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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하나님나라의 모판…공공재(公共財)라는 의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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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ㆍ2013-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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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현상의 하나는 ‘과잉’이다. 교회 건물도 과잉인 시대이다. 우리가 거주하는 주변 반경 5km 내를 둘러본다면 교회가 얼마나 많은지 금방 알 수 있다. 왜 교회 건축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것은 ‘건물로서 교회’는 무수히 많은데 비해 ‘본질의 교회’는 드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건물로서 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온갖 성물들이 채워지면 교회가 되는 것일까? 교인 한 명도 없는 임대상가에 성도들의 헌금으로 다양한 예배 기물들을 진열하고, 최고 수준의 인테리어가 돼 있다 해서 그것이 곧 교회가 아닌 것이다. 입주도 되지 않은 신도시 예정지 허허벌판에 우뚝 솟은 건물은 단지 기업형 교회 건물이 들어선 것뿐이지 그것이 교회라고 할 수 없다. 고급스런 장의자, 크리스탈 강단, 수천, 수억을 들여 인테리어 했다 해도 믿음의 공동체가 없는 교회, 예배가 드려지지 않는 교회, 십자가의 은혜가 선포되고 세례가 시행되지 않는 곳이라면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라 할 수 없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지니는 교회관의 치명적인 오류는 교회됨의 본질적 요소를 등한시하면서 교회 건물을 소유하면 마치 그곳이 교회가 된다고 하는 착각이다. 화려한 외형을 갖춘 교회 건물이 교회의 본질을 대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본질적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그곳이 가정이든, 창고이든, 커피숍이든, 공공시설이든, 길거리이든 아무 상관없다고 할 수 있다.

 

건물교회가 ‘본질의 교회’로 왜곡된 이유로는 구약적 성전 개념을 신약의 교회로 잘못 이해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구약의 성전은 중보자 그리스도의 계시 사건 이전에 동물의 희생제물로 시행된 속죄의 장소였다. 성전은 속죄제사를 통해 인간과 하나님의 제의적 친교가 이루어지는 성별된 장소였다. 당연히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의 하나님과의 친교 생활은 성전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새 언약의 중보자이신 그리스도께서 영원한 화목제물이 되심으로 우리를 위한 속죄와 화해 사역을 실행하심으로써 성전의 제사의식은 종결됐다. 이제 구약의 대제사장을 통한 속죄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피로 인한 속량하심의 효과로 주를 고백하는 모든 믿는 자들의 공동체 안에서 성령의 사역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성전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축복이 흘러넘친다거나 강단을 ‘제단’으로 칭하거나 목사를 축복과 사죄의 중개자로 부각시키면서 레위지파로 특화하는 것은 더 이상 성전이 존재하지 않는 신약적 관점에도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만인사제주의’를 강조했던 종교개혁적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 건물이 결코 성전(聖殿)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목회자들이 건물교회를 ‘성전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목회자들이 유독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 부르게 하고, 교회당의 부속 기물들을 ‘성물’로 지칭하면서, 목회자의 제사장직만을 강화해 사제주의를 강화하는 이유는 교회 건물과 목회자를 숭배하도록 유도하는 타락한 목회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주님’을 향한 헌신을 ‘보이는 건물’로 대체해 이곳에 물질과 관심을 쏟게 함으로써 교회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하고, 교회성장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너희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마 6:19)는 말씀을 적용할 때, 그 ‘하늘’은 결국 ‘교회의 회계장부’가 되도록 설교한다. ‘힘에 지나도록’ 연보한 고린도교회의 헌금(고후 8:3)은 구제헌금이었지만 대부분의 설교에서 그것은 건축헌금이 되고 만다.

 

웅장한 교회 건물은 하나님나라의 확장의 표지가 아니라 목회자와 교인들의 자기 욕망의 투영물일 수 있다. 하나님은 교인들과 목사들의 심리 안에서 교회 건물의 규모에 비례해 존재하신다. 대형교회를 목회하는 목사와 그 교회 출석교인에게 하나님은 교회 건물의 웅장한 만큼 위대하신 분이 되지만, 작고 초라한 상가 교회에서 하나님은 그 왜소한 질량만큼 작고 초라한 하나님이 되신다.

 

우리가 필요 이상의 과대한 용량으로 웅장한 건물을 짓는 것은 어쩌면 하나님을 그 안에 담아내고자 하는 헛된 욕망의 표지는 아닐까? 하나님은 지상교회의 종탑의 높이만큼, 그리고 건물의 용량만큼 높아지실까? 만물 안에 편재하시는 하나님을 교회 건물 안으로 담아내려는 이 모든 것은 허망한 종교적 한풀이에 불과한 것이다. 무한하신 하나님, 초월하신 하나님은 교회 건물에 제한되지 않으신다. 크고 웅장한 교회 안에 계신 하나님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개척교회당의 하나님은 동일하신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위대하시고 초월하신 하나님께서 낮고 천한 자들 가운데 육화하시고 현존하신다는 신비적 역설을 기억해야 한다.

 

교회 건축의 과잉 열기는 하나님나라에 대한 관점의 왜곡이기도 하다. 교회는 하나님나라의 모판이므로, 교회의 성장이 곧 하나님나라의 진보의 표지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나님나라는 교회 안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회는 하나님나라의 모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부이다. 따라서 하나님나라의 성장과 진보는 교회의 성장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세속 역사 안에서 하나님의 뜻이 현실화됨으로써 진행된다. 그러기 때문에 건물교회가 확장된다 하여 그것이 곧 하나님나라의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아무리 건물교회가 수적으로 늘어났다 해도 교회가 국가와 사회 안에 하나님의 뜻을 내용적으로 구현해 내지 못한다면 하나님나라는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교회 건물의 규모가 목회자들의 목회 성공을 측정하는 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 건물의 크기와 규모가 아니라 교회가 무엇을 행하는가 하는 ‘내용’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교회 건물을 사유화하는 사고에서 공유적 사고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한국교회도 교회당 건물이 공공재(公共財)라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많은 목회자들은 자신이 교회를 건축했기 때문에 교회를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고 후임 목회자에게 매매하는 방식으로 양도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비단 대형교회 건물만이 아니라 개척교회의 상가에 이르기까지 교회 건물과 교회의 기물 하나하나를 가지고 돈거래를 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 버린 오늘날의 교회는 더 이상 거룩한 교회가 아니라 매매시장에서 거래되는 흥정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 모든 원인은 교회 설립과 교회 건축을 목회자 개인의 자본을 투자하고, 회수한다는 상업 자본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상거래가 일상화되고 있는 한국개신교회는 사목자 개인이 교회를 사유화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구축한 천주교회나 성공회식의 교회 운영 방식을 면밀하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박물관으로 변모한 유럽의 교회당을 보면서 건물교회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때 유럽의 기독교도 한국교회 못지않은 교회 건축의 열정이 있었으나 신앙의 열정이 식은 지금 화려한 교회 건물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우리 당대의 기독교를 생각하는데 멈추지 않고 후세대의 한국교회를 내다본다면 성장이 둔화된 한국교회 상황에서 무리한 교회 건축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이미 젊은 목회자들 사이에 교회 건물을 갖지 않기로 하고, 공공시설이나 빈 공간을 예배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실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새로운 대안들이 희미하지만 저 밑바닥에서 움트고 있는 것이다.

 

김동춘 교수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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