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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한 매개체의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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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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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한국에 자주 전화를 하였었다. 어머니 건강도 묻고, 어떻게 지내시는지, 동생들은 자주 찾아오는지 묻는 게 보통 전화 통화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는 전화를 자주 안 하는 편이다. 이상하게 형제들에게 전화를 해도 특이하게 할 말이 많지 않아 그저 안부나 묻는 게 보통이고, 명절이 되면 인사를 나누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면서 내 본심과 다르게 형제들과도 많이 멀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가족을 하나로 묶고 있었던 부모라는 매개체가 무너지자 형제간의 관계도 멀어지지 않았나 본다.

오랜 세월 함께 했던 목사님이 노회를 탈퇴했다. 20여년 같이 했던 목사였는데 노회를 탈퇴하고부터는 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저 카톡 메시지로 안부나 묻고 지낸다. 어쩌다 만나기라도 하면 이야기를 나눌 공통분모가 형성되지 않아 별 할 이야기가 없어 점점 서먹서먹해진다, 그러면서 탈퇴한 목사들과도 멀어진다. 한마디로 노회라는 매개체에서 떨어져 나가자 목사님들 관계도 멀어지지 않았나 본다. 

목사와 목사끼리 가까워지려면 뭔가 가까워질 수 있는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그 매개체를 중심으로 생각이 같아지고 함께 밥을 먹어야 할 이유도 생기고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눌 이유도 생긴다. 그 매개체가 없으면 가까워질 이유가 없다, 그저 얼굴을 아는 분, 인사나 나누는 분 정도에서 잘 발전하지 못한다.

요즘 나는 매주 만보걷기 운동을 한다. 이 운동에 함께 하는 목사님들이 몇 분 계신다. 그런데 함께 하는 목사님들과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같이 식사해본 적도 없고 가깝게 지낸 적도 없었다. 그저 아는 목사님 정도로 인사만 하고 지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만보걷기라는 매개체가 생기자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그룹이 되어 버렸다. 만보걷기라는 도구가 목사님들과 친해지게 된 매개체 역할을 한 것이다.

모든 단체도 동일하다고 본다. 사람이 모인 단체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체가 형성되면 사람들은 조직과 법칙을 만들고, 기획을 해서 목적을 달성한다. 그 목적을 향해 가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밖에 없고 가깝게 지내다 보니 인간의 정도 느끼게 되고 의리도, 사랑도 생긴다.

교회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모이는 매개체다. 모두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예배, 선교, 전도도 하고, 함께 식사 준비도 하고... 이 모든 일들이 하나님 나라라는 하나님 뜻을 이루려고 하는 일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어쩌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그 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 가까워지고 가까워진 우리가 더 친해지고 친해진 우리끼리 서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겠는가,

일이 목적이 아니다.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인간이 뭘 만들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겠단 말인가, 만드시고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즉 선교를 통해 복음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 일차적인 목적 아니라 선교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사람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그 선교 안에 들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배도 동일하다. 예배를 통해 어떤 단결된 공동체를 만들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예배를 통해 하나님 사랑을 이루어 내는 것이 예배 안에 공존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선교를 통해, 예배를 통해 믿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서로 가까워지고 서로 친해지면서 서로 하나님 사랑을 깨달아 그 사랑을 만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향하신 뜻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런 사랑의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할 예배, 선교, 봉사에만 목적을 두다 보니 정작 예배 형식가지고 싸우고, 예배드리면서 미워하고, 선교한답시고 싸우고, 봉사한다고 사람들이 편을 만들어 서로를 적대시 한다. 그래서일까 교단은 끊임없이 갈라지고 교회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파벌이 형성되는 이런 이유가 바로 사랑의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할 예배가, 선교가, 봉사가 인간의 업을 쌓아 올리는 종교적 형식이 되어 버렸기 때문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교훈은 예수님을 통해 서로 사랑하라는 명령이 아니겠는가?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 교회가 여러 형태로의 매개체를 만들어 그 매개체를 통해 하나님께는 영광이요 우리는 서로 사랑하도록 엮어 내는 공동체가 교회 아니던가.

어떤 교계 단체든지 이 분명한 방향이 없으면 집회라는 명목으로, 기도회라는 명목으로 매개체를 만들게 되고 그것을 종교화시켜 단체장을 세우고, 세운 단체장은 보이지 않는 종교적 우월감을 표출시키려는 인간의 교만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지 않나 보인다.

우리가 만들어 낸 이 땅에 모든 것들은 다 임시적인 것들이다. 그 임시적인 매개체를 목적으로 삼기 전에 먼저 그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이 가까워지고 더 친해져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 사랑을 서로 이루어 내는 일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교회 매개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여겨진다.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하는 자니 보는바 그 형제를 사랑치 아니하는 자가 보지 못하는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가 없느니라(요한1서 4:20)

한준희 목사(뉴욕성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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