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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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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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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c82eafeab4548f8cf1452afaa8d8b2_1487394874_13.jpg바버라 부시 여사는 프랭클린 피어스 미국 14대 대통령의 후손인 피어스 가문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대통령 가문에서 태어나서 유명한 것이 아니라 손수 대통령 가문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그는 더 유명하다. 대통령의 부인이 된다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 이지만 아들까지 대통령을 만들어 냈으니 보통 사람은 아니다. 미국 역사상 남편과 아들을 대통령으로 만든 두 명의 여걸이 있는데 하나는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부인 애비게일 애덤스와 지난주 장례식을 치른 바버라 부시 두 명 뿐이다. 애덤스 여사는 아들 존 퀸시 아담스가 6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기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생전에 남편도 대통령, 아들도 대통령에 취임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본 사람은 바버라 부시 혼자 뿐이다. 

 

부시가문에서는 2명의 미국 대통령, 두 번째와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텍사스와 플로리다의 주지사 두 명, 상하원 의원 한 명씩을 각각 배출했으니 사람들은 이 집안이 미국의 전설적인 정치가문 케네디가문을 추월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부시 왕조(Bush Dynasty)’란 말까지 나왔다. 누가 이런 것까지를 꼼꼼하게 계산했는지는 몰라도 케네디 가는 약 1,000일 동안 대통령 직에 올랐으나 부시 일가에서는 아버지, 아들 대통령을 합쳐 도합 4,383일 동안 대통령 직을 수행하였으니 케네디 가는 이제 부시집안에 밀려도 한참 밀린다는 애기다.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이번 어머니 장례식에서 조사를 한 둘째아들 젭 부시가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바버라 부시는 “미국에는 너무 많은 부시가 있단다”라고 말하면서 은근히 뜯어말렸다는 말까지 전해진다. 사실 아버지도 대통령, 큰 아들도 대통령, 둘째 아들도 대통령이 되면 미국엔 부시 집안 밖에 없냐고 욕먹을 것 같아서 한 말이었을 것이다. 어차피 젭 부시는 공화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지만.

 

전형적인 내조형에다 유머가 넘치고 소탈하고 신앙심이 좋았던 것으로 유명했던 그 바버라 부시의 장례식에는 초청받은 1500여명의 추모객이 참석한 가운데 휴스턴에 있는 성 마틴 성공회 교회당에서 열렸다.

 

우선 전직 대통령 네 명이 나란히 참석한 것이 “미국이란 나라답다”는 좋은 소문을 내고 있다.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그리고 아들 부시, 남편 부시, 이들 네 명의 대통령에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안 문제를 이유로 불참했다고 하는데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참석했다.

 

이들 대통령들은 한때는 모두 정적이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서로 치고받으며 상대방을 공격해서 쓰러트려야 자기가 살아남는 살벌한 경쟁자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저 전직대통령으로서 다감한 모습으로 한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장례식에 참석했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손녀들이 나와서 잠언 31장 10-31절까지를 차례로 읽었다. 물론 성공회 예전에 따라 구약과 신약의 말씀, 그리고 복음서의 말씀이 따로 봉독이 되었지만 특별히 마지막 30-31절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는 칭찬을 받을 것이라. 그 손의 열매가 그에게로 돌아갈 것이요, 그 행한 일을 인하여 성문에서 칭찬을 받으리라.” 이 말씀이 읽혀질 때 모든 이들은 바버라 부시를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손자들이 관을 운구하고 손녀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읽는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부시 왕조를 일으켜 세운 ‘안방마님’이었음에도 바버라 부시는 쉬지 않고 자녀들에게 강조한 것이 “자랑하지 말아라” “겸손이 모든 것의 기본”이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미국의 할머니’로 존경받아 왔던 그에게는 유명한 시그니처 액세서리가 있다. 바로 가짜 진주 목걸이다. 미국 정치왕조의 안주인이 진짜 진주 목걸이를 살 돈이 없어 가짜를 즐겼을까? 가짜로도 얼마든지 행복해하는 그의 수수하고 소박한 모습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조객들이나 추모객들 중에는 가짜 진주목걸이를 걸고 나와 그를 추모했다고 한다.

 

더구나 장례식장엔 꽃이 없었다. 꽃이 없는 이날 장례식은 더욱 엄숙하고 경건하게 느껴졌다.아름답고 눈부신 꽃이 없으니 조객들의 시선이 하나님에게만 집중할 것 같은 경건함이 넘쳐나는 분위기였다.

 

장례식장에 가면 조의를 표하기 위해 꽃은 있어도 좋다. 그런데 우리 한인사회 장례식장엔 너무 꽃이 많다. 장례식장의 꽃이나 화환의 숫자를 죽은 고인의 명성이나 부귀의 척도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꽃으로 뒤덮여 있는 장례식장에 가면 사람들이 장례식을 하는 게 아니라 꽃들이 장례식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날 장례식은 ‘기뻐하며 경배하세(Joyful, Joyful, We Adore Thee)’를 부르며 끝났다. 눈물도 있었지만 기쁨도 넉넉했던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의 겸손과 절제가 느껴지는 장례식이었다.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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