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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순 사모 / 하나님에게는 내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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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1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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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인기독언론협회(회장 장영춘 목사)가 주최한 ‘신앙도서 독후감 공모전’의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래디컬 투게더’ ‘ 믿음이란 무엇인가’ 등 6권의 추천도서 중 한 권을 읽고 접수마감일인 10월 15일까지 접수된 14편을 3인의 심사위원들이 심사한 결과 △우수상에 유혜경(CA) △장려상에 김영국(NY), 김영임(IL), 이승순(TX) 등 3인이 선정되었다.

우수상을 받게 된 유혜경(CA)은 월드미션대학교 재학중인 신학생이며 ‘믿음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독후감을 썼다. 장려상을 받는 김영국 집사(뉴욕성결교회)와 이승순 사모(그린빌한인교회)는 ‘레디컬 투게더’를, 김영임 사모(시카고 밀알교회 원로목사 사모)는 ‘5가지 사랑의 언어’를 각기 선정해 독후감을 제출했다. 다음은 이승순 사모의 독후감 내용이다.

“하나님에게는 내가 필요 없다”
- 데이빗 플랫의 ‘래디컬 투게더’를 읽고-
장려상 / 이승순 사모(그린빌한인교회, TX)

세계한인기독언론협회에서 주최하는 신앙도서 독후감 공모전에 부족하지만 더 없이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래디컬 투게더’의 저자 데이빗 플랫 목사는 자신이 섬기는 브룩힐즈교회 성도들의 다양하고 급진적인 전도방법을 그의 책에서 낱낱이 밝혔다. 현대의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제자로서의 삶을 지켜나가야 하는지를 말해주었다. 교회나 개인의 예산을 영혼 구원하는 일에 더욱 쓸 것을 권하며 교회가 원초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도전하고 있다.

브룩힐즈교회와 성도들은 교회인근에 사는 중산층 직장인들을 겨냥한 전도를 생각했다. 그런 전도대상자들을 데이빗 플랫은 통상 ‘밥’이라고 부른다. 이들을 전도한다면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이 더욱 풍부해져서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들보다, 주님을 모르고 지구 곳곳의 열악한 곳에 살고 있는 ‘바루티’에게 복음 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바루티’란 복음을 전혀 접해보지 못한 종족들의 상징적인 이름이다. 예수님의 지상 명령인 ‘모든 민족으로 제자를 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브룩힐즈교회는 사역의 최대목표인 복음 전하는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그와 동시에 제자를 삼는 일에 집중하여 교우들이 지금까지 살던 방식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살도록 이끌고 있다.

‘래디컬 투게더’를 읽으며 잠깐 혼란에 빠졌었다. 왜냐하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인 나는 이미 데이빗 플랫 목사가 강조하는 모든 사역의 지침서와 방향들을 알고 있었다. 성경 속 인물들을 통해 보고 배우기도 했다. 그런데 책의 말미에서 그가 “하나님에겐 내가 필요 없다”라고 했던 촌철살인의 말은 햇빛 쨍쨍한 하늘에서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주님의 자녀라고 자부해왔던 나의 정체성에 아픔과 충격을 주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교회문화에 익숙했다. 개인적으로 주님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나의 안전지대로 여기며, 스스로 둘러친 울타리를 벗어날 생각을 못했다. 아마 구령의 열정이 부족했든지 주님을 단지 나만의 구주로 여겼던 탓이리라. 그러던 어느 날, 말씀을 묵상하던 중 주님의 말씀과 내 삶이 자꾸 충돌을 일으켰다. 비교적 안정된 직장을 다니며 교회 일에 열심이던 남편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 무렵, 우리가 그동안 쌓아왔던 좋은 것들을 내려놓기로 했다. 안전장치를 풀고 본격적으로 신학공부를 하여 우리의 뜻이 아닌 주님의 뜻을 구하기로 작정했다. 목회자가 되어야만 주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그땐 그게 최선인줄 알았다. 결심을 하고 나니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제일 크게 다가왔다. 주님께 맡겼다.

그리고 가만히 집안을 둘러보았다. 우리에게 무엇이 있을까? 기독교인이라는 타이틀에 머물러 있던 삶을 떠나 남편이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기를 결심했을 때, 그동안 갖고 있던 것들을 나누게 되었다. 아무 것도 기약할 수 없는 우리 부부의 앞길에 쌓아둘 이유가 없었다. 욕심 많던 시절에 구했던 새 집, 그 집을 꾸미고자 장만했던 가구와 장식품, 아름다운 액자, 사랑했던 화초들까지 남김없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미국에서의 신학공부를 시작했다. 가난과 다시 친해지기로 했다.

예쁘고 새로운 것을 탐내며 살았던 내가 이렇게라도 바뀐 것은 주님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고장 난 아날로그 T. V. 삐거덕 거리는 식탁과 서로 다른 모양의 의자들, 뚜껑 없는 냄비들, 유학 올 때 유일하게 가져 온 28년 된 피아노는 지금까지 우리 가족과 함께 해 온 소중한 역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사람’이다. 거실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액자 속에서 가족들이 웃고 사람들이 웃고 있다. 파트타임이든 풀타임이든 일을 하여 수입이 생기면 전도하는 일로, 사람들을 찾아가는 일에 대부분 써버렸다. 그러나 나는 주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민족’을 내 주변의 사람들로 제한시켰다. 낯선 사람들에 대한 긍휼함이 없었고 그들을 향한 주님의 마음도 없었다.

남편은 신학공부를 마치고 역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민교회를 섬기게 되었다. 한인들과 한인교회가 없던 시골 한 구석에 교회를 개척했다. 남편을 따라서, 드문드문 흩어져 사는 동족들, 서로 관계를 끊고 교회도 멀리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교민들을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나누었다. 늘 그들과 함께 하려고 애를 썼다. 늦게 시작한 목회다 보니 사실 체력도 많이 딸려서 영혼 구원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 외에 달리 마음을 쏟을 여유도 없었다. 목회자라는 직분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은 영혼구원과 복음 전도에 대한 책임감인 것 같다. 이 책임감 때문에라도 사역을 포기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쉽지 않게 지나온 날들이었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견뎌온 힘은 오직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였으리라. 모든 면에서 녹록치 않은 독특한 교회 환경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데이빗 목사가 제시하고 지향하는 방법으로 교회를 섬겨왔다. 마이크 한 개로 교회에서 하는 모든 일을 소화해야 했고, 어려운 교회 형편 속에서도 예산의 대부분을 선교비로 지출했다. 어쩌다 맞는 새 가족을 위해서는 따뜻한 환영인사와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어 줄뿐이었다.

데이빗 플랫 목사는 글을 통해, 현대는 성경말씀보다 기독교 서점에 넘쳐나는 대중 심리학 서적에서 주님의 메시지를 읽어내려는 목회자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설교를 준비할 때마다, 다양한 성도들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덧붙이려는 욕심이 쉴 틈 없이 생긴다고 고백했다. 하나님의 말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교회지도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주님은 성경 안에다 세상을 사는데 필요한 모든 가르침을 담아 인류에게 선사하셨다”고 하며 이어서 “말씀을 기록해서 넘겨주신 목적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을 변화시켜 예수님의 형상을 닮아가게 하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교회부흥의 필수요건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좋은 예배환경을 계속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데이빗 플랫은 교회에서 하는 갖가지 ‘좋은 일’들에 대한 우려를 책의 곳곳에서 지적하면서 교회의 ‘좋은 일’은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가진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와 희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주님을 향한 믿음, 나를 향했던 십자가의 사랑을 알지 못하면 우리의 삶에서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일지도 모른다.

‘래디컬 투게더’를 읽으며 우리 부부가 이민목회현장에서 찾고 만난 ‘밥’들과 함께 지었던 이 울타리마저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님과 함께 1세기의 제자들이 온 천하를 소란스럽게 했던 사역 덕분에, 21세기를 살아가는 내가 주님을 만나게 되었다면 나를 통해서도 다른 민족들이 주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예수님께서는 생전에, 사랑하셨던 별 볼일 없는 제자들을 데리고 그분의 구원사역을 이루어 가셨다. 예수님의 구원커리큘럼에는 교회건물, 교회의 미래를 위한 재정, 복음전도에 혁신적인 프로그램, 고정신자를 위한 다양한 예배형태가 없었다. 물론 기독교를 핍박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기독교인들도 그런 커리큘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한 줌도 안 되는 예루살렘과 갈릴리 출신들’의 제자들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 붙들고 그들의 삶을 주님이 가리키는 사람들에게 쏟아 붓는다.

성경을 여러 번 읽었어도 내 삶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없었다면 데이빗 플랫 목사의 ‘래디컬 투게더’란 책도 그다지 내게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말씀이 내 삶과 충돌되었던 적이 있었기에 이 책을 읽고 내 삶의 일부, 혹은 전부를 생각하며 새삼스레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든지 ‘순종’은 나의 몫일뿐이다. 주님의 몫이 아니다. 하나님은 나의 도움이 필요 없으신 분이시다. 어리석고 비천했던 나를 주님의 일에 끌어들이신 이유는 “나를 사랑하시기에 그저 동참할 기회를 주셨다”라는 데이빗 플랫의 말이 정답이다. 갈보리 언덕에서 나를 만나주셨던 주님은 ‘래디컬 투게더’라는 책을 통하여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나의 한계를 뛰어 넘게 하실 것이다.

가물었던 달라스에 가을을 재촉하는 단비가 내렸다. 도로주변이 빛깔 고운 들꽃들의 천지가 되었다. 내 남은 인생에도 주님의 은혜가 단비처럼 내린다면, 널리 복음의 씨앗을 세상에 퍼뜨리며 살아가고 싶다. 그러면 그 씨앗이 누군가의 삶 속에 내려앉아 아름다운 열매를 맺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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