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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을 정치적 이념의 보수나 진보라고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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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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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26일 루스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사망으로 공석이 된 대법관 자리에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을 지명했습니다. 청문회를 통해 그녀는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대법관 자격에 결함이 될만한 흠이 발견되지 않아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는 명문 노트러 데임 법대(the University of Notre Dame's Law School)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미국 보수 법관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안토닌 스칼리아(Antonin Scalia) 대법관 밑에서 서기를 했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심까지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노트르 데임대 교수로 있을 때 장애인이 자기 수업을 들으며 어려움을 겪자 자식처럼 돌봐 주며 졸업을 시킨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녀에게는 일곱 명의 자녀가 있는데, 그중 두 명은 아이티에서 입양하였고, 자신이 낳은 다섯 명 중 한 아이는 태어나기 전에 다운 증후군임을 알면서 출산을 하였는데, 이는 사람들이 그녀의 낙태 반대론을 비난하지 못하게 하는 도덕적 권위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그녀의 총명함과 돋보이는 인격에 트럼프가 하는 일이라면 사사건건 반대하던 주류 언론들도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주류 언론들이 문제 삼는 것은 대선이 불과 몇 주밖에 남지 않은 지금 새 대법관을 서둘러 인준하는 것이 합당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집권 말기인 2016년에 스칼리아 후임으로 메릭 갈런드(Merrick Garland)를 지명하자 공화당은 그해 대선 승자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청문회를 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이 무리한 주장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자격이나 법적 하자가 없는 한 자기 당 성향의 대법관 인준을 지지하는 것은 정당하고 당연한 일입니다. 80여 년 전 루즈벨트가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이 상하원과 백악관을 장악할 경우 대법관 수를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지명자에 대해서 자격이나 법적 문제를 찾지 못하게 되자 몇몇 민주당 의원들이 들고나오는 것은 소위 “법원 채우기 계획”(court packing plan)입니다. 이는 지금 아홉 명으로 되어 있는 대법관의 수를 늘리겠다는 주장입니다.

1932년 미국 대선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총 유효표의 57%를 얻어 선거인단 수로는 472 대 59, 주 수로는 42대 6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허버트 후버에 승리했습니다. 사상 최대의 압도적 차이로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던 연방 상하원도 민주당으로 넘어갔습니다. 이에 고무된 루즈벨트와 민주당은 소위 ‘뉴 딜’로 불리는 개혁 입법을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루즈벨트의 개혁 드라이브는 사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습니다. 루즈벨트의 개혁 입법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주안으로 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연방 대법원이 잇따라 위헌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특히 ‘검은 월요일’로 불린 1935년 5월 27일 연방 대법원은 루즈벨트 행정부가 관련된 재판 3건 모두에 대해 만장일치로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분노한 루즈벨트가 내놓은 것이 소위‘법원 채우기 계획’(court packing plan)입니다. ‘1937년의 사법 절차 개혁 법안’으로 이름 붙여진 이 계획의 내용은 연방 대법관이 70세 6개월이 지나도 자진해서 은퇴하지 않으면 최대 6명까지 더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연방 헌법은 대법관의 임기를 종신으로 하고 있지만, 대법관의 수는 의회에 일임하고 있습니다. 처음 연방 대법원이 출범했을 때 대법관 수는 6명이었습니다. 그 후 5명에서 10명 사이를 오가다가 1869년 ‘사법부 법’이 제정되면서 현행 9명으로 정해져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수인 의회에서도 이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부통령이던 존 가너를 비롯 민주당 의원 가운데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했다고 대법관 수를 늘려 장악하려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법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후 판결의 흐름은 바뀌었습니다. 그전까지 최저임금법이 위헌이라며 반대해 오던 오웬 로버츠 대법관은 워싱턴주의 최저임금법 사건과 관련, 태도를 바꿔 연방정부 편을 들어준 것입니다.

미국에서 연방 대법관은 대통령 못지 않게 그 역할이 중요합니다. 대통령의 임기는 4년에 중임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대법관의 임기는 종신이기 때문이고, 연방대법원은 국가의 법과 정체성에 따른 중대한 문제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지명 된 에이미 코니 배럿은 전형적인 오리지널리즘을 표방하는 인물입니다. 스칼리아 대법관이 오리지널리즘(originalism)으로 대표되는 보수적 대법관이었는데 그 밑에서 배운 배럿도 보수적 법관입니다. 미국에서 법관을 보수적 또는 진보적이라고 할 때 정치 이념으로서의 보수나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 철학(judicial philosophy)으로서의 보수와 진보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법적 보수주의(judicial conser-vatism)란 헌법 기초자들의 입법 의도와 원전에 기재된 문언의 의미를 존중하여 엄격하게 법을 해석,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사법적 진보주의(judicial liberalism)란 헌법 기초자들의 의도를 지금에 와서 추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과거의 입법 의도나 문구에 집착하지 말고, 시대 상황에 맞게 현대적으로 재해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배럿이 오리지널리즘을 표방하는 보수라는 것은 헌법해석이 보수라는 것이지 정치적 어느 정파의 입장을 지지하는 판사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이는 진보적 법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연방 대법원 판사들이 대통령의 지명과 상원의 인준이라는 매우 정치적인 절차를 거쳐 임명되기 때문에 자신을 임명해 준 대통령과 지지해 준 특정 정파에 우호적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일단 판사가 된 이후에는 정치자금 모금행사의 참석과 정치자금의 기부가 전면 금지되며 철저한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해야 합니다. 판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해서는 안 되고, 판사에게 정파적 의미의 수식어를 함부로 붙이는 것 역시 사법의 신뢰를 해치는 일로 극히 자제하는 것은 불문율처럼 되어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헌법해석을 둘러싸고 오리지날리스트들과 비오리지날리스트들 간의 논쟁이 있었습니다. 오리지널리스트란 헌법의 해석에 있어 그 헌법을 만든 사람들의 “원래의 의도(original intent)”를 중시하여 그에 맞추어 해석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비오리지널리스트란 그에 반대하여 헌법의 해석에 있어 그 헌법규정을 만든 사람들의 원래의 의도(original intent)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하여 시대 형편과 정신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헌법이나 법률의 해석과 관련하여 두 가지의 입장이 존재해왔는데, 하나는 그 헌법이나 법률 자구의 형식적 의미, 그 성문법전에 의해 형성된 법의 일반원칙들, 그리고 그 자구와 법의 일반원칙들로부터 나온 학설이나 사법상의 일반원칙들을 강조하는 견해입니다. 이러한 접근은“형식주의적 접근(formal approach)”이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둘째는 헌법이나 법률이 제정된 목적들, 하나의 혹은 또 다른 하나의 해석이 그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정도를 고려하려고 하는 입장입니다. 이는 “목적합치적 혹은 목적론적 접근(purposive or teleological approach)이라고 불립니다. 미국에서는 유럽보다는 두 입장의 대립이 덜 뚜렷하지만 대체로 법학자와 판사들은 법원들이 법 해석의 전통적 표준들에 따를 것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점점 둘째 해석을 지지하는 법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통일성 있는 일관된 법 해석의 표준들이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지금까지 미국인들 사이에는 하나의 합의(American consensus)가 존재해왔는데, 그 합의에 의하면 “형식주의적 해석이 첫 번째이고 목적론적 해석이 두 번째”였습니다. 미국의 거의 모든 법 해석자들은 헌법이나 법률의 자구가 그것이 기록된 대로 하나의 명확한 의미만을 가진다면, 그 해석의 결과가 판사 자신의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그러한 해석이 그 법의 목적들에 비추어 최상의 것이 아니더라도, 법원은 그 “명확한 의미”에 따라 해석해야만 한다는 데에 동의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자구의 해석이 하나의 명확하게 옳은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면, 그때 판사들은 목적합치적 혹은 목적론적 해석에 매달려야만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법은 절대적이 아니기 때문에 형식주의적 해석을 우선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목적론적 해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리지널리즘은 법 자체가 절대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법을 집행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법이 완전하지 못하더라도 보다 나은 개혁 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종전의 법이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번 신중하게 제정된 법을 쉽게 바꾸거나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처음부터 헌법을 개정하는 것을 어렵게 해 놓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목적론은 수단을 정당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목적론은 마치 상황 윤리처럼 절대적 규범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당위론적 윤리가 목적론적 윤리보다 더 성경적이라고 하더라도 상황 역시 성경이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반대하지만 무시하지 않는 것처럼, 법 해석에서도 진보적 목적론을 무조건 무시하지 말아야 하지만 보수적인 형식주의적 해석을 표방하는 오리지널리즘은 매우 바람직한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독교 개혁주의 입장에서는 법 해석에서 상황과 시대정신을 강조하는 목적론적 해석보다는 보수적 형식주의인 오리지널리즘을 지지하는 것이 정당하고 합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법 해석에 있어서나 또는 정치적 이념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의 양쪽 진영에 있는 이들이 어떤 경향의 정책들을 지지하는가를 유심히 관찰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어떤 정책이 진보나 보수이기 때문에 지지하거나 반대하면 안 되고 성경과 하나님 나라 가치와 정신에 맞는 것은 지지해야 하고 위배되는 것은 반대해야 합니다. 낙태나 동성애나 폭력은 성경과 하나님 나라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해야 합니다. 이념과 사상과 이론은 절대적이지 않지만, 그것이 무엇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하기도 하고 위배 되기도 하기 때문에 성경이 금하는 것을 주장하거나 지지하면 무조건 반대해야 합니다. 오리지널리즘이 그 자체로는 완전하지 않지만 그것을 표방하는 이들은 성경의 가르침을 준수하려고 하고 그것을 반대하는 이들은 성경이 금하는 것을 주장하고 지지하기 때문에 기독교는 상대적으로 오리지널리즘을 표방하는 이들에게 지지를 보내야 합니다. 판사는 법을 적용할 뿐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나 이곳 미국에서도 판사들이 시대 정신과 가치에 따라 법을 해석하고 판결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너희로 악을 조금도 행하지 않게 하시기를 구하노니 이는 우리가 옳은 자임을 나타내고자 함이 아니라 오직 우리는 버림 받은 자 같을지라도 너희는 선을 행하게 하고자 함이라 우리는 진리를 거슬러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오직 진리를 위할 뿐이니”(고후 13:7,8)

황상하 목사 (퀸즈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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