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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교의 자살방지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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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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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c82eafeab4548f8cf1452afaa8d8b2_1487394874_13.jpg아마 샌프란시스코가 세계 5대 미항이라 불리는 데는 금문교(Golden Gate Bridge)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다리를 빼고 샌프란시스코를 말할 수 없다. 특히 주황색으로 은은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이유는 자연친화적이며 동시에 안개가 많은 이 도시의 특성상 다리의 가시성을 높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1964년까지만 해도 금문교는 세계에서 제일 긴 현수교였다. 그 후에 더 길게 세워진 다리들이 수없이 많이 생겨났다. 현수교(suspension bridge)란 무슨 다리인가? 한마디로 ‘출렁다리’다. 양쪽 언덕에 줄이나 쇠사슬을 건너지르고, 거기에 의지하여 매달아 놓은 다리를 말한다.

 

101번과 1번 하이웨이가 이 다리를 통과하다 보니 하루 교통량은 무려 11만 명에 이른다.

 

이런 복잡하고 아름다운 다리 금문교에도 고민은 있다. 바로 아름다운 이 다리위에서 인생을 마감하겠다며 바다로 뛰어내리는 사람들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금문교에서 뛰어내린 자살자는 1,500여명. 지난 한해만도 39명이 이 다리에서 목숨을 끊었다.

 

이쯤 되자 금문교 관리위원회는 지난주부터 이 다리에 자살방지 그물 설치 공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으로 4년에 걸쳐 완공될 그물공사에 들어갈 예산은 약 2억 달러. 스테인리스 강철 그물을 양쪽 통행로 아랫부분에 설치하는데 길이는 다리의 길이와 똑같은 1.7마일이이다.

 

이 그물을 설치하면 아무리 뛰어내려도 소용없다. 그물에 걸리는 물고기 신세가 되어 금방 경찰에 구조되면서 망신만 당하게 될 것이다.

 

그물설치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어났다. 비싼 혈세로 그물을 설치하는 게 옳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고귀한 생명에 비하면 결코 많은 게 아니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샌프란시스코 시장을 지내다가 지금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2명의 연방 상원의원중 하나인 다이안 파인스타인이 자신도 과거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금문교 다리에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는 말에 모두 입을 닫는 듯 했다. 그 여장부도 금문교에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파인스타인 말고도 지금은 모든 이들의 ‘희망의 전도사’처럼 살고 있는 오프라 윈프리도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고 엘튼 존이나 드루 배리모어같은 유명인들도 지난 날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이다.

 

그럼 자살 문제는 금문교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내 문제요, 내 가정의 문제요, 우리 교회의 문제다. 미국질병통제 및 예방센터(CDC)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자살률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별히 10~14세에 이르는 소녀들의 자살률은 200%이상 크게 증가하고 있고 인종별로는 아메리컨 인디언 여성들의 자살률이 89%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여북하면 ‘자살공화국’이란 소리가 나왔겠는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라고 한다. 한국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1년에 15,000명, 하루평균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옛날 보리고개를 겪으면서도 허리띠를 동여매고 쑤개떡으로 끼니를 때우며 한번 살아보자고 가난을 이겨낸 민족인데 좀 살만해 지니까 어찌하여 성큼 자살공화국으로 변해 버린 것일까?

 

내가 담임목회를 할 때 가족가운데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서 예배를 드릴 때가 참으로 난감했다. 자살한 사람을 천국에 갔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지옥에 갔다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다 알아서 해 달라고? 유족들에게는 또 가족이 자살할 때까지 옆에서 구경만 했느냐고 책망을 해야 하나? 죽은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 산 사람이나 죽을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살라고 권면해야 하나? 위로의 어휘를 선택하는 문제도 그렇고 성경말씀을 골라내는 일도 곤란했다. 한마디로 자살에 대한 신학적 매뉴얼의 부재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교단마다 목사마다 중구난방인 것 같다. 지금까지 한국 어느 교단에서도 자살에 관한 교리적 지침서나 신학적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한 적이 없다.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성경에는 아비멜렉, 삼손, 사울, 시므리, 가룟 유다 등이 자살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자살에 대해 우호적인 표현으로 묘사된 곳은 없지만 자살 행위 자체, 즉 죽음의 방식에 대해 성경은 침묵하고 있고 어떤 명시적 가치판단을 내려놓고 있지 않다고 신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공갈형 주장이 있는가하면 그건 통설에 불과하며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란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숙제는 신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더라도 급한 것은 자살하는 사람들을 뜯어 말리는 작업이 우리가운데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에게 아는 사람 누군가가 찾아와서 “나 자살하고 싶다!”라고 토로했을 때 금방 “그 자살할 용기가지고 더 열심히 살아봐라” 아니면 “왜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해!” 아니면 “넌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소릴 들어보지도 못했냐?” 나오는 말이 죄다 이런 말에 불과할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말은 불에 기름 붓기라고 한다. 그냥 들어주는 게 최고라고 하는데 … 그냥 들어준다고 죽으러 가던 사람이 돌아설까? 이럴 때는 전문상담가를 붙여주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배운 적은 있다.

 

금문교까지 많은 돈을 들여 자살 방지 그물을 설치하는데 생명 하나를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교회가 자살하는 사람들을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자살한 집에 심방만 해봤자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개교회가 힘들면 돈 있는 교회끼리 공동으로 ‘자살방지 핫라인’이라도 더 많이 설치해 놓는 게 교계가 해야 할 일이다.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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