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시대에 던진 '무익한 종'의 충격… 제석호 목사가 말하는 진짜 목회 > 아멘넷 뉴스

본문 바로가기


뉴스

성공의 시대에 던진 '무익한 종'의 충격… 제석호 목사가 말하는 진짜 목회

페이지 정보

탑3ㆍ 2025-12-09

본문

[기사요약] 제11차 KWMC 대회를 앞둔 연차총회에서 제석호 목사의 설교는 단순한 말씀 선포가 아닌, 한 편의 처절한 다큐멘터리였다. 그는 1980년 교통사고로 잃은 두 살배기 아들의 사망 보험금마저 건축 헌금으로 드려야 했던 가슴 시린 간증을 전했다.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는 그의 외침은 성공주의에 취한 현대 교회에 '주권 포기'만이 살길임을 역설하는 강력한 경종이었다.3e704d893dc25c7243cf3e65e8e5426f_1765274951_04.jpg 

 

3e704d893dc25c7243cf3e65e8e5426f_1765274945_47.jpg
▲ 제석호 목사가 KWMC 연차총회에서 자신의 50년 목회 여정과 '무익한 종'의 의미에 대해 설교하고 있다.

 

"하나님, 너무하십니다. 빚지고 온 이민 목회자에게, 죽은 자식의 핏값마저 내놓으라 하십니까?"

 

강단에 선 노(老) 목사의 목소리는 떨렸다. 50년 목회의 연륜으로도 덮을 수 없는, 가슴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통곡 같은 고백이었다. 지난 12월 8일 퀸즈한인교회에서 열린 기독교한인세계선교협의회(KWMC) 연차총회 개회 예배.

 

제석호 목사(공동의장)는 화려한 선교 전략이나 비전 대신, 자신의 가장 아픈 상처를 끄집어내어 '무익한 종'의 진짜 의미를 해부했다. 그것은 설교라기보다, 성공주의에 취한 한국 교회와 이민 목회 현장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장이었다.

 

800불과 마이너스 통장, 그리고 플로리다의 뙤약볕

 

제 목사의 목회는 낭만이 아닌 생존이었다. 50년 전, 그가 미국 땅을 밟았을 때 수중에는 단돈 800달러가 전부였다. 오히려 2,000달러의 빚을 진 상태였다. 그가 자리를 잡은 곳은 화려한 뉴욕이 아닌, 노동절만 지나면 가로등마저 꺼지는 플로리다의 깡촌 어촌 마을이었다.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밥을 먹으면 땀이 비 오듯 흘러, 밥숟가락을 놓자마자 방으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그 척박한 땅에서 그는 하나님께 물었다. "이 젊은 나이에 평생 이곳에 있어야 합니까?" 그때 돌아온 하나님의 답은 냉정했다. "목회가 뭐냐? 사람 낚는 것 아니냐. 부지런히 훈련시켜라. 다 됐다 싶으면 내가 딴 데로 보내고 신병을 또 보내줄 테니 너는 그 일을 하라."

 

그는 그 말씀을 붙들고 47년을 '신병 훈련소 조교'처럼 살았다. 성도 좀 키워놓으면 떠나보내고, 또다시 맨땅에서 시작하는 도돌이표 목회. 그러나 진짜 시험은 가난이 아니었다.

 

"아들의 목숨 값을 건축 헌금으로"

 

1980년 1월 1일. 새해 첫날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 비극이 닥쳤다. 고속도로 갓길에서 놀던 두 살배기 둘째 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아들을 보낸 젊은 목사 부부에게 남겨진 건 찢어지는 가슴과, 얼마 후 지급된 사망 보험금 1만 달러였다.

 

"이 돈을 어떻게 씁니까. 아들의 목숨 값인데..." 부부는 그 돈을 차마 쓰지 못하고, 일곱 살 난 큰아들의 대학 등록금으로 쓰자며 은행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다. 그것은 돈이 아니라 아들의 흔적이었다. 그런데 교회를 건축해야 할 시점이 왔을 때, 하나님은 정확히 그 부분을 건드리셨다.

 

"너 있는 것부터 내놓아라." 제 목사는 항변했다. "하나님, 제가 가진 게 뭐가 있습니까?" 그러나 내면의 음성은 단호했다. "너, 그거 있잖아." 아들의 핏값. 그것을 내놓으라는 요구 앞에 제 목사는 무너져 내렸다. 야박하신 하나님, 잔인하신 하나님이라 원망도 했다. 그러나 그는 아내에게, 그리고 겨우 일곱 살 된 큰아들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어린 아들의 대답이 비수처럼 꽂혔다. "엄마 아빠가 알아서 하세요."

 

결국 그는 그 돈을 쪼개 자신이 섬기던 교회와 파나마시티의 개척 교회에 건축 헌금으로 드렸다. 제 목사는 회상했다. "그때 알았습니다. 하나님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물질로부터, 그리고 내 가장 소중한 것으로부터 나를 자유케 하시려는, 나를 진짜 '종'으로 만드시려는 하나님의 지독한 사랑이었습니다."

 

3e704d893dc25c7243cf3e65e8e5426f_1765274964_08.jpg
 

"교회가 당신 것입니까?"

 

제 목사는 이 피 맺힌 간증을 통해 오늘날 목회자들의 '주인 행세'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목사님들, 교회 좀 커지고 건물 좀 올리면 그게 내 것 같습니까? 아깝습니까? 은퇴할 때 되니 본전 생각나십니까?"

 

그는 누가복음 17장의 '무익한 종' 비유를 들어 현대 목회자들의 정체성을 타격했다. 종은 밭을 갈고 양을 치고 돌아와서도 밥상에 앉을 권리가 없다. 주인이 먹을 것을 다 수발들고 나서야, 부엌 구석에서 "저는 무익한 종입니다. 하여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이 종이다.

 

"오늘날 교계가 시끄러운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 '무익한 종'의 의식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내 공로, 내 이름, 내 지분을 주장하는 순간 우리는 종이 아니라 삯꾼이 됩니다." 그는 故 팀 켈러 목사의 유언과도 같은 설교, "너 자신을 위해 큰일을 찾지 말라(예레미야 45:5)"를 인용하며,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는 후배 목회자들에게 '야망의 십자가'를 내려놓을 것을 호소했다.

 

역설의 은혜: "우리는 가장 행복한 목회자"

 

설교의 끝자락, 제 목사의 표정은 역설적이게도 평온했다. 아들을 잃고, 재산을 바치고, 평생을 시골 목회자로 살았지만, 그의 결론은 '감사'였다. "요즘 아내와 아침 커피를 마시며 밖을 내다봅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여보, 우리처럼 행복한 목회자가 있을까? 우리처럼 하나님께 사랑받는 사람이 있을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긴 것 같았지만, 돌아보니 하나님은 모든 것을 채우셨다. 믿음 하나로 버틴 50년, 그는 "믿음이 있으면 불가능이 없다"는 상투적인 문구를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냈다.

 

그는 2026년 선교대회를 준비하는 후배들과 동료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우리의 이름이 드러나는 대회가 되지 않게 하십시오. 오직 믿음으로, 무익한 종의 자세로 준비하십시오. 그때 하나님이 일하십니다."

 

설교가 끝나자 회중에서는 "아멘" 소리 대신 깊은 침묵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화려한 행사 계획서보다 더 강력한, '목회의 본질'을 묻는 거장의 질문에 대한 회중들의 답이었다. 2026년 뉴욕의 봄, KWMC가 나아가야 할 길은 이미 정해진 듯했다. 가장 낮은 곳, '무익한 종'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

구글 포토 앨범
아래 구글 앨범 링크를 누르시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서 고화질 사진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사진을 클릭하면 큰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photos.app.goo.gl/RhbrncvogBxTihBc9
 

ⓒ 아멘넷 뉴스(USAamen.net)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을 쓰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아멘넷 뉴스 목록

Total 12,145건 1 페이지
제목
"부흥회도 세미나도 다 멈췄다"… 2026년 KWMC선교대회에 '올인'한… 새글 탑3ㆍ2025-12-09
성공의 시대에 던진 '무익한 종'의 충격… 제석호 목사가 말하는 진짜 목… 새글 탑3ㆍ2025-12-09
뉴욕서 '빛의 세대교체' 선언… 2026 KWMC 뉴욕 대회, '젊은 플… 새글 탑1ㆍ2025-12-09
맨해튼의 소음 뚫고 울리는 '복음의 원형', 성탄 캐롤 7선 새글 탑2ㆍ2025-12-08
소음 속에 숨겨진 고요, 2025 뉴욕 크리스마스 순례 지도 7선 새글 탑2ㆍ2025-12-08
뉴욕 한인 교계… 뉴요커의 마음을 두드리는 7가지 성탄 소통법 새글 탑2ㆍ2025-12-08
떡과 복음의 '두 날개'로 비상, 미동부국제기아대책기구 ‘2025 후원자… 새글 탑2ㆍ2025-12-08
"교회가 당신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김학진 목사 뉴장 마지막 설교 새글 탑3ㆍ2025-12-07
이승만기념사업회, 120년 시차 뚫고 뉴욕에 심겨진 ‘우남의 씨앗’ 새글 탑2ㆍ2025-12-06
이승만기념사업회, 10명의 차세대 리더에게 ‘뿌리’를 선물하다 새글 탑2ㆍ2025-12-06
퀸즈장로교회의 뚝심... 캄보디아 벧엘국제학교, 유·초등 넘어 대학 설립… 탑3ㆍ2025-12-04
2025년 세계가 가장 많이 찾은 성경구절, '불안'을 잠재우는 하나님의… 탑2ㆍ2025-12-04
화려한 트리 뒤에 숨은 '회개와 언약'... 당신이 놓친 대림절 10가지… 탑2ㆍ2025-12-04
2025년 미국 개신교 성탄 기부 트렌드 분석 탑2ㆍ2025-12-04
뉴욕교계는 지금 '내전 중'… 증경회장단이 강경론의 기수되나? 탑2ㆍ2025-12-03
게시물 검색


아멘넷 시각게시물 관리광고안내
후원안내
ⓒ 아멘넷(USAamen.net)
카톡 아이디 : usaamen
(917) 684-0562 / USAamen@gmail.com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