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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주방 예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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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조201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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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6
이전의 글에서의 작은 교회 예찬론 2부로 교회 주방 예찬론을 쓰고 싶다. 그 이유는 근래에 아멘넷의 게시판과 칼럼난을 섭렵하는 “밭이 세상이냐 교회냐”의 논쟁으로 인함이다.

영미와 유럽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절대다수의 지성인들이 각자의 교파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신학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학문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것이 있다. 이른바 도덕적 헤게모니이다. 그들은 서로가 교파적 이해주의와 학연적 당파주의에 사로잡혀 은근히 '학문 때리기'로 대립한다. 영미권 유학파와 독일어권 유학파, 국내파 학자들 간의 대립, 신학 분야별 학자들 간의 대립, 교파 간 학자들의 대립, 신학 노선 간 학자들의 대립, 신학교 간 학자들의 대립으로 서로의 학문을 인정하는 관용이 부족하다.

남을 내 자신같이 생각하고 사랑하는 넓은 애정과 상호 협조의 형제지애(兄弟之愛)가 없다. 화이부동의 철학과 포용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다른 것을 틀린 것, 안 좋은 것, 부족한 것으로 간주한다. 서로의 신학을 은근히 백안시하는 흉심한 태도 때문에 생긴 결과 일 수 있다. 그 결과 학문적 헤게모니는 지속되었지만 도덕적 헤게모니가 상실되었다.

신학교와 신학 전공자들이 생산해 내는 이론은 가히 폭발적이다. 신학교와 각종 연구소, 그리고 수많은 기독교 단체에서 교회와 사회를 위해 제공하는 이론의 양은 지천이다. 이론이 부족해 교회와 교인의 변화가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어쨌든 교회는 변하지 않았다. 무엇 때문인가? 이론의 '양적 풍요' 가운데 도덕성의 '질적 빈곤'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머리와 가슴, 입은 있지만 손과 발, 행위는 없다. 이론적 에네르기가 실천적 에네르기로 전화(轉化)되지 못했다.

아멘넷에도 모든 교파와 교단에 속한 사람들이 들어와 기사를 보고 칼럼과 게시판의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고 있다. 그런데 각자에게 영향을 준 신학 이론과 성경공부에서 깨달아진 내용들을 사용하여 간혹 설전이 벌어질 때면 이를 “전가의 보도((傳家寶刀)”마냥 휘두르면서도 “ 우리 말씀을 통해 은혜받자”고 하는 것을 보노라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숙어가 쉽게 떠오를 것이다.

물론 우리는 말씀을 보고 묵상하고 공부하며 하나님을 알아가는 일에 열심이어야 하며 우리의 평생을 두고 하여야 할 일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끼치고 변화를 주려면 보다 실천적 에네르기가 필요하다는 말이며 이를 위해서는 주방의 체험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전의 13년 다니던 교회는 교회 주방이 없었다. 그 덕분에 주방에서의 봉사없이 편하게(?) 세련되게(?) 교회를 다녔고 설교는 심오한 진리를 깨우쳤지만 담임 목사 스스로 “ 왜 교인들이 변하지 않는가?”라는 한탄의 소리를 설교에서 간혹 들은 기억이 난다.

현재 출석하며 섬기는 후러싱의 M 교회는 주방에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마도 뉴욕의 웬만한 교회도 제공 못하는 주일 점심 식사가 음식 맛도 내공이 상당하게 매주 제공되어진다. 그만큼 누군가가 주말에 와서 말없이 헌신하는 것이다.

A 권사님은 큰 사업을 부부가 했었고 은퇴했지만 성가대와 주방에서 항상 솔선수범으로 봉사하신다. 특히 식품업을 하셨기에 좋은 음식 재료를 저렴하게 사와서 제공하시며 주방 일을 이끄시지만 남을 시키기에 앞서 먼저 하시고 자신의 공로에 대해 항상 입을 다물고 계신다.

B 권사님은 네일가게에 일을 다니시며 본인 구역이 식사 당번일 때면 토요일에도 일이 늦게 끝난 후에도 부부가 교회 주방에 들르셔서 음식 준비를 하시고 집에 가신다. 허리가 아프다면서도 손을 두들기며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C 집사님은 음식 솜씨가 없으시다. 그래서 항상 수저와 식판을 정리하고 다음주 준비를 하며 그 외 잡다한 일들을 열심히 하시면서도 항상 미안해 하신다.

D 집사님은 음식 솜씨도 좋아서 잘하지만 손이 커서 음식 장만을 많이 하고 남은 음식을 고무 봉지에 담아 젊은 엄마들이나 유학생들을 가만히 불러 챙겨 주신다.

설거지는 남자들 몫이다. 설거지 당번일때는 식사를 빨리 끝내고 부지런히 들어가 모든 식기와 솥을 씻고 정리하여야 한다.

물론 주방에서도 개인간의 욕심이 부딪치고 오해가 생기며 잡다한 소음이 생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 기억에 남는 것은 음식 하나하나에서 느끼는 맛과 사랑이다.

서로가 서로를 알기에 그 음식이 이렇게 나오려면 얼마만큼 수고의 땀 방울을 쏟았겠느냐를 깨닫기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것이다.

말씀 공부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주방에 들어가 앞치마를 두르고 말없이 성실하게 봉사하며 섬기자 . 그런 일들이 단기간에는 아무런 힘이 없을찌라도 꾸준히 계속 하다보면 누군가에게 상처보다는 은혜를 끼칠 수 있을 것임은 명약관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은혜를 끼치는 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이며 그 하나님은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는 자보다는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 약한 것들을 , 천한 것들을 , 멸시받는 것들을 , 없는 것들을 택하시는 하나님임을 반드시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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