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석 목사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절제 그리고 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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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ㆍ2020-06-04 06:04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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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지금 매우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중국과의 무역갈등 및 홍콩사태로 인한 정치적 갈등이 악화 되어가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에 더해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46세)의 죽음으로 더욱 불안한 정국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조지 플로이드를 죽게한 데릭 마이클 쇼빈(Derek Michael Chauvin, 43세)의 과잉진압은 인종차별이란 이슈를 안고 시위를 일으켰으며, 이것이 과격시위로 퍼져가면서 더욱 사회적인 혼란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과잉, 과격은 언제나 문제의 해법이 아니라, 더 큰 문제의 발단이 되며, 문제를 일으킬 불씨가 됩니다. 그럼으로 먼저는 과잉진압이 나오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안들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사실, 미국의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미 연방법이 공무원에게 주는 “제한적 면책 특권(Qualified immunity)”이 경찰 범죄가 반복되는 원인임을 꼬집어 왔습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텍스트 “Clearly established law standard(명백히 정립된 법 기준)” 즉 “이전에 일어났던 비슷한 사건이 없으므로 명백하게 정립되지 않음” 이란 문구는, 과잉진압의 처벌을 빠져나갈 빌미를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한적 면책특권을 이미 숙지하고 있는 경찰들은, 공권력 불복종, 자기방어라는 명목으로 과잉진압을 너무도 쉽게 실행해 왔던 것이요, 1992년 LA폭동의 원인이 되었던 로드니 킹 사건은, 그 법의 혜택을 받아왔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경찰들이 다 과잉진압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경찰의 입장에서의 자기 방어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금번 플로이드 사건처럼, 수갑을 채우고, 저항할 수 도 없는 상태에서 무릎으로 목을 조르는 사건은 용납할 수없는 행위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과잉진압의 뒷면에 법적인 보호가 있다면, 전면적인 변화를 일으켜야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과제는, ‘법을 고친다고 해서 악의 뿌리가 뽑힐 수 있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금번 플로이드 사건을 보면서, 백인경찰관 안에 자리 잡고 있는 흑인차별의 감정, 자기 말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분노의 감정, “숨을 쉴 수가 없어요(I can’t breathe)” 라고 절규하는 소리에도 귀를 막은 채, 계속 목을 짓누르고 있는 인간의 잔인성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법개정의 문제만이 아닌, 인간본연의 죄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정의를 실현해가는 데 부름 받은 사람들은, 죄성을 넘어설, 절제의 마음이 준비돼 있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절제 없는 정의는 정의라는 미명아래 또 다른 불의와 악을 낳는 모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시위대 역시 정의실현이 목적이라면, 다른 의도들은 절제해야 합니다. 정의를 가장한 폭력이나, 약탈 같은 행위들은 절제해야 하고, 코로나19으로 인해 쌓였던 경제적인 압박에 대한 감정도, 일부 거론되고 있는 안티파들이 추구하는 무정부상태와 같은 의도성도 절제되어야만 합니다.
금번 일어난 사건에 촛점을 두고, 진정한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평화적 시위로 목소리(Voice)를 더욱 높여야, 본래의 목적이 흐려지지 않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절제, 집단적인 절제야 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절제의 마음은 어떻게 우리 가운데서 자리잡아갈 수 있을까요? 성경 갈라디아서 5장 22절은 “절제”가 성령의 열매라고 말씀해줍니다. 사실, 인간의 마음은 본래 부패성을 지니고 있기에, 절제하지 못하는 근성이 있습니다. 나도 내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통제불능의 힘이 있어 사고를 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스리고, 우리를 인격적이며, 선한 마음으로 변화(transformation)를 일으켜주시는 분이 바로 성령님이란 것입니다. 성령님은 절제 뿐 아니라, 사랑의 마음을 우리에게 주심으로 약한 자, 소외된 자, 고통으로 신음하는 소리에 더욱 예민한 귀를 갖게하시는 분입니다.
만약, 경찰관 쇼빈에게 “숨을 쉴 수 없어요” 라는 말이 예민하게 귀에 와 닿았고, 가슴을 울렸더라면, 그는 무릎으로 더 이상 플로이드의 목을 조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모두 다 하나님의 자녀란다” 라는 성령의 음성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더라면, 정의를 가장한 인종차별의 마음을 절제할 수 있었을 것이요, 법 집행 앞에서도 긍휼을 잃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주, 우리는 성령강림주일을 보냈습니다. 이 땅에 진정한 성령의 역사가 다시 나타나도록 교회의 사명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금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와 정치지도자들은 과잉을 일으키는 법집행과 인종차별에 관한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해 주기를 요청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마음에는 절제와 사랑의 마음이 채워져, 진정한 정의와 평화가 이 땅에 실현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양민석 목사(뉴욕교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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