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정길진 목사)의 길, 아들의 유산: 미 군의관 故 폴 정 천국환송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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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 2025-08-2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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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요르단에서 순직한 미 군의관 故 폴 정 형제의 천국환송예배가 열렸다. 아버지 정길진 목사는 아내와 부모에 이어 아들까지 먼저 보낸 아픔 속에서도, 아들의 나눔 정신을 장학회로 잇겠다고 다짐했다. 윤명호 목사는 폴 형제가 남긴 찬양을 그의 영적 유언으로 전하며 ‘죽었으나 믿음으로 말하는 삶’을 증언했다. 친구들은 그의 순수하고 따뜻했던 인품을 추억하며 부활의 소망을 나눴다.
고(故) 폴 정(Paul S. Jeong) 형제를 기리는 천국환송예배가 8월 24일 주일 오후 5시, 뉴저지동산교회 본당에서 유가족과 동료, 성도들의 애도 속에 거행됐다. 고인의 아버지는 ATS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월드크리스찬네트워크(WCN) 사역을 펼치다 25여 년 전 한국으로 돌아가 우리성문교회와 성문중고등학교 이사장으로 섬기고 있는 정길진 목사다.
1988년 2월 23일생인 폴 정 형제는 2001년 우리성문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믿음의 길을 걸었다. 빙햄턴 대학교에서 학사를, 뉴저지 의과치과대학교에서 의생명과학 석사를, 뉴욕 의학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아이젠하워 육군의료센터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월터 리드 국가군병원 등에서 군의관으로 봉직했다. 2012년부터 미 육군에서 복무하며 소령으로 진급했고, 지난 8월 12일 해외 파견 근무지인 요르단에서 안타깝게 순직했다.
그는 학업과 군 복무 중에도 빙햄턴 대학교 기독학생회장, 뉴저지동산교회 청년회장 및 교회학교 교사로 섬기며 다음 세대를 위한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유가족으로는 부친 정길진 목사와 먼저 세상을 떠난 모친 고 김경숙 사모, 배우자 정한누리 씨와 아들 프레스턴, 동생 정고운 씨가 있다.
아들의 유업을 잇는 아버지의 눈물과 다짐
유가족을 대표해 단상에 선 아버지 정길진 목사는 아들 폴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함께, 슬픔을 넘어선 신앙적 다짐을 나누었다. 정 목사는 먼저 미국 유학 시절 겪었던 특별한 은혜의 순간을 돌아보았다. 그는 일반적인 부흥집회나 사경회가 아니라, 동료 목회자와 교수, 사모들의 장례예배에 참석하며 오히려 더 큰 영적 감동을 받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는 은혜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이는 슬픔의 자리에서 소망을 발견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설적인 은혜를 증언하는 대목이었다.
정 목사는 아들 폴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하며, 아들을 통해 감동받았던 수많은 기억을 되짚었다. 특히 아들이 생일마다 단순한 축하 자리를 갖는 대신, 목표액을 정해 지인들에게 기부를 요청하고 그 모금액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던 선행을 떠올렸다. 정 목사는 이제 아버지로서 아들의 그 아름다운 뜻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다짐은 정 목사가 이전부터 삶으로 보여준 신앙의 연장선에 있었다. 과거 아내(폴 형제의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난 아픔 속에서 ‘프리실라 선교장학회’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매년 1만 불의 기금을 마련하여 10명 이상의 선교사 자녀와 선교의 꿈을 가진 청소년들에게 1천 불씩 지원하는 사역을 10년 넘게 이어왔다. 또한 부모님이 소천한 후에는 ‘정존모 비전장학회’를 세워 매년 성문중고등학교 학생 약 7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으며, 현재는 더 나아가 ‘정존모 기념사업회’를 준비하며 아버지의 유업을 계승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정 목사는 자신이 40대일 때부터 사랑하는 가족들을 차례로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을 털어놓았다. 특히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에는, 이제 자신도 언젠가 떠날 순서를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평소 설교에서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떠날 때는 순서가 없다”고 강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아들이 자신보다 먼저 가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격과 비통함을 전했다.
그럼에도 정 목사는 여전히 하나님 앞에 설 날을 준비하며, 남은 생애를 순간순간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삶으로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시간이 짧을수록 더 소중히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독생자를 십자가에 내어주신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을 늘 가슴에 품고 살겠다고 선포했다.
‘죽었으나 말하느니라’: 믿음의 증인이 된 삶
예배의 기도를 맡은 김진태 목사는 눈물로 여러 차례 기도가 멈추었지만, 하나님께서 폴 형제를 믿음 안에서 의사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세워주신 은혜에 감사했다. 그는 폴의 부르심이 고통이 아닌 영광의 부르심임을 선포하며 남겨진 가족에게 주님의 위로와 부활의 소망이 가득하기를 간구했다.
‘죽었으나 말하느니라’(히 11:4)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한 윤명호 목사는 10년전에 자신이 폴 형제의 결혼 주례를 섰던 기억을 떠올리며 “10년 후 장례를 집례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하며 아픔을 나누었다.
윤 목사는 폴 형제가 교회 청년회장과 교사로 섬기던 모습을 회상하며,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공동체를 품었던 따뜻한 리더였다고 소개했다. 특히 윤 목사의 아들들에게는 친형처럼 다정했고, 둘째 아들에게는 교회학교 교사로서 신앙적 모범이 되어 주어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는 말을 들을 만큼 진실한 인품의 소유자였다고 전했다.
윤 목사는 투병하는 어머니를 곁에서 지켜보며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폴 형제의 헌신적인 삶을 조명했다. 그는 “‘I offer my life’라는 고백처럼 자신의 삶을 하나님과 환자, 공동체에 온전히 예물로 드린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폴 형제가 생전에 녹음한 찬양 ‘Give Us Clean Hands’를 언급하며, “깨끗한 손과 순결한 마음을 주시고 오직 주님만을 찾는 세대가 되게 하소서”라는 가사가 우리 모두에게 남긴 그의 영적 유언이라고 설명했다.
윤 목사는 “아벨이 죽었으나 믿음으로 증언하듯, 폴은 떠났지만 그의 삶과 믿음은 여전히 우리에게 큰 도전과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설교를 마무리했다.
‘가장 좋은 친구’ 폴을 그리며
이어진 추모사에서는 친구들의 진솔한 고백이 예배당을 울렸다. 윤명호 목사의 아들 Austin Yoon은 2007년 몽골 단기선교 후 한국에서 처음 만나 금세 친구가 되었던 일을 추억했다. 그는 순수한 호기심에 여호와의 증인 선교자들을 집에 들였다가 정길진 목사의 전화로 위기를 모면했던 일화를 전하며, 폴의 순수하고 다정한 성품을 그렸다. 그는 이름의 철자를 따 폴을 Pure(순수함), Amiable(다정함), Unselfish(이타적임), Loving(사랑하는 이)으로 표현하며 “그 사랑과 은혜를 누구보다 깊이 받았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대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Thomas Chen은 폴을 통해 처음 김치를 알게 되고, 맥도날드의 한국식 발음을 배우며 웃던 소소한 추억을 나누었다. 그는 “폴은 친절하고 정직하며, 무엇보다 예수님 앞에 겸손히 무릎 꿇는 신앙인이었다”고 회상하며 “예수님의 무덤이 비어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다시 그를 보게 될 것”이라는 부활의 소망을 전했다.
영상으로 마음을 전한 Nehemiah Jeon은 폴이 생물과 화학에 뛰어나 의사가 된 성실한 친구였으며, KCF와 교회 활동에 헌신한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언젠가 천국에서 친구와 아버지를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유가족에게 하나님의 평강을 기원했다.
예배는 정길진 목사의 인사 및 광고 후 백한영 목사의 축도로 모두 마쳤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그의 따뜻했던 신앙과 인품을 기억하며, 슬픔 속에서도 그가 남긴 믿음의 유산을 이어갈 것을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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