의 수준 높은 자료들을 공식적으로 허락받아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 TGC코리아(https://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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