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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신학자 제임스 패커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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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0-07-2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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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학자 제임스 패커(James I. Packer)가 하늘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의 사역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하면서 그의 생애와 신학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조금 정리해 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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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패커가 매우 조용한, 그러나 영국 교회(the Church of England, 성공회) 안에서 개혁신학적 목소리를 강력하게 외친 사람의 하나로 여겨진다. 7세 때인 1933년 9월에 당한 큰 사고로 두뇌에 손상을 입어서 항상 수줍어하는 성격을 가진 것으로 언급되는 패커는 될 수 있는 대로 논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논쟁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은 대개 성경적이고 정통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때였다. 성공회 안에 함께 있던 복음주의적 학자 겸 목회자인 존 스토트보다 좀 더 온건하고 정통적인 입장을 대변한 패커는 정통파 개혁신학적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지를 효과적으로 제시한 신학자였다. 후에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리젠트칼리지 신학교에서 교수 사역을 할 때에는 “리젠트칼리지 말고는 모든 곳에 편재한다.”는 농담 섞인 조크의 대상이 될 정도로 세상 곳곳에서 강연하고 논문을 발표하곤 했다.

 

기본적으로 패커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사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의 초기 책들인 ‘근본주의와 하나님의 말씀’ 그리고 ‘복음전도와 하나님의 주권’에서부터 잘 나타나는 관점이다. 그의 책들은 다 성경에 근거해서 하나님 앞에서 충실하기를 바라면서 쓰였다. 특히 1960년대에 격월로 발간되던 ‘복음주의 잡지’(Evangelical Magazine)에 기독교가 갖춰야할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시리즈를 5년 동안 정기적으로 기고한 것을 모아서 출간한 ‘하나님을 아는 지식’(Knowing God)은 150만 부 이상 팔렸다. 사실 이 책에 그의 거의 모든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성경을 아주 중요시하면서 성경 이외의 그 어떤 것도 우리 시대의 계시라고 하지 않으며, 이 성경에 근거해서 참으로 (그가 이 책의 앞부분에서 강조하고 있는 대로, 하나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하나님을 알고 삼위일체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게 하려고 애썼다. 그에게 과거 신앙의 선배들인 청교도들이 좋은 모범이 되어 주었다. 과거의 그들처럼 성경에 근거해서 살아 계신 하나님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그의 삶의 목적이 된 것이다.

 

특히, 성경의 권위를 강조한 그는 1978년에 미국의 복음주의자들과 함께 성경의 무오성에 대한 ‘시카고 선언’에 서명하고 발표했으며, 그 의미를 설명하는 소책자를 내기도 했다. 그는 성경을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존중하며 그 하나님 말씀의 권위를 옹호한 학자다. 이것이 그의 가장 큰 기여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성공회 교인(Churchman)이었다. 이는 영국에서 태어난 그에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고전을 전공하여 문학사 학위를 한 후(1948), 런던에 있는 선교사들을 위한 학교인 오크힐신학교(Oak Hill Theological College)에서 희랍어와 라틴어를 가르치는 직임(instructor, tutor)을 감당했다(1948-49). 그 후, 영국 성공회 사제를 훈련시키는 기관의 하나인 옥스퍼드의 위클리프홀(Wycliffe Hall)에 입학하여(1949) 본격적인 신학 공부를 하고, 1952년에 부제(deacon)가 된 후, 1953년에 버밍햄 대성당에서 성공회 사제(priest)로 임직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버밍햄의 하본(Harborne)에 있는 세인트존스교회에서 부목사직을 수행하면서, 옥스퍼드에서 리처드 벡스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D. Phil., 1954). 조지 너트올(Geoffrey Fillingham Nuttall, 1911–2007)의 지도하에 그가 쓴 논문 “리처드 벡스터 사상에서의 인간의 구속과 회복”(The Redemption and Restoration of Man in the Thought of Richard Baxter)은 4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방대했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는 영국 성공회 목사들을 훈련하는 기관에서 가르쳤고, 옥스퍼드 학부 때부터 가장 가까운 친구인 지질학자 제임스 휴스턴(James Houston)의 초청에 따라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리젠트 칼리지의 신학 교수로 갔을 때(1979)도 캐나다 성공회에 속한 밴쿠버 소재 세인트존스성공회(St. John's Vancouver Anglican Church)에 속해 있었다. 그는 성공회에 속한 복음주의파를 대변하는 인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모든 면에서 좀 더 성경적 방향으로 성공회를 이끌려고 노력했다.

 

패커 자신은 영국에 있을 때나 캐나다에서나 계속해서 성공회 안에 있으면서 성공회가 좀 더 복음주의적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애썼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과적으로 성공회 자체가 분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때 패커는 오래 전인 1966년 10월에 로이드 존스 목사가 복음주의자들의 전국 회의(the National Assembly of Evangelicals)에서 영국의 모든 복음주의자들이 모여 한 교단을 형성하는 것에 대해서 제안했던 바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 때 로이드 존스 목사는 교리적으로 혼합된 교회들로부터 나와서 독립적인 복음주의 교회들의 연합체를 형성할 것을 제안하였는데, 이 회의의 의장 역할을 하던 존 스토트 목사가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함으로 영국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 패커는 이 자리에 있지 않았으나 그 날 밤에 전화로 이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성공회 안에 남아 싸우면서 영향력을 발휘해 가는 편을 취했다. 그러나 결국 그 자신도 성공회 대회(총회와 노회 사이의 의결 조직)에서 일종의 면직을 당할 정도로 성공회는 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말년의 패커는 과연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하다.

 

패커는 대학 때 발견한 청교도에 푹 빠져서 청교도를 연구하고, 청교도를 전하고, 자신이 청교도로 살기를 원했다. 앞서 말한 대로 그는 계속해서 성공회 안에 있으면서 성공회를 성경적으로 변화시키기 원했던 것이다. 바로 이점에서 그는 영국 교회 안에서 영국 교회를 변화시키기 원했던 청교도들을 아주 많이 닮았다. 그는 대학 때, 거의 실명한 은퇴 목사가 옥스퍼드 기독학생회(Oxford ICCU, 현재  IVP의 전신)에 기증한 많은 책들 가운데서 청교도들의 작품들, 특히 오웬의 글을 발견하여 읽고는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오웬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공언하며, 자신이 후대의 청교도(a latter-day Puritan)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흔히 조나단 에드워즈를 마지막 청교도라고 말하는데, 그 청교도의 유산을 오늘날 새롭게 드러내는 일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의 하나로 패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특히 신론과 구원론에서 개혁신학을 잘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십자가에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리하여 형벌 받으셨음과 하나님의 주권 및 인간의 책임을 강조했다. 신학의 모든 측면에서 개혁신학을 잘 드러낸 그는 참으로 이 시대의 대표적인 개혁신학자였다. 특히 성령론에서 그가 미친 영향은 매우 중요하다. 그의 초기 논문은 케직 사경회가 지향하는 성령 세례와 승리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성경적인 입장을 잘 제시한 것이었는데, 이는 후에 ‘성령을 아는 지식’에서 더 폭넓게 정리되었다.

 

패커는 성령님을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가르친다. 그는 믿음으로 칭의받은 우리가 성령님 안에서 계속되는 성화를 추구하지만 이 세상에서 완전함에 이를 수 없음을 성경과 역사로 증명한다. 기본적으로 패커는 성령님 안에서의 삶을 강조하며, 성경을 중심으로 살면서 성령님의 인도를 받는 삶의 실제를 제시하고 가르쳐 준다.

 

한편, 패커는 미국 교도소선교회 사역으로 유명한 찰스 콜슨(Charles Colson)과 천주교 신부이자 공적 신학의 선구자인 리처드 노이하우스(Richard J. Neuhaus)와 함께 천주교인들과도 같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문서에 서명하고, 이를 설명하는 내용을 편집하여 낸 ‘복음주의자들과 천주교인들이 함께: 공동의 사명 수행을 위하여’(Evangelicals and Catholics Together – ECT: Toward a Common Mission)라는 책에 기고했는데, 이로 인해 굉장한 논쟁에 휘말린 적이 있다.

 

이 문제가 복잡한 것은 패커가 그가 강조한 개혁자들과 청교도들의 칭의에 대한 이해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에 패커가 개혁파적인 칭의 이해에서 물러섰다면 이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해야 하지만, 칭의 이해에 있어서 개혁자들의 이해가 성경적 입장이라는 것이 아주 확고하기에 이 ‘함께 한다’는 것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도덕적 다수(moral majority) 운동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의 연합 운동은 맥아더나 스프로울 또는 케네디도 동의하는 바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마 이 논쟁이 패커의 삶에서 가장 복잡하게 일어난 논쟁 같다. 이제는 이런 논쟁 밖에서 하나님의 품에서 쉬고 있는 패커는 이 땅에 있을 때보다 더 명확하게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며 하나님께 찬양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패커가 제시한 성경적인 입장을 우리 시대에 잘 지켜내는 것이다. 패커같이 신실한 하나님의 일꾼을 이 시대에 허락해 주셔서 20세기와 21세기에 하나님의 뜻을 잘 붙잡고 갈 수 있게 해주심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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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승구 교수는 기독교교의학(CHRISTIAN DOGMATICS)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신학자로서, 총신대 기독교교육과 졸업, 합동신학대학(MDiv)과 영국 The University of St. Andrews(PhD)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의 조직신학 교수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기독교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21세기 개혁신학의 방향’, ‘성경신학과 조직신학’ 등이 있다.

 

2005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팀 켈러 목사와 존 파이퍼 목사 등이 이끄는 TGC(The Gospel Coalition; 복음연합)의 한국어 사이트(tgckorea.org)가 2018년 11월 오픈되어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주제의 글과 동영상이 매일 새롭게 업로드 되고 있다. TGC코리아는 TGC는 물론 개혁주의 신앙을 전달하는 또 다른 인기 사이트인 Desiring God(존 파이퍼), Ligonier(R.C. 스프로울), 9 Marks(마크 데버), Unlimited Grace(브라이언 채플)의 수준 높은 자료들을 공식적으로 허락받아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 TGC코리아(https://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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