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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만의 부활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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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명20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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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명하나님이 우리 인류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부활입니다. 주님은 부활하심으로 인류 역사의 수레바퀴를 죽음에서 생명으로 되돌립니다. 부활은 4월만이 아닌 일상 속 영원을 살게 하는 생명의 원천입니다. 그러나 부활의 계절 4월은 왔건만 그 의미는 우리에게 생경합니다. 우리는 부활을 노래하면서도 우리의 마음은 묵정밭 같습니다. 봄은 왔지만 우리 의식은 동토처럼 얼어붙습니다. 영적으로 혼곤한 잠에 깊이 취합니다. 겨우내 얼어붙어 생명 기운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던 나무들이 봄의 생명력에 힘입어 저마다의 새싹을 움트게 합니다. 자연계에 생명의 크고 작은 부활의 신비가 선명히 드러납니다.

이것에 무감각해져 버린 마음으로는 이 세계 곳곳에 생명을 불어넣으시는 하나님의 신비로운 손길을 어찌 느낄 수 있겠습니까. 자연의 작은 창조에서도 부활의 신비를 관조하는 이들은 누구나 영적으로 깨어 있습니다. 그 깨어있음이 지금 부활을 사는 것입니다.

바울은 자연의 생명 현상을 통해 부활의 능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어리석은 자여 네가 뿌리는 씨가 죽지 않으면 살아나지 못하겠고 또 네가 뿌리는 것은 장래의 형체를 뿌리는 것이 아니요 다만 밀이나 다른 것의 알맹이 뿐이로되 하나님이 그 뜻대로 그에게 형체를 주시되 각 종자에게 그 형체를 주시느니라 육체는 다 같은 육체가 아니니 하나는 사람의 육체요 하나는 짐승의 육체요 하나는 새의 육체요 하나는 물고기의 육체라⋯ 죽은 자의 부활도 그와 같으니 썩을 것으로 심고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고전 15:36-42). 바울은 계속해서 격정적으로 외칩니다. “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네가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고전 15:55-58) 바울은 부활을 저 피안에서만 일어날 사건으로 보지 않습니다. 바울은 ‘사망’의 부고(訃告)를 앞당겨 전하면서 오늘 부활을 살라고 강력히 청합니다.

인간이 몸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 몸이라는 게 성경적 인간관입니다. 따라서 부활이란 전인적 몸의 부활입니다. 부활 신앙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믿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죽기 전에 부활의 삶을 온 몸으로 사는 것입니다. 부활은 미래뿐만 아니라 지금 일어나야 하는 사건입니다. 나사로의 누이였던 마르다가 “마지막 날 부활 때에는 다시 살아날 줄을 내가 아나이다.”(요 11:24)라고 부활 사건을 미래의 저 피안으로 투사할 때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물으십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 11:25-26) 피안으로 투사되어 부활의 현재성이 사라지지 않도록 예수님은 부활의 능력이 미래와 현재, 피안과 차안, 일상과 무덤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음을 증언하십니다. 요한은 이미 이 사건 앞서 좀 더 분명하게 부활 사건의 현재성을 기록합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요 5:24)

예수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실천하며 살아가는 이에게는 이미 사망에서 생명으로의 전이가 일어납니다. 믿음의 공동체라는 명분 아래 사람들이 자신들의 영복(永福)만을 위해 모일 때 생명이 아닌 타락과 쇠락의 길로 떨어집니다. 예수께서 가르치신 부활 신앙은 나를 희생하여 세상을 살리는 신앙입니다. 나만 살기 위해 세상을 희생시키는 이기적인 신앙은 부활 신앙에서 멀어도 한참 멉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세상을 위한 고난과 죽음 이후에 우리를 위해 하나님이 베푸신 최고의 선물입니다.

우리가 부활의 몸으로 거듭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다 이루셨기에 부활의 능력이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도 거침없이 역사합니다. 땅에서 하늘을,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웃에서 하나님을 보지 못하고 땅과 재물과 명예의 노예가 되어 사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부활이 아닙니다. 이 땅에 사는 동안 그 부활을 무덤으로 다시 소환하는 헛된 일과 같습니다.

부활은 온갖 삿된 욕정의 무덤 속에서 송장같이 된 이들을 일으켜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하는 놀랍고 신비한 힘을 제공합니다. 부활은 교회가 죽음의 역사를 깨치고 무한한 영적 생명을 인간 역사에 공급해 줄 수 있게 한 원동력입니다. 인류 역사가 어둠과 죽음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그것들을 대척(對蹠)하는 강력한 힘, 이것이 부활 신앙입니다.

그대, 4월만의 부활이 아닌 언제나 부활을 사시길 바랍니다.

이상명(목사,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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