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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목사 "담임목사는 예배기계아닌 예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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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ㆍ2014-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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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이라면 수많은 예배를 접하게 된다. 그중 가장 많은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는 사람은 담임목사이다. 어머니가 주일 아침에 교회를 가기 싫어하는 아들을 깨우며 "너는 담임목사이기에 교회에 가야 한다"라고 말하는 유머도 있지만, 담임목사는 그 많은 예배를 과연 예배자로 드리고 있는가 아니면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담임목사를 위한 예배 지침서가 나왔다.

100.jpg예수전도단은 최근 <담임목사가 꿈꿔야 할 예배>를 출간했다. 4부로 되어 있는 이 책은 흥미롭게 4명의 목회자가 나누어 썼다. 박정관 목사(한국 다리놓는 사람들 대표)는 1부 '담임목사가 알아야 할 예배의 의미'를 통해 성서신학적인 관점에서 예배와 찬양의 의미, 예배와 문화의 상관관계를 다루었다. 김경진 교수(장신대 예배학과 설교학 교수)는 2부 '담임목사가 붙들어야 할 예배의 초점'에서 교회사의 관점에서 초대교회와 중세교회, 그리고 종교개혁기의 예배를 설명했다. 김진호 목사(뉴저지 예수마을교회, 미국 다리놓는 사람들 대표)는 3부 '담임목사가 가져야 할 예배 영성'을 통해 지역교회 목회자가 빠지기 쉬운 잘못된 예배 패러다임을 다루었다. 조건희 목사(서울 예능교회)는 4부 '담임목사가 기도해야 할 예배의 실제'를 통해 교회의 공동체됨을 회복하고 다음 세대를 키우는 통합적 예배를 보여주었다.

김진호 목사는 3부 '담임목사가 가져야 할 예배 영성'을 통해 예배의 홍수시대속에 예배의 변질을 경고했다. 그리고 먼저 담임목사도 설교하는 예배 기계가 아니라 예배자임을 강조했다. 70년대 오대원 목사의 집에서 시작한 예수전도단 화요모임의 예상하지 못했던 성장을 통해 바른 예배의 모습을 조명하기도 했다. 다음은 책에 나오는 김진호 목사가 쓴 내용의 일부이다.

예배의 인플레 시대속의 예배 상실

지금 한국교회는 예배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교회는 유독 예배를 사랑하고 많은 예배를 드린다. 담임목사가 일주일에 드리는 예배가 몇 번이나 되는가.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에 신앙생활의 중심과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분명히 가치있고 귀한 일이고, 한국교회 부흥에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자주 예배를 드리는 것의 문제점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많은 예배를 드리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그로 말미암아 종교적 형식과 예식안에서 예배에 익숙하게 느끼게 되면서 주님의 만남을 통해서 예배경험으로 받는 감동에서 멀어지고 있는데 있다.

언젠가부터 예배가 프로그램으로 변질되고, 사람의 감동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 하나님이 감동하시는 상한 심령의 회개와 회심, 진리 앞에서 반응하는 삶으로 드리는 예배의 은혜를 누리는 아름다운 변화들을 보기 드물게 되었다. 숱하게 예배를 드림에도 불구하고 삶이 따르지 않는 한국교회는 결국 개독교로 불리며 오히려 세상의 걱정을 받는 형편이 되었다. 지금 한국교회는 끝없는 예배의 반복과 예배참석의 강요 속에 열정과 기대를 잃고 지쳐버린 것은 아닐까?

예배 기계인 담임목사와 예배자인 담임목사

예배에 지친 것은 목회자들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설교의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교회의 크고 작은 모든 예배에 다 참석해야 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목회자라고 해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 예배를 일로 여기게 되고 종교적 습관을 따르는 '예배 기계'가 되어가는 자기 모습을 보게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기구를 산 것으로 만으로도 이미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목회자도 이런 생각에 빠질 수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예배인도와 예배참석을 예배와 동일시하고 실제로는 예배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예배하고 있다고 여기게 된다. 그런 상태가 되면 설교준비를 예배준비라고 생각하고, 온회중과 함께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기 보다는 자기의 설교를 통해 은혜를 끼치는 데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면 설교이외의 순서, 예를 들어 회중 찬양이나 합심기도 시간에도 머릿속에는 자기가 해야 할 설교에 몰입해 있다. 예배의 중심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목회자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

예배하는 시간은 설교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밀려드는 이유는 목회자인 내가 회중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이러한 생각은 예배를 인도하는 사람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예배자의 자리에서 이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설교를 통해 내가 감동시켜야 한다는 마음은 성령의 역사를 제한하며 설교자가 회중앞에서 엔터테이너 처럼 행동하게 만든다. 예배를 인도하는 목회자가 예배자가 아닌 일꾼의 자리에 서게 되는 것이다.

설교자가 예배자로 설교할 때와 일꾼으로 설교할 때 회중이 느끼는 감동이 전혀 다르다. 설교자는 자신이 말씀을 선포하지만 그 역시 주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에 서야 한다. 설교자 자신이 첫 번째로 감동을 받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교인들에게 감동이 전달될 수 있다. 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설교를 준비하고 선포해야 한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설교자에게 설교는 예배가 아니라 일이 되고 연설이 되어 버릴 것이다.

목회자도 연약한 인간이다. 따라서 목회자가 예배가운데 이런 연약함의 기류를 탄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엘리야가 호렙산 동굴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하나님의 세밀한 음성을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체성에 경고등이 들어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님의 눈과 마음이 항상 있는 곳인 지성소로 달려가야 한다.

성도가 목회자의 영적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성도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목회자의 영적수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도들은 목회자가 예배하는 대로 예배하고, 목회자가 기도하는 만큼 기도한다. 목회자가 권면하는 바에 순종하고, 목회자가 이끄는 방향으로 따라간다. 그러므로 목회자의 영성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담임목사가 전심으로 찬양하는 모습을 성도들이 보게 된다면 그 예배는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까.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담임목사처럼 예배하게 될 것이다. 영향력때문이다. 그런데도 담임목사가 '목사님 오늘 말씀에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라는 말에만 관심이 있다면 그는 예배 인도자는 물론 예배자 자리에서도 이탈한 것이다. 예배를 일하는 시간으로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담임목사는 예배자로서의 정체성과 예배영성에 대한 성경적 개념을 명백하게 알아야 한다.

예수전도단 화요모임과 변질된 예배

예배사역자로 목회자로 살아오면서 놀라운 하나님의 임재와 능력이 나타나는 예배현장을 숱하게 경험했다. 1970년대 중반 한국 예수전도단의 설립자인 오대원 목사의 연희동 자택에서 매주 화요일 드렸던 예배를 다시 경험하고 싶은 소망이 타오른다. 작은 화요모임이 불꽃같은 성령의 역사가 나타나면서 참석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났고 결국에는 더 넓은 공간인 YWCA 강당으로 옮길 수밖에 없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화요모임 주류 인물들에게 부어진 마음은 복음에 빚진 자로서 영혼을 향한 마음이었다. 그랬기에 우리는 늘 예배에 앞서서 명동 사거리에 모여 찬양으로 하나님을 예배했고 주님의 사랑으로 노방전도를 했다. 화요모임이라고 불렸던 그 예배는 영혼을 향한 마음에 불을 가진 예배자들로 말미암아 마치 초대교회의 다락방 예배처럼 뜨거웠고 늘 새로웠다. 오늘이 시각으로 보면 당시 예배는 아주 엉성하고 서툴러 보인다. 예배 인도자는 커녕 예배 콘티라는 개념도 없었다. 예배를 이끌어 가시는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순복하고자 그렇게 한 것이지만 요즘의 매끄럽고 세련된 예배진행과는 멀었다.

하나님은 이 모임을 한국교회가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예배로 나아가도록 돕는 도구로 사용하셨다. 주택의 거실에서 열리던 작은 모임이 대형집회로 확장되고, 한국교회 안팎 여러 곳에서 비슷한 형태의 예배모임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났다. 한국교회는 나름대로 예배를 통해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를 시도하는 동기에 스며있는 문제점 때문에 변화속에 변질이 드러나고 있다.

첫째, 예배를 목회의 수단으로 여기는 생각이 자리잡아 예배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하나님이 아닌 사람에게 집중하여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는 기획과 시도들을 하게 만들었다. 진리설교보다는 사람의 마음과 귀를 위로하고 그 마음을 사려는 심리설교를 함으로 수적 성장을 도모하려는 흐름을 가진다. 예배마저도 교회부흥과 목회성공의 수단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둘째, 예배의 대상이신 하나님 보다 예배에 참석하는 회중을 더 중시하고 있다.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래서 예배의 중심을 하나님이 아닌 사람을 기쁘게 하는 프로그램에 두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집어넣어 종교적인 쇼를 하고 있다. 예배의 중심방향이 수직에서 수평으로 변한 것이다.

셋째, 교회건강보다는 교회성장 패러다임에 집중하는 미성숙한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교회간의 양극화를 첨예화시켰고, 고난과 고생의 가치를 분별하지 못하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편안함만 추구하는 가운데 개척교회의 생존자체가 어려워져 개척교회 목회자들의 마음속에 저항할 수 없는 숫자 우상인 현대의 바알이 들어앉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화요모임같은 초창기 사역단체와 예배모임은 한결같이 예배를 가지고 뭘 어떻게 해 보겠다는 의도와 비전, 계획이 없었다. 더 큰 집회로 성장할 것을 놓고 기도하지도 않았다. 그저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분의 임재를 사모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자발적으로 모였을 뿐이다.

이땅에서 복을 받고 성공하기위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그분의 한없는 은혜를 높이는 것은 비성경적이고 우상숭배적인 행동이다. 그런 마음과 생각으로 예배한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아무리 뜨겁게 노래하며 춤춘다고 해도 예배라 할 수 없다. 예배는 사람의 공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과 그분이 행하신 십자가 구속의 은혜로 드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예배의 성공은 잘먹고 잘사는 인생이 아니라 언제 어디든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인생이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숫적 성장과 교회재정의 증가가 곧 부흥이라는 위험천만한 착각에 빠진 목회자는 예배까지도 목회의 성공의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예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제일 먼저 죄의 지적과 회개 그로부터 나오는 애통과 슬픔이 사라질 것이다. 믿음없는 심령이 깨어져 거듭나는 역사도 교회밖 삶과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과 눈물의 합심기도도,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라는 제자됨의 메세지도, 하나님의 의와 그분의 나라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개인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는 설교와 음악,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린 몸과 마음의 치유,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영성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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