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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 맞추기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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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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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몇 년 전에, 한 여성이 자기를 분노하게 하는 엄마의 행동에 관해 이야기했다. 엄마가 말이나 약속을 하고선 지키지 않는다고 했다. 본인이 어려서부터 헛된 약속을 수없이 하였기에 엄마의 말에 신뢰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허언들의 경우에서, 엄마의 의도는 자기를 격려와 위로하거나 아니면 자기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지만, 엄마가 자주 위선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등으로, 본인을 짜증스럽게 만들었고 급기야 자기 결혼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고 절망적으로 호소하였다.

내담자의 결혼 후에 친정 엄마는 자기에게 집을 하나 사주겠다는 했는데, 시어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해서 자기가 난처해졌다는 것이었다. 그 이외에도 자기의 대학 학비 보조 등 다른 약속 형태의 발언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시어머니의 눈에 자기의 친정 엄마가 허언하는 사람으로 간주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특히, 내담자의 시어머니는 성격이 확실하고 언행일치의 성향이 있는 분인데, 친정 엄마가, 자기를 위해서, 시어머니께서 듣기 좋게, 즉 비위 맞추기 위해서 약속형 발언을 한 것 같아 아주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내담장의 친정 엄마는, 딸과 함께 한 상담 시간에,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와 딸과 사위 등의 다양한 역할극을 통해서, 물질적 약속 형 발언의 위험성을 깨닫는 것 같았다. 본인은 해주고 싶음을 이야기함으로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과 의도는 좋고 악의는 없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언행이 일치되지 못할 경우, 약속 불이행, 거짓말 혹은 허언함으로 여길 수 있겠다고 그녀 스스로 말하기도 했다. 즉, 언행일치에 가치를 둔 사람들은 모두들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을 가능성에 관한 언급도 추가했다. 그리고, 딸과 사위 그리고 시부모님들이 친정 엄마가 물질적으로 잘 해주지 못해도 섭섭해 하지 않을 성숙함도 있을 수 있겠다는 점도 인식하는 듯 했다. 특히, 딸과 사위를 도와 주면, 그들이 고마워 할 것이고, 설령 도와 주지 못해도, 그들을 도와 주길 원하는 마음에 친정 엄마를 고마워 해 할 성숙함이 그들에게 있음을 강하게 각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딸은 오랜 동안 자기 엄마에게 강조해 왔던 부분이었는데, 이제서야 객관적으로 자각하는 것 같았다고 하였다.

원활한 소통이나 의사 표현의 자유가 부족한 가정에서 위의 사례와 비슷한 경우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 같다. 가정에서 갈등이 초래된 특정한 상황에, 엄격한 권위자 (예: 남편, 시부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아이들이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권위자의 말대로 하라곤 하고서는 그들에게 아이들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하는 “조작적” 소통이 강한 예가 될 수 있겠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물론 위기 대처라는 명분이 있기는 하지만, 엄마가 일방적으로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혹은 동의를 일방적 요구하고서는, 아이들이 동의한 것처럼 일방적으로 해석을 하고 진실을 왜곡하여 전달하는 경우이다.

상담 윤리에서 5원칙 중, 제 1원리가 자율성 존중(Respect for Autonomy)이다. 내담자가, 상담가의 도움으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의 가능성들을 살펴 본 후 본인에게 가장 피해가 적고 유익한 행동을 선택하도록 하는 인간의 권리이자 고객 중심의 가치이다. 이는, 나이 어린 내담자를 포함해서, 이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료들이 주어진다면, 인간은 일반적으로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상담 후 몇 주가 지나자, 엄마의 행동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딸로부터 연락이 왔다. 시어머니와의 만남도 있었는데,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화평의 시간이었다고 그녀는 전했다.

이수일 박사
Ph.D. (Health Studies), CTRS, LMHC, NCC
Mental Health Counseling, P.C.
Adjunct Assistant professor
Research Method & Analysis/BioStatistic (Psychology & Health Science)
Nyack College/ATS(AGSC) And Lehman College (CU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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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Andy Kim님의 댓글

Andy Kim

역할극을 통해 본인의 의도와 상대의 이해 간의 차이를 깨닫게 되고, 본인 스스로 취할 수 있는 행동을 결정해 나가신 과정이 매우 흥미롭고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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