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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여러분의 피난처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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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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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c82eafeab4548f8cf1452afaa8d8b2_1487394874_13.jpg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으로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이 새가슴이 되어가고 있다. “난 시민권잔데 뭔 일이 있겠어?” 그렇게 안심하는 척 하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언제 무슨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백인우월주의자들, 그러니까 백두건을 뒤집어쓴 KKK 단원들에게 시민권자고 뭐고 유색인종들은 다 얻어터지는 게 아닐까 엉뚱한 불안감이 찾아들기도 한다. 

 

하물며 불법체류자들은 얼마나 마음을 조리겠는가? 마켓이나 학교에 갈 때도 조심조심 눈치를 봐야 하고 교회를 갈 때도 재수없이 이민국 단속요원들에게 불시검문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일 것이다.

 

불법체류자를 서류미비자라고 부른다. 합법적 체류신분을 얻기까지 서류가 미비되었다는 말이다. 불법이란 말이 붙으면 범죄자로 취급되는 것 같아서 인권존중 차원에서 서류미비자라고 부르지만 이민 변호사 말로는 그 말이 그 말이란다.

 

유학비자로 왔건 관광비자로 왔건 미국에 입국해서 합법적 체류기간을 넘겼으면 그때부터 분명 불법이기 때문에 그들을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주장하는 법치지상주의자도 있다. 그러나 까딱하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기 쉬운 게 현실이다.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불체자로서 집도 사고 비즈니스도 하고 몇십 년을 잘 살아왔는데 왜 지금 와서 불체자를 쫓아내고 이민자를 안받겠다고 난리를 치냐고 분노하는 한인들도 많다.

 

그들 말로는 그럼 유럽이민자들이 비자들고 미국 입국했냐? 청교도 태운 메이플라워호가 플리머스에 도착했을 때 영주권 내밀었냐? 영국이나 유럽 이민자들이 모두 무비자로 이 나라에 입국해서 불법체류자로 정착을 시작했으니 미국은 애시당초 불법체류자의 나라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씀이다. 불법으로 입국해서 인디언들 다 몰아내고 세운 나라가 아닌가? 그래서 근원도 모르는 것들이 불체자 몰아 내겠다고? 그렇게 화를 내는 서류미비자들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이런 불법체류자들이 한인사회나 라티노 커뮤니티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백인사회에도 불법체류자들의 설움은 동일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지난주 세인트패트릭스 데이를 맞아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의 불법체류 현실이 CNN 인터넷 판을 통해 소개되었다. 그쪽도 다른 이민자 커뮤니티와 다르지 않았다.

 

미국에 살고 있는 아일랜드계 불체자는 대략 5만명. 미 전역의 불체자 1천1백만명에 비하면 미미한 정도다. 놀랍게도 아이리시 이민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은 보스톤이나 매사추세츠, 뉴욕이 될 법 한데 그게 아니었다.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캘리포니아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이후 신분 문제로 카운슬링을 청하는 아이리시들이 평소보다 3배는 늘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불체자로 살아왔는데 만약 아일랜드로 추방될 경우 그 낯선 땅에서 어찌 사느냐고 한숨이 가득한 사람들이다. 정든 미국 땅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백인 불체자들의 안타까운 심정도 다른 유색인종, 소수인종과 다르지 않았다.

 

아일랜드는 19세기 중엽 유명한 ‘아이리시 기근’을 겪었다. 기근 때문에 민족 엑소더스가 일어났다. 그때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가 약 2백만 명. 당시 아일랜드 인구의 1/4이 미국 이민행렬에 올랐다.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이 그때의 아이리시였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가난한 아일랜드 후손들 가운데 지금 백악관을 쥐락펴락 하는 백악관 선임고문 켈리언 콘웨이가 있다. 선대본부장으로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었다.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 반유대주의자로 비난받기도 했던 ‘트럼프의 브레인’ 그 스티브 배넌도 그때의 아이리시 후손이다. 또 있다. 지금 ‘트럼프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백악관 대변인 션 스파이서도 그때 이민 온 아일랜드 후손이다. 그러니 지금의 아일랜드 불체자들은 환장할 노릇 아닌가? 백악관 3인방으로 거대한 권력을 쥔 아일랜드 후손들이 아일랜드 불체자들을 내 쫓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원망스러운 일이겠는가?

 

어느 이민자 커뮤니티나 마찬가지다. 눈물겨운 불체자들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생이별을 할지도 모르는 자녀들의 손을 잡고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다행이다. 뉴욕의 한인교회들은 이들을 보호해 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민자 보호교회(Sanctury Church) 운동’을 통해 불법 체류자들을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재워주고 먹여 주고 공권력으로부터 보호해 주겠다는 운동일 것이다. 생춰리란 예배당에서 ‘주님의 테이블’이 있는 공간으로서 성찬식 때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거룩한 성소를 말한다. ‘애니멀 생춰리’란 말이 있듯이 좀 더 광의적으로는 안식처란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불법 이민자들에게 교회당을 정치적 안식처로 제공하겠다는 불체자 보호교회, 생춰리 처치… 어쩌면 주님께서는 체류자격이 없는 불안한 불법이민자들의 모습으로 지금 우리 앞에 다가서고 계신지도 모른다.

 

나그네처럼 갈 곳 몰라 하는 이 땅의 불체자들을 향해 “교회가 여러분의 피난처가 되겠습니다”란 말에 절로 눈물이 났다.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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